꽃보다 잎이 더 화려… 10m 넘게 자라 산울타리로도 좋대요
쥐다래
▲ 쥐다래잎(왼쪽)은 흰색 또는 연한 붉은색으로 변해 꽃만큼이나 화려한 색을 띠어요. 오른쪽은 쥐다래 열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우리는 목련이나 산철쭉, 진달래 등 흔히 봄에 피는 예쁜 꽃을 즐기지요. 그런데 잎이 꽃보다 화려한 나무도 있답니다. 요즈음 꽃보다 아름다운 잎을 한껏 뽐내는 쥐다래가 대표적입니다. 화려한 색의 잎 때문에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어요. 암수딴그루(암꽃과 수꽃이 각각 다른 그루에 있음)인 쥐다래는 수나무가 더 아름다운 색을 띠어요. 다만 그늘진 곳에서는 색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해요.
다래나무과(科)의 다래나무 형제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극동 러시아에 자생하는 덩굴성 낙엽 관목(겨울에 잎이 떨어지는 나무)이에요. 지금까지 변종 1가지, 재배 품종 4가지를 포함해 모두 15분류군(종류)이 알려져 있어요. 종 수준으로는 중국이 다래나무 분포의 세계적인 중심지로 꼽혀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다래나무의 형제로는 다래·섬다래·개다래·쥐다래와 인위적으로 들여온 양다래가 있어요. 양다래는 우리가 흔히 키위라 부릅니다. 뉴질랜드와 중국에서 대대적으로 개량하고 들여와 친숙한 과일이 됐지요.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이 1974~75년 영국과 뉴질랜드에서 들여온 4종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양다래인데, 아주 건강하게 자란답니다. 지금은 농촌 소득 증대를 위해 우리나라 곳곳에서도 양다래를 재배하고 있죠.
쥐다래는 한반도의 백두산, 태백산맥이나 소백산맥 같은 높은 산의 경사진 곳이나 계곡에서 잘 자라지요. 쥐다래는 최대로 자라면 높이가 10여 m에 이릅니다. 잎은 어긋나며 밝은 녹색인데, 잎자루가 가늘고 길이는 4~7㎝ 정도입니다. 잎몸은 타원형에 길이가 7~12㎝, 폭은 4~8㎝로, 가장자리에 겹톱니가 있답니다. 6~7월쯤 피는 쥐다래 꽃은 지름이 1~1.5㎝ 정도예요. 흰색 또는 분홍색 꽃이 어린 가지에 1~3개씩 맺히는데 아래를 향하지요. 열매는 과육에 수분이 많고 조직이 연하며, 9~10월에 노란색으로 익는답니다.
중국에서는 쥐다래가 해발 1600~2900m 고지대에도 분포합니다. 영하 40도 혹한에도 문제없이 자라는 등 추위에 견디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답니다. 다만 늦봄 서리에는 그리 강하지 않아요. 특별한 병충해 피해가 없는 쥐다래는 양지는 물론이고 반음지에서도 잘 자라 키우는 데 별 문제가 없지요. 우리가 흔히 느티나무 등 큰 나무를 이용해 그늘을 만드는데, 쥐다래도 그늘이나 산울타리를 만드는 데 아주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어요.
쥐다래 어린 순은 봄철에 식용으로 쓰며, 줄기는 약으로 쓴답니다. 쥐다래는 매우 오래 사는 나무인데, 쓰임새에 따라 쓸모가 많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하지만, 앞으로 품종 육성을 위해 매우 귀중한 유전자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겠지요?
김용식 전 천리포수목원 원장·영남대 조경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