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님이
쓴 글 중에 치매걱정과 죽음 얘기가 잦아졌고, 특별한 종교적 신앙을 갖고 있지 않다는 다른 친구는 영혼의
존재는 믿는 단다. 우리 나이에 맞는 관심사. 그러나 그런
화제가 긴 대화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DNA, RNA, 단백질, 뉴런 같은 유전자나 두뇌과학적 용어는 아직 우리에게 덜 익숙한 용어이다. 눈이나 초미세현미경으로 볼 수 없거나 전자기기로도 측정되지 않는, 비 물질적인 것은 철학, 심리학의 영역이었거나 종교나 무속신앙의 전문영역이다. 영혼이라는 말까지 등장하면 용어 정의부터 입에 올리기에 매우 예민한 화제가 된다.

의식, 최소의식, 무의식, 잠재의식, 기억, 지각, 감각, 인지, 치매, 영혼, 최면, 환생…. 몇 달
전부터 소생이 부쩍 관심을 갖고 읽고 생각하고 메모하는 것들 중 아래는 그 일부.
기억을
잃으면 우리는 과거를 재생하는 능력을 잃고 자신과는 물론 타인과의 연결을 잃는다. 자기자신은 물론 남도
못 알아보게 된다.
E.P.는 어느 실험실에서 28년 동안 성공적인 기술자로 일하다가 가정생활과 취미를
즐길 요량으로 1982년에 은퇴했다. 10 년 후, 70세의 E.P.는 갑자기 급성 바이러스 성 질환 – 단순포진 뇌염 herpes simplex encephalitis — 에 걸려 입원했다. 그가
퇴원 후 집에 돌아왔을 때, 친구들과 가족이 본 그는 전과 다름없이 활기차고 친절했다. 그는 쉽사리 미소를 지었으며 웃고 말하기를 좋아했다. 몸은 건강해
보였다. 걸음걸이와 몸짓은 예전 그대로였고, 목소리는 힘
있고 또렷했다. 정신도 또렷하고 집중력이 있었으며, 그가
방문객들과 나누는 대화는 적절했다. 훗날 검사에서 드러났듯이 실제로 그의 사고 과정은 온전했다. 그러나 그의 기억에 무언가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아채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똑 같은 질문을 거듭 던졌으며 대화를
이어 나가지 못했다. 그는 집에 찾아온 새 손님들을 끝내 알아보지 못했다. 심지어 그들이 100번 넘게 그의 집을 방문한 뒤에도 말이다. (위에 밑줄 친 빨간색 단어, 헤르페스가 피곤할 때 입술 가장자리에 흔히 나타나는 가벼운 성병 피부염이 아닐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운이 좋았다!)
단순포진 바이러스가 E.P.의 뇌 일부를 파괴했고, 이 뇌 손상으로 그는 새 기억을 형성하는 능력을 잃은 것이다. 이제
그는 새로운 사건이나 만남을 몇 초 동안만 기억할 수 있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예전에 그가 20년 동안 산 집이 어느 것인지, 장성한 자식이 이웃에 사는지, 그가 손자를 두 명 두었는지 아리송했다. 단순포진 뇌염은 그가 자신의 생각과 인상을 미래로 가져가는 것을 막았고 그와 과거와의 연결, 과거에 그의 삶에서 일어난 일과의 연결을 끊어버렸다. 이제 그는
말하자면 현재 - 지금 이 순간에 갇혔다.
E.P.가 걸린 바이러스성 뇌염의 후유증이 극적으로 명확하게 보여주듯이, 학습과 기억은
인간의 경험에서 근본적으로 중요하다. 우리가 세계에 관한 새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우리의 경험이
우리의 뇌를 변형하기 때문이다.
자극과
기억의 습관화에 관한 부분. 첫 소음에는 놀라지만 반복되는 소음에는 놀라지 않는다. 기억의 습관화.
기억의
습관화와 인지.
교미를
거부하지 않는 암컷에게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수컷 쥐는 한두 시간 동안 교미를 예닐곱 번 한다. 마지막
교미 후 녀석은 지친 듯한 모습으로 30여 분 동안 활동을 줄인다. 그러나
이는 피로가 아니라 습관화 때문이다. 새 암컷에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 지친 듯 했던 수컷은 곧바로
교미를 재개한다. 이와 유사하게 붉은털 원숭이 암수 한 쌍을 처음으로 함께 우리에 넣어두면 녀석들은
자주 신속하게 교미를 한다. 전희는 거의 하지 않는다. 여러
날이 지나면 교미횟수는 줄어들고, 암수는 더 길어진 전희 중에 서로를 탐색하고 자극한다. 그러나 수컷이 새로운 암컷에 노출되면, 수컷은 즉각 흥분하고 발기력이
왕성해져서 전희를 생략한다. (과거 그대는 바람둥이가 아니었다. 기억의
습관화가 범인이었다.)
기억의
상실과 치매는 다르다. (메릴랜드대
Paul Sacco박사. 2019. 2. 2.)
치매(디멘시아 Dementia)는 기억에만 영향을 주지 않고, 점진적이지만 심한
장애를 유발하고 치명적이다. 치매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알츠하이머 병으로 기억상실증(앰네지어 Amnesia)은 증상 중 하나에 불과하다. 치매환자가 보이는 증상은 말을 못하거나 못 알아듣는 실어증(아페이시아
Aphasia), 지시는 알아듣고도 동작은 따라 못하는 운동불능증(어프랙시아 Apaxia), 사물과 사람을 못 알아보는 인지불능증(애그노시아 Agnosia) 그리고 기억상실증(암네시아 Amnesia)이다. 때로는 성격이 변하기도 한다. 알츠하이머협회는 이들 증상을 ‘치매의 4A’라 부른다. 치매는 에이즈 바이러스, 광우병 등을 유발하는 단백질, 측전두엽(側前頭葉) 치매, 일과성 뇌허혈(腦虛血) 발작(TIA), 파킨슨병, 노인성
치매 등 같은 수 많은 원인이 있으나 알츠하이머 질병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 이들 질병의 신경병리학적
공통점 중 한 가지는 뇌기능(기억력 포함) 손상이 점진적이라는
것이다.
치매 말고도 기억상실증의 원인은 많다. 예를 들어 전기충격(ECT)치료나 뇌진탕도 기억상실증을 초래할 수
있다. 한 사람이 둘 이상의 인격을 보이는 해리장애(解離障礙) 환자도 심리적 원인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거나 기억을 상실한다. 드물지만 심인성(心因性) 배회증(徘徊症)으로 집을 떠나 여행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리기도 한다.
기억상실증은
기억을 잃는 것이지만 치매는 뇌기능의 훨씬 많은, 전반적인 손상이다.
(이 글을 쓰는 나는 물론, 읽는 분들도 아직까지 행운을 누리고 계신다. 뇌신경세포 10x14승 - 그 무수한 세포가 아직 대부분 안녕하시고 거미줄보다 수천배 복잡한 뇌 신경망의 기능도 아직 건재하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