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에 도착한 오후 세 시.
해는 높고 나무는 푸르다.
앞마당의 석인(石人)을 향해
모감주나무가 노란 꽃을 들어
먼지 사라진 마음자리가
진여(眞如)임을 설파한다.
여울의 모임방에 오르니
사(絲)는 튕기고 죽(竹)은 뱉어내
음을 고르는 사죽(絲竹)의 소리가 낭랑하다.
거문고 1, 가야금 1, 해금 3, 대금 3.
<수연장>으로 악기의 근육을 풀어주고 나서
<유초신>을 올리고 잠시 쉰 후 <중광지곡>을 탄다.
팔인(八人)이 팔음(八音)을 지어내니 팔팔은 육십사,
팔일무(八佾舞)로 펼쳐지는 소리의 팔일악(八佾樂)이여!
둬 시간의 합주로 성음(聲音)을 쏟아내니
손가락은 패이고 입술은 메말랐지만
뻐근한 근육과 뼈마디 사이로
스미는 삽상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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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하는 본디의 뜻은
인간(人間), 즉 사람(人) 사이(間)의 화합을 위함이어서
너와 나의 소리의 터럭으로 맺은 교감의 붓을 들어
허공의 화폭에 풂과 맺힘의 색으로 그려내는
‘성음회상도(聲音會上圖)’라 느낀다.
홀로가 아닌 어울림의 소리를 위하여 우리는 만났으며
또 만날 것임을 마지막 모임의 찻집에서 느꼈습니다.
다음의 모임엔 더 많은 소리들이 오시기를 기대합니다.
(해금사과님, 맛난 차, 잘 마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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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린 몸으로 여러가지 일을 해내는 윤슬님이 부러워요.
건강 조심하구요~~
그대의 왼손, 손가락 마디마다
벌겋게 패인 두 줄의 각인(刻印).
손금은 운명을 기록한 강물이며
손가락금은 소리를 새긴 장경(藏經)이더니
그대가 새긴 장경의 한 페이지를 읽고 감동했다하나이다.^^
수연장에 유초신, 중광까지 많이도 달렸습니다.
튕기고 뱉어내고 긁는 소리들이 아련히 들려오네요~
참석하지 않았어도 그 속에 있었던것 같은 느낌은
후기만이 줄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종로모임에서는 소리의 마라톤을 하지요.
입은 마르고 손가락은 패이고 허리는 아프고 다리는 저리지만
두 시간을 쉬지 않고 이어가는 수련 내지는 단련의 시간입니다.
두 시간을 손가락을 밀고 당기거나 허파를 짜내어 달리고 나면
아른거리는 정신 사이로 뭉게뭉게 이는 미묘한 쾌락의 여름구름.
마라톤에서 결승점을 통과하고 난 뒤의 쾌감과 유사한 이 느낌은
우리 모두 한바탕, 또 한 바탕을 완주한 승리자이기 때문이지요.
해랑님의 따스한 메아리, 항상 감사히 느낍니다.
일요일마다 일이생겨 참석하지 못하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