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몬향 ] 바 깥 세 상

<pre><font face="굴림" size="5">　바　깥　세　상 <pre><font face="돋움" size="2"> 언제나 집안을 감싸는 조그마한, 그러나 아름다운 하프의 선율. 모양마저 매우 섬세하고 아름다운 전축이 거실에서 음악을 틀어내고 있었다. 후연은 자신의 방에 있었다. 그녀는 레이스가 화려한 하얀 실크시트 침대 위에 엎드려 그녀의 비스크 인형을 돌보고 있었다. 족히 100만원은 넘을 듯한 비스크 인형.볼론드의 허리까지 닫는 머리카락에 , 진주와 큼직한 큐빅으로 장식된 하얀 드레스. 그리고 연한 보라빛의 눈동자가 화려하면서 섬찟한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후연은 오랫동안 햇빛을 보지 못해서 하얀 손가락으로 인형을 머리를 매만져 주었다. 하얀 리본. 언뜻 자신의 옷을 내려다 보았다. 리본과 프릴이 마구 달린 하얀색 원피스. "죄다 하얀 색이야. 죄다…!!!" 후연이 소리를 지르자, 그녀의 어머니가 달려 오신다. 삐이걱. 금도금으로 장식된 그녀의 방 문이 열린다. "후연아, 무슨 일이니?" 연갈색 톤의 웨이브 머리를 위로 우아하게 틀어올린 그녀의 어머니. 입고 있는 까만 벨벳 소재의 옷이 하얀 피부와 무척 대조적이다. "아무것도 아냐. 신경쓰지마세요" 후연은 어머니를 향해 차갑게 내뱉았다. "어…그, 그러니…?" "신경쓰지 말고 나가줄래요?" "…" 어머니께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고 몸을 뒤로 돌려 나가셨다. 그녀의 등뒤에서 역시 까만 벨벳 리본이 하늘거렸다. 어머니의 눈에 고인 투명한 눈물은 후연만의 착각이었을까. "엄마!" 후연은 뒤돌아서 가는 어머니를 소리쳐 불렀다. 그녀의 어머니는 서서히 고개를 돌린다. "어떻게 방이 죄다 하얀 색이에요? 여기가 무슨 정신병원이야?" "내일 가구 다 새로 들일까? 엄마가 가구점에 연락해 줄께" 후연은 잠깐 기가 막힌듯 그녀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뭐? 엄마! 가구 새로 들인지 몇일 됬다고! 엄마 방도 다 새로 바꿨잖어 요!" "…후, 후연이 너가 싫다고 했잖니…" "됐어! 우리가 부자면 얼마나 부자라고. 그냥 놔둬요. 제발." "……" 어머니께서는 정말 문을 닫으시고 나가셨다. 후연은 고개를 푹신한 린넨 이불 속에 파묻었다. 하얀색 이불…이런 생활이 짜증난다. 화가 난다. 난 어떻게 이런 곳에서 태어난거지. "미야아아오오옹" 가느다란 아기의 울음소리 같은 고양이 소리가 들린다. "유키…" 터키쉬 앙고라 종인 유키는 새털 장식처럼 탐스럽고 하얀 꼬리를 살랑 거리며 그녀의 다리에 머리를 비벼 댔다. "풉. 너까지 하얀 색이네." "미야아옹" 유키는 그녀의 말에 응답이라도 하듯 울음 소리를 내었다. 유키의 푸른눈은 그녀의 비스크 인형의 눈과 닮았다. 비록 색은 틀리지만 약간 오싹하고, 고독하고 슬퍼보이면서도 한번 빠지만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것이. 후연은 유키를 들어올려 자신의 품 안에 넣었다. 놀란 유키가 자신의 팔을 할퀴는 바람에 옷의 하얀 소매 부분에 빨간 피가 묻어났다. "아야. 어, 유키. 아프잖아" 후연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긁힌 부분을 한번 쓱 문지르더니 다시 유키를 품에 안고 침대 위를 뒹구렀다. "어머, 후연아. 너 그 상처 어쩌다 그렇게 된거니?!" 그들의 저녁 식사. 화려한 상드리에가 전구의 빛을 색색깔로 반사시켜 그들의 식탁은 마치 수 백개의 보석들을 올려 놓은 것 같이 아름다웠다. 아버지의 자리에는 백포도주가 한잔 놓여 있었다. 그리고 한 가운데는 쓰지 않지만 멋으로 올려놓은 은과 크리스탈로 된 촛대가 놓여 있었다. 이상할 정도로 호화 스럽고,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고 적막한 저녁 식사. 그런 분위기 속에서 어머니의 호들갑스러운 말에 아버지가 고개를 드셨다. 아버지의 마음을 후비는 것 같은 날카로운 검은 빛 눈이 순간 후연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후연아, 아니. 어쩌다가. 피 많이 났구나. 어쩌니! 이 시간에 의사를 부를 수도 없고…" "엄마! 쫌, 오버 좀 하지 마세요. 이깟거 가지고 의사? 엄마 내가 무슨 중세시대 공주에요? 왜그래 진짜." 후연이 짜증이 다분이 섞인 목소리로 말하자, 아버지의 중저음의 목소리가 후연을 나무랐다. "어머니 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냐. 