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무이님...오늘은 뭘 하세요?!"
"네! 오늘은 단체봉사가 있어 시외로 나갈거 같습니다. 여기 인근 성심원에요 !!"
"대단하시네요 무이님!! 전 용기가 없어서..."
"천만에요...사실 님도 잘하실겁니다... 저와 이런 메일 교환도 봉사아닌가요?..ㅎㅎ"
"용기가 필요한 싸움터도 아니구요... 그냥 나의 생활이라 생각하심 됩니다"
"옆집이나 가까운 이웃노인분들과 하루에 10분씩만 말 벗하는거 부터..시작하면 어르신들 마음이
자연스레 열립니다"
"어머나!! 그래요?..저도 가능할런지 원체 쑥맥이라서요!!."
언제부터였을까...
인터넷망속 친구란을 통해 알게된 어느 여성분과의 메일 내용이다
대구 낙동강 인근이 고향이란 공통점에다 고향을 주제로 시보에 실린 내 글로 인해 우연찮게 연결이되어 일상생활에서의 감성등을 멜로 보내주곤 하던
"마리안느"란 대명을 가진 여인이었다
그런데 이 여인으로부터 몇달째 소식이 없었다
이유가 뭘까?..
원래 다정다감하게 글 적지 못한 내게 식상했을까?
그래도 벌써 3개월이나 됐는데....
못내 아쉬웠다
정기공연준비로 하루하루가 바빴다.
전과마찬가지로 시내에서 실내 공연장에서 한다면
별 문제가 없었으나
시골 공터에서 한마당 잔치를 벌이려 하니
공연 규모나 구성등 초장부터 벽에 부닥치기 시작했다.
공연 이틀전 창원 보조경기장에서 마지막 리허설에 들어갔다.
"야!!북춤추고나면 소고팀 개인놀이 바로 들어가야 될꺼 아냐?!!!"
"너 이리와봐!!공연 순서를 알아!몰라?!!여기가 중앙이잖아!!!....."
"도대체...너거 머리들은 돌아가는기 맞나?!!!!"
단원들 닥달하랴....그쪽 유지분 만나랴....
신경이 날카로울대로 곤두섰을때는 그저 친구들과의 술한잔이 최고였다
술자리에서도 집에와서도
새로운 시도를 목적으로 하는 공연이라 긴장이 풀리기는 커녕
오히려....주위사람들께 짜증만 더 부리는것 같았다
그날도 지인들과 술 한잔후 귀가하여 공연 마지막 점검차 컴을 켰었다
...안녕하세요?..마리안느예요...
...화나셨죠?
...죄송해요...말씀드린다는게 오늘에서야...
...사실은 교통 사고가 있었어요...
...제가 초보 운전자라 급하게 제동을 걸다가 추돌했답니다....
...그래서 왼쪽다리에 골절상을...."
난 다시 한번 더 확인했다
틀림없는 그녀였다
그런데 참 묘하다...
그립지도 않았고 또 나와 특별한 사연있는것도 아닌데...
더군다나 그녀의 일방 중단으로 인해 점차 잊혀져 가는 중인데~
멜 확인하고 그녀임을 알고
얼마나 가슴 벅차오름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새삼스럽게 그녀와 대화해야 한다는 충동감에 취기가 싹 가셨다
발신 날짜와 시간이 불과 두어시간 전이였음을 확인하고 급하게 멜을 보냈다
...지금 건강은 어떠세요?..
...움직일수 있어요?
...왜 그랬어요?...
...말씀하시지 않구?...
...나 지금 컴앞에 앉아 있어요..
...움직일수 있는지와 11월 3일 오후 5시에 시간 나는지?...
...지금 빨리 멜 보내주세요...
수신자 확인을 클릭하고 잠시 기다리는순간
만가지 생각이 교차됐다
그래...
'그녀를 공연장에 초대하자'
1시간여가 흘렀을까 그녀의 답이 왔다
...무이님 정말 반가와요..
...고마와요 잊지않아서요..
....많이 주저했는데 미안터라구요..
...그래서 무이님께 보낸거구요...
...그런데 무슨 일 있으세요?...
