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어 하다보니 4월이 가 버렸다
새해가 되면 알뜰살뜰 하루하루를 아끼며 지내다가
어느날 부터는 숭덩숭덩 날짜들이 잘려나가는 기분이 든다
달력을 몇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봄이 다녀갔고 여름이 오고 있고 가을이 문앞까지 오는 걸 모르고 지내기도 한다
추운 겨울엔 따뜻함을 꿈꾸면서....
그러다 새해를 다시 기다리고 꼼꼼히 계획해보는 그런 싸이클의 연속
4월엔 꽃이 많이 핀다
쌍계사로 향하는 벚꽃 십리길에선
꼭 이 데크길을 걷게 된다
이른 아침 출발하면
사람이 없는 데크길을 즐길 수 있어
새벽출발을 선호한다
이 곳에 서면 머리위에
꽃송이들을 풍성하게 이고 있는 느낌이 든다
벚꽃왕관이 따로없다
저 멀리 보이는 산자락의 녹차밭도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어 차 향을 뿜어내는 듯 향그롭다
한적한 길을 거닐다가 이른 점심을 먹으러
작가 공지영이 자주 갔었다는 '반야식당'을 찾아간다
'찻집 단야' 라는 간판을 보고 고개를 갸웃!
원래 단야식당이 아니었나?
안으로 들어가니 한참 붐비고 있어야 할 집안이 조용하다
뭔가 분위기가 바뀐듯하여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가녀린 주인장이 우릴 바라보고 서 있다
"간판 바뀐것 봤지요?"
찻집으로 영업변경했구나
음식을 하기엔 이제 힘이 부치시나보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카페보다는
전통찻집으로 적당하겠다
밥을 먹고 내려오다 카페를 찾으니
엄청난 규모의 새 카페가 문을 열었다
' 더 로드 101'
개인 찻집이 아닌 큰 기업의 자본이 담긴 것 같은 엄청난 규모다
아님 내가 개인 자산의 규모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게다
새로운 카페
분위기 있는 카페를 찾는 일은
따뜻함을 찾아가는 기분이 든다
쉴수 있는 따뜻함이 있는 곳
4월 5일 결혼기념일의 지표였던 벚꽃은
이제 점점 피는 시기가 빨라져
3월 말이면 만개한다
기념일 꽃이 어쩜 바뀔지도 모르겠다
생전에 한번도 모시고 간 적이 없는데
흐드러진 벚꽃 속에 엄마가 자꾸 생각난다
살아있는 모든 자식들은 이런 후회를 하나씩 모으게 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