그리고 손 좀 줘 봐라" 그러시면서 아버지는 굵은 손가락으로 후연의 가느다란 팔목을 낚아 채셨다. 피가 엉겨 붙은 후연의 팔목이 아버지의 시야에 들어왔다. 아버지는 양 눈썹을 찌푸리셨다. "어떻게 된거니?" "별거 아니에요. 유키랑 장난치다가…핫…" 후연은 황급히 입술을 막았다. 그러나 아버지의 얼굴 표정은 이미 딱딱하게 굳어지고 말았다. "집에서 장난치지 말라고 몇번이나 말했니? 좀 숙녀 답게 행동하거라" 아버지는 조용하지만 무서운 목소리로 후연을 타일렀다. "…예…" 후연은 기운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체 이게 뭐야. 여기가 뭐 궁전이라도 되는가? 내가 무슨 공주라도 되? 그냥 보통 아이로 살아 갈 수는 없는 걸까? "밖엔, 언제 내보내 줄거에요?" "뭐?" 후연의 이 말에 부모님은 화들짝 놀라신다. "후, 후연아 …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알았어요! 알겠다고요! 나도 바깥 세상 이란거 보고 싶어서 그랬어요. 태양이란거, 바다란거, 바람이란 거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고요…" 후연의 말에 부모님들의 인상이 확 구겨진다. "너 정말 몰라서 묻는 거니?" "…겨우 그깟 문제 때문에!" 그래요. 저는 엄청난 부잣집의 딸이니깐 밖에 나가면 저를 유괴하려는 납치범이 드글드글 되겠지요? 훗. 웃기네요. 겨우 그런 이유 때문에 딸의 바깥출입을 막고 있다니! "겨우 그깟 문제라니. 후연아. 너가 밖에 나가면 그날로 모든것이 틀어 지는거야!" 아주 잘 틀어지겠죠. 자식이라고는 저 하나 밖에 없으니깐. 그렇다고 딸을 16년 세월동안 가둬 놓는 것은 좀 심한 것 아닌가요? 후연은 숟가락과 포크를 내려 놓았다. 입술을 꼭 깨물었다. "우리 가족 모두 어째서 밖에 나가지 않는 거지?" "엄마도 아빠도 밖에 나가는 거 좋아하지 않아. 집이 편한데 왜 밖에 나가니?" 그렇게 대답하는 엄마의 얼굴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어…분명히… 후연은 마음 속에 미심쩍은 생각을 품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만 먹을래요. 배 불러요" 그렇게 말하며 후연은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유키가 방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유키…" 후연이 유키를 부르자 유키가 후연에게로 달려왔다. 후연은 자신의 침대 위에 털썩 주저 앉았다. 지루하고 답답하다. 힘이 쭉 빠졌다. 언제나 , 16년 동안 같은 생활의 연속. 집 안에는 컴퓨터나 신문, 티비 같은 것조차 없다. 중세시대의 궁전처럼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용품만이 있을 뿐이다. 후연은 이때까지 태양이라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저 샹드리에의 전구의 불빛만 보았을 뿐이다. 그런 수연의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부모님 께서는 막고 계셨다. 그 이유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지는 않으셨지만 분명 부유한 집안의 딸이 밖에 나가면 수많은 괴한들에게 노출 될까봐 였을것이리라. "쳇…그런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우리집에 쳐들어 올 수 있지 않아?" 후연은 말 못하는 유키를 붙들고 자신의 억울한 마음을 호소 했다. 한번만이라도 바깥이란 곳에 나가 보고 싶었다. "유키, 나 바깥에 나갈꺼야…" 후연은 결심을 굳혔다. 현관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잠깐 나갔다 오면 아무도 모를 터였다. 그저 5분만 나갔다 오기로 후연은 생각했다. 그녀의 옷은 여전히 하얀색 원피스였다. '어떻게 이 옷은 맨날 입는대도 더러워 질 생각을 안해' 후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집 안 사람들의 눈치를 보았다. 모두 자기 할 일이 바빠 후연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후연은 조심스럽게 거실을 빠져나와 현관문으로 향했다. 가슴이 마구 두근거렸다. 처음 보는 세상에 대한 여행이었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돌리려 할 때, 유키가 후연의 옷자락을 잡아 당겼다. 나가지 말아라는 표시인 것 같다. "괜찮아 유키 . 