...지금 다리가 좀 불편하지만 움직일 수는 있을거 같아요.
...시골에 내려갈 예정입니다...
그녀가 움직일수 있단 말에 쾌재를 부르며
...그럼 말입니다. 멜로 장소와 시간 보낼께요..
...꼭오십시요..사실은 제가 공연하는 날이거든요
...풍물놀이 아십니까?...북 장구 이런거...
...아~~ 알아요 저도 몇년 전까지 취미로 장구 조금 배웠는걸요~
...나..무지 좋아했는데...정말 가도 돼요?...
...무이님이 초대한다면야 반드시 가죠..뭐~
...그날 얼굴도 함 보고요...
난 그녀의 글에서 생기가 감도는걸 느꼈다
그녀가 우리 놀이 풍물을 안다는데 호감이 갔고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묘한 감정이 일었다
그녀의 메세지
...그런데 우리 어떻게 알아봐요?
...아~내가 아직은 다리가 불편하니까...
...다리 불편한 여자만 찾으심 되겠다....
...아시겠죠?...
드디어 11월3일 공연 당일날 오후
난 친구를 비롯한 일행들과 함께 공연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공연장의 마당은 누가 작업했는지 깨끗하게 손질되어 있었고
한 켠에서는 시골내음 물씬나는 소고기국이 끓고 있고
돼지 수육이며 막걸리며 나물이며..겉조리며...면단위 잔치였다
단원들의 손길도 바쁘게 움직였고 만장깃발을 다는걸로 마지막 준비를 마치고
최종 리허설에 마쳤다
날이 어두워지고 조명에 불이 밝아질때
그날따라 기온이 급강하해서
체감온도가 0 도쯤 되지않았나 싶다
본인의 진행으로 공연은 무르익어갔고
이윽고 개인놀음이 끝나고 마지막 판굿이 벌어졌다
공연 내용은 부산 아미농악이라 주내용이 농사굿이고 마지막판은 구경꾼과 치기배가 함께 하는 뒷풀이였다
이른바..
모두함께 어우러져서 한바탕 신명을 내는 자리이다
그런데...
그날은 날이 너무 추운 관계로 얼마의 구경꾼과 노인분들만 나오셨다
나도...
그렇게 끝을 낼 요량으로 상쇠에게 언질을 줬다
이윽고 전부들 관객에게 인사하고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공연을 마무리 하고 찾아주신 유지분들과 지인들에게 인사를 하면서도
그녀 '마리안느'를 찾았다
'다리가 불편하다고 했겠다?'
'다리가 불편하다고 했겠다?'
이 말을 상기하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뜻하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너무 날이 추웠음인가?
전부들 추워서 웅크리고 구경하시는바람에 관람석에서 일어나시는 분들마다 전부 다리를 절뚝이는게 아닌가?
...아연실색했다
어찌 이럴수가?..
200여명중에 몇분만 괜찮으시고 대부분 불편하신 모양이었다
~아....방송해야지...~
"네~ 저희들 찾아주신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금 매우 어둡고 많이 춥습니다 조심하셔서 귀가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난 뒤....
난 그녀를 잠시 잊고 있었다
불현듯 생각이 나 급히~~
"참...마리안느님을 찾습니다.....음성 들리시면 이쪽으로 와주십시요!!..."
이 말을 들은 친구넘이 내게 급히 달려오면서
"니 술챘나?..정신챙기라 문디야....여기가...컴안인줄아나?!!!"
없다...
안보인다...
마무리로 분주한 우리식구들밖에
단원들의 이상한 시선도 아랑곳없이
난 또박또박 다시 한번 더 ㄷ
"마리안느님!..제가 무이입니다... 제 멘트 들리시면 손들어보십시요!!"
허공에서 떨어진 별똥별처럼 스러져 없어지는 나의 멘트.....
미간 모으며 주시했건만
공연장의 차량이나 사람들은 이미 빠져나간 뒤였다
'오셨을까?'
