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길이 82㎝로 가장 작은 사슴… 어릴 적 물방울 무늬는 자라면서 사라져요
푸두
▲ 태어날 때 푸두 몸에 있는 물방울 무늬는 자라면서 점차 없어져요. /야생동물보존협회
지난달 초 미국 시애틀의 한 동물원에서 깜찍한 아기 동물이 태어났어요. 꽃사슴처럼 몸에는 하얀 물방울 무늬가 있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이 동물은 푸두(pudu)로, 지구에서 가장 작은 사슴으로 유명하답니다. 다 자라도 몸길이가 82㎝, 어깨높이는 43㎝, 몸무게는 15㎏ 정도예요. 세계에서 가장 큰 사슴인 말코손바닥사슴이 몸길이 3m, 어깨 높이 2.4m, 몸무게 700㎏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이 사슴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겠죠?
푸두는 몸집이 앙증맞지만 당당한 사슴의 모습을 하고 있어요. 둥근 발굽이 있고, 수컷은 10㎝까지 자라는 뿔도 있어요. 대부분의 수사슴이 뿔갈이를 하는 것처럼 푸두 수컷도 해마다 여름이면 기존의 뿔이 떨어져 나가고 새 뿔이 돋는답니다. 다만 푸두의 뿔은 여느 사슴들처럼 가지를 친 모양이 아니고, 일자 형태로 쭉 뻗어 있어요. 태어날 때 있는 물방울 무늬는 자라면서 점차 없어져요. 성체 푸두의 털 색깔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따뜻한 계절에는 불그스름해지고, 기온이 떨어지면 짙은 갈색으로 바뀌어요.
푸두는 남아메리카에만 사는 사슴인데, 북쪽인 페루나 에콰도르 지역에 사는 무리가 있고, 칠레나 아르헨티나 등 남쪽에 사는 무리가 있어요. 남쪽에 사는 무리가 상대적으로 덩치가 더 큽니다. 털 색깔은 북쪽에 사는 무리가 짙어요.
푸두가 사는 지역은 주로 계절 변화가 뚜렷하고, 키 작은 식물이 덤불을 이루는 곳이죠. 자기 키보다 높은 빽빽한 덤불을 지나기 위해 터널을 뚫는 것처럼 길을 내요. 그래야 천적에게 쫓길 때 전속력으로 달릴 수 있고, 은신처로 도망갈 수도 있거든요. 야생에서 푸두의 가장 무서운 천적은 퓨마래요. 푸두는 천적을 따돌리기 위해 지그재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정말 다급할 땐 나무로 휙 뛰어오르기도 한대요. 이럴 땐 작은 몸집의 덕을 보는 거죠.
푸두는 주로 홀로 생활하고 자기만의 영역을 지키는 습성이 강해요. 그런데 수컷과 암컷이 서로 영역이 겹치는 경우에는 싸우지 않는대요. 반면 수컷끼리 또는 암컷끼리 영역이 겹치면 영역 다툼을 벌인다고 합니다. 푸두는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 사이에 보통 한 마리씩 새끼를 낳아요. 갓 태어났을 때 몸무게는 900g에 불과해요. 그런데 두 달만 지나면 성체 크기까지 자랍니다. 생후 6개월이 되면 번식도 할 수 있대요. 말코손바닥사슴이 통상 두 살이 돼야 번식이 가능해지는 것과 비교하면 성장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거죠.
푸두는 깜찍하고 앙증맞은 외모로 사랑받고 있지만, 이 때문에 생존 위협을 받고 있기도 해요. 이색적인 동물을 수집하려는 사람들이나 사설 동물원 운영자들이 산 채로 푸두를 포획하는 일이 많거든요. 야생에서 푸두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칠레와 아르헨티나 정부는 푸두 사냥을 법적으로 금지하며 보호에 나섰어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