곧 들어 올께. 5분만 나갔다 오려고 해. 나 태양이란 것 도 궁금하고…" 후연은 조심스럽게 유키를 때어 놓고 문고리를 돌렸다. 이제 문을 열어야 하는데…엇? 문이 뻑뻑하다. 밀어지지가 않는다. 마치 문 앞에 거대한 흙더미가 쌓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왜이러지… 아…아버지 께서 장치를 해 놓으셨나…열려야 하는데…문은 가녀린 후연의 힘으로 열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후연의 바깥 세상으로부터의 욕망이 이겼다. 그녀는 어렵게 문을 열 수 있게 되었고, 그 말은 곧 후연이 바깥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 되었다. "아…눈부셔" 후연이 중얼거렸다. 그녀는 푸른 잔디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고 조그마 한 봉우리들이 옹긋옹긋 솟은 들판에 와 있었다. 그 들판에는 특이하게 도 작은 봉우리들이 여기저기 솟아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 잘 다듬어진 정원석들이 있었다. 후연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정원석에 새겨진 글귀를 발견했다. "1987년. 6월 4일. 이후연 여기 잠들다" 후연을 본 사람의 비명이 어디선가 들려왔다. 나의 이름은 윤세희. 지금은 행복한 살림을 차리고 있는 행복한 주부. 능 력있어 회사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는 다정한 남편과 귀여운 딸 후연이를 두고 있는 아내이자 어머니이 다. 지금 막 백일이 지난 후연이는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댄다. 언제나 바쁜 남편과 나 때문에 아쉽게도 아직 한번도 밖에 나가보지 못한 후연 이. 난 후연이 에게 바깥의 따스한 햇살을 느끼게 해 주고 싶은데…오늘 은 남편과 함께 처음으로 후연이 를 나들이 시켜 주어야 하겠다. "여보? 응. 나 세희야 … 오늘 일 일찍 끝낼 수 있지? ……으응. 후연이 랑 같이 놀러나갈려고…괜찮지? 응. 저녁도 오랜만에 외식하자. 응?…알았어…빨리와야 해…응. 나도 사 랑해…" 남편이 생각외로 흔쾌히 허락해 주어서 기분이 좋다. 입고 나갈 옷이나 고르고 있어야겠다. "아유~우리 후연이는 엄마가 공주 옷 골라줄께" 며칠 전 백화점에서 워낙 이쁘길래 구매해 버린 후연이의 옷이 있다. 하 얀색 공주풍 원피스인데 아직 한번도 안 입혀 봤다. "후연아! 우리 빳빳한 새거 입고 한번 나들이 해보자? 알았지?" 후연이는 무엇이 좋은지 연신 웃고만 있다. "음…난 뭐 입을까?" 옷장안을 뒤지니 처녀 때 입었던 까만 벨벳 원피스가 눈에 들어온다. 지 금도 내 몸 싸이즈에 맞을까? 조 바심을 내며 원피스를 꺼내 입어보았다. 처녀 때에 비해서 몸이 많이 불 었을 건데 그때와 마찬가지로 딱 맞다. 거울 앞에 서보니 다시 처녀 때로 돌아간것 같다. 그렇게 후연이 와 나들이 준비를 모두 마쳤을 때 즈음, 남편이 돌아왔다. 그러니깐, 나는 하얀 원피스를 입은 후연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지금은 바깥을 볼 수 없게 씌우개를 닫았 다. 꽃이 예쁜 공원으로 가서 "쨘~" 하고 유모차 씌우게를 벗겨 주며 후 연이가 처음 보는 바깥 세상이 가 장 아름다운 것이 되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남편은 유모차를 밀고 나는 그런 남편의 옆에 바짝 붙어 걸어 다녔다. 덤으로 우리 집안의 귀염둥이 고양이 유키도 따라 나와 마치 후 연이를 보호하겠다는 듯이 맨 앞 에서 걸어가고 있었다. 햇살도 눈부시고 정말 아름다운 날이었다. 그때였다. 뒤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달려오던 트럭이 우리 세가족을 그 대로 받아버렸다. 그리고…나와 남편, 그리고 나의 딸 후연이는 다시는 바깥 세상을 구경할수 없게 땅속 에 파묻혀 버렸다. 나의 딸 후연이는 태어나서 한번도 바깥 세상을 보지 못한 체 그렇게… 어두운 땅속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 옛날에 올렸다가 불펌문제 때문에 삭제한 소설이에요. 활동중지 했었다가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요>_<; 예쁘게 봐주세요. 이 소설 보신 분들도 많을 꺼에요. 옛날에 올렸던 거니까. 헤헷, ※저는 아직 12살이람니다. 모자란 게 많아도 예쁘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