단원들과의 뒷풀이와 이튿날까지 계속된 후풀이(?)로
일요일 저녁에사 귀가했다
혹시나 하며 열어본 컴편지란에 그녀의 글은 없었다
난 밀려오는 피로감과 허탈감에
깊은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오전 일정을 끝내고 난후
공간에 들러보았다
사실 엉망이였다
장비며 공연도구며 사물이며..등등
꾸역꾸역 후배넘들이 들어왔다....
수고했다며 찰떡 한 보따리와 콜라몇병 놓고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뒤 따라온 후배 녀석이쪽지를 전한다
"행님예~ 무이가 누군교?...
아까 문틈에 이기 낑기가 있데예...어느넘이 이상한 이름가꼬 헷갈리구로 하는공?.."
...무이님...
...역시 무리했는가 봐요
...날이 너무 추워서 혼났어요
...그래도 친구와 끝까지 앉아 있었어요...
...그런데...
...ㅎㅎㅎ 저도 놀랐어요...
...저 말고도 환자들이 저렇게...
...무이님도 놀랐죠?...
...사실은..언니하고 저 우스워서 막웃고 있었거든요...
...무이님 만나고 싶었지만 같은 단복이라...누가 누군지... 담에 보기루 하고 바로 시골로 갈까봐요
...아무래도 시골에서 쉬어야 할거 같아요...
...조만간 연락드릴께요...
ㅡ마리안느ㅡ
첫댓글 마리안느 그녀는 무이 님 을보고 있었네요
멀리서 ~~
무이님
글이 한편의 그림 같네요
글쎄요...보고 있을까?
이름도 몰라 성도 몰라...
흔적 감사합니다
마리안느 세례명 같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관람석에서 다리를 아파하며
일어났군요 참으로 유모어극 같은 장면입니다
결국 마리안느도 참석은 했지만 정체를 밝히지
않았네요 풍물놀이 복장으로 있으면 사실 알아
보기 힘들지요 글 잘 보고 갑니다.
저 역시 궁금하여 알아보니 불란스에선
마리안이라 했답니다
실존 인물이 아닌 가상의 여성이랍디다
옷이 전부같은 오방색이라 ㅎㅎ
숨바꼭질했나
무이님을 혼자만 관찰했나
외모에 자신이 없었나
알 수 없는 마리안느
그리곤
시골로 내려갔다.
참 재미있어요.
숨도 안쉬고
주르륵
읽었답니다.
공연도 이만큼
재미있었겠지요.ㅎ
그날 기온이 급강하해서
사실 취소까지 고려할 정도였습니다
숨바꼭질이면 언젠간 찾겠죠?
좀 헷갈리네요
무슨 곡절이 있는 거 같은데...
아무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만나선 안될 운명이었나 봅니다
마리안느.
이름도 글에서도 신비를 느끼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신비는 무슨요~~
우연 찮은 건 아니지만
흔치 않은 건 사실이니 희한 한거겠죠?
에효 그래찾았건만 참말로 속이터져 불것소 ㅎㅎ
근디 사실내도 사물놀이 할라꼬 장구를 안배웠능교 덩덩덩더쿵 ㅎㅎ
캬 ~~조오타~
징은 바람을 일게 하고
북은 구름을 불러
쇠(꽹과리)는 천둥을 내리쳐
장구가락은 비를 만들어내지요
그 산속의 정경 같지 않소이까?
마리안느~~~
조금만 용기가 있어도 만날 수 있었을 텐데
많이 아쉽네요
아~~
그렇구나 용기란게 없었구나
정래님께선 아직도 감성이 넘치나 보다
글쵸? ㅎ
지난이야기
소소한 행복이
잠시 옷깃을 스친 기분입니다
누구에게나 추억은
늘 그리움으로 남는 것
그렇게 스친 인연이 좋아요.
저도 비스므레 닮은 인연이
있었거든요.ㅎㅎ
재미납니다.
감추고 싶어야 되는데
나이 드니 스스로 까발립니다~
주책인가 이것도 ㅎㅎ
마리안느라~
불란서 혁명에서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하는 이름이라 했는데
20년 전에 그걸 입에 달고 지냈군요.
비록 자유 평등 박애가 절룩거릴지라도
입에 달고 살아야지요.
요상한게 속맘에 자리 잡아
달 포가 지나도록 떨칠 수가 없었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