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시즌에도 우리은행이 순항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습니다만, 간단히 말하면
지난 몇 년간의 드래프트 상위픽과 트레이드를 통해 구성된 선수진을, 뛰어난 코칭스탭이 탁월하게 지도한 결과 현재 리그 내에서 가장 포지션별 밸런스가 맞는 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름값에 상관없이 말이죠.
그 중에서도 타팀 대비 가장 우월한 부분이 바로 백코트진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뛰어난 득점력과 수비력을 갖추었고, 상황에 따라 언제든 PG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듀얼가드 박혜진, 그리고 지금 말하고자 하는 이승아가 바로 그들이죠.
여기서는 비단 오늘 경기 뿐 아니라 그동안 느꼈던 이승아에 대한 생각들을 간단히 적어볼까 합니다.
1. 탈이 좋다 - 강심장
도박판에서 흔히 하는 말로 '탈이 좋다'고 합니다. 포커페이스라는 거죠.
이승아의 경기 중 모습을 보면 도대체 이 친구가 과연 20대 초반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표정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그것이 강심장 내지는 냉정함의 산물임을 알 수 있는 것은, 이 친구는 실수를 하고 난 뒤의 후속 플레이에서 주눅들거나 위축되어서 혹은 흥분한 나머지 연속적인 범실을 저지르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는 것이죠.
그만큼 실수 후 금방 냉정을 되찾고 차분한 마인드로 경기에 임한다는 점에서, 팀을 지휘하는 PG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인 '강심장'과 '냉정함'을 어린 나이임에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2. 이타적 마인드
어떤 선수든 인터뷰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하는 말이 '궂은 일 잘하고 싶어요' 일겁니다.
그런데 사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실제로 그걸 실천에 옮기는 선수가 많지 않은 반면, 이 친구는 자신이 하는 그 말이 빈 말이 아님을 체감상, 그리고 실제 수치상으로도 느끼게 해줍니다.
어시스트 갯수와 스틸 갯수, 그리고 특히 리바운드 갯수가 수치상으로 그걸 증명한다면, 쓸데없는 파울없이 상대팀의 1번부터 3번까지 막아낼 수 있는 끈끈한 수비력과 수시로 루즈볼을 향해 몸을 날리는 장면 등이 체감상으로 그녀의 이타적 마인드와 근성을 증명하고 있죠.
3. 제대로 된 엔트리 패스를 제 때 넣어줄 줄 아는 타고난 패싱감각 + 연습을 통해 나날이 늘어가는 매력적인 기술들
정말 제대로 된 PG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제 개인적인 기준은, 그 선수가 '골밑의 빅맨에게 제 때, 그리고 정확하게 엔트리 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가' 입니다. 이게 단순히 연습으로는 불가능한 것인데, 이승아 선수는 이걸 잘하더군요. 예전부터.
(PG라면 당연히 갖춘 능력아닌가.... 하실 수도 있지만, WKBL경기를 유심히 보시면 이거 잘하는 선수 보기 드뭅니다. 그렇기에 골밑에 자리잡은, 특히 용병 빅맨들이 제 때 패스가 들어오지 않아 짜증섞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를 종종 목격할 수 있죠.)
거기에 덤으로, 부단한 노력을 통해 습득된 화려한 기술들이 보는 이를 즐겁게 합니다.
특히 여농에서 보기 힘든 behind the back 드리블과 change of direction 을 필요한 순간에 적절히 구사함으로써 아군에게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 주죠.
오늘 경기 몇 쿼터였더라.... 속공상황에서 change of direction 기술을 시전하여 자신에게 따라붙던 마크맨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트레일러로 뛰어들던 양지희 선수에게 완벽한 속공패스를 전달해주는 장면은 가히 오늘 경기의 백미였다 할 수 있습니다.
뭐 이외에도 여러가지 좋은 점들이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그 큼지막한 입과 교정기를 장착한 치아가 매우 매력적;;;;;;;;;)
빛이 밝으면 그림자는 더욱 짙은 법이라고, 아직 매 경기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여 기복이 심하다는 점과 슛 셀렉션이 지나치게 신중하여 공격의 활로를 가끔 막아버리는 것 등의 개선되어야 할 단점도 많기에 완전체라고 하기에는 다소 어폐가 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보여주는 모습만으로도 신한은행의 최윤아 선수, 같은 팀의 박혜진 선수와 더불어 향후 국가대표 백코트진의 핵심이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과연 그녀가 어디까지 성장할지.... 그리고 언제쯤 교정기를 뺀 치아를 드러내며 그 큼지막한 입으로 활짝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ㅎㅎㅎ
첫댓글 글 잘 읽었습니다^^ 어제 경기에서 더블 더블을 기록하면서 정규리그 500득점을 돌파했습니다ㅎㅎ 가끔은 지나칠 정도로 겸손한거 아닌가 싶을 때도 있지만 이런 부분은 실력만큼 인성도 훌륭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하더라구요. 늘 코트 위에서 열심히 뛰어다니고 묵묵히 자기 할일을 200프로 해줘서 경기 보는 사람 눈호강 시켜주니 좋네요 앞으로가 참 기대됩니다~
궃은일 하는 것과 수비 모두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멘탈도 본인이 약간 4차원이라더니
강심장이어서 좋구요.
슛이랑 기복만 보완한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 같아요.
동감입니다 멋지네요 ^^
야구선수중에 최정이라고 ^^있는데 그선수랑많이비슷한거같아요
이승아 선수 데뷔 때부터 춘천에서 신선함으로 팬들의 사랑 많이 받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