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우리 동네 수지로 처음 이사 왔을 때
서울과는 공기의 청량감이 사뭇 다른
눈을 감고 50m를 걸어도 부딪침이 없는 동네였다.
3년 전
호화청사 논란도 있었지만, 구청이 신청사로 들어서고
60세 이상 실버 세대가 이용할 수 있는
노인 복지회관도 청사만큼 크게 같은 건물이 되었다.
아직 노인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거다.
노인 복지회관 앞을 지나 바로 길 건너에 있는 롯데마트를
사흘이 멀다고 다녔지만
노인 복지회관엔 지난 3년 동안 관심도 없고
눈길도 주지 않았다.
며칠 전
민방위 대장님들이 모여 신분당선 연장 시승식에 다녀오다가
옆에 계시는 분이 자랑하는 소리를 들었다.
본인은 복지회관에서 자주 2,500원에 점심 식사를 하는데
시설도 좋고 식사가 아주 괜찮다는 거였다.
수묵화를 배우시는 중인데 식사를 한 후에 수강을 하면 딱이라는 거다.
60세 이상 회원증이 있어야 하는 거란다.
고뤠?
한번 들려 봐?
동네의 편의 시설을 굳이 외면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그런다고 돌아갈 수 있는 청춘도 아닌데 ...
어제 탄천을 걸으러 나가는 길에 낯설던 노인 복지회관에 들렀다.
사진도 찍고 회원증을 만들어 봤다.
취미 생활과 운동, 어학 등 수강 종목이 60개나 되고
3/4 분기로 나누어 4개월의 수강료가 32,000원이란다.
나 같은 경우는 아버지께서 그 옛날
화랑 무공훈장의 공을 세우셔서 국가 유공자가 되셨으니
그 수강료 중에서도 반값이라네 ..
오늘은 롯데마트에서 장을 좀 보자.
어제 회원증을 만들었으니
가는 길에 회관에 들러서 처음으로 밥도 좀 먹어 보자.
11시 반에 식당으로 들어서니
하얀 대리석 식탁에 까만 의자로 산뜻하게 잘 정돈 된 넓은 자리와
주방엔 하얀 헤어캡과 마스크를 낀 열 사람 가까이 되는 미인 아주머니들이
웃는 모습으로 배식하는 모습이 보인다.
로비에도 웃음이 가득한 젊은 아줌니가 안내를 한다.
식판을 들고 앞으로 갔다.
"잠시만요.
여기는 60세 이상만 오셔야 하는데요."
- 육 학년 오 반은 안 되나요? -
푸하하 ~
여기저기서 배식하시던 아주머니들이
"한턱 내세요."
- 집 팔아야겠어요. -^^~
오늘은 화장도 하지 않은 민낯인데
까딱하면 쫓겨날 뻔했다. ㅎㅎ
바로 쪄낸 밥이라 맛이 기가 막히다.
양배추 쌈에 강된장, 제육볶음, 꽃새우 마늘쫑 볶음, 배추김치, 소고기 미역국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깔끔한 한 상이었다.
남이 차려 준 밥이라 더 맛있다.
마켓으로 가는 발길이 즐겁다.
우리 동네가 참 좋은 동네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고가 없는 안전한 동네로 뽑혔는가 하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장수촌(84.8세)으로 뽑히기도 했으니
이만하면 축복받은 동네에 살고 있음이 분명하다. +^^+
분당 설대병원을 이용 하셨군요.
주변에 서울대벙원을 비롯해
동국대 한방병원 등
굴지의 병원들이 많아요.
강남까지 30분이니 편리하지요.
가을님 .. 덕담 고맙습니다. ~
항상 즐거운 일만 있으시길요. ~
조금만 나가면 문화 시설들이 많이 있습니다.
60 초반 나이에 노인들 시설에는 가기 좀 그렇지 않을까요 ?
2.500 원짜리 밥은 먹어 보고 싶습니다.
기준이 어디 있겠어요.
나라에서
그 나이가 되면 이용하라고 만들어 놓은 시설이니
스스로가 ok 하는 날 가는겁니다.
경험상 2,500원 짜리 밥 훌륭합니다. ^^
가족과 맛있는 저녁 함께 하세요. ^^
저도 몇년전까지는 한 네살 정도 따운시켜도 아무도 의심도 안 했어요 이젠 더 보는거 같아서 눈물납니다 60살 이하로 보이는 얼굴 ㅋㅋ 진짜 집 팔아서 파티하세요
그곳은 식사 한끼만 파나요? 제 개인적으론 세끼 다 팔았음 좋겠어요 예전 살던 동네가 신도시 개념으로 커지는데 그런 문화복지센터를 내년부터 짓는데요 밥 세끼 다 팔면 이사가고 싶어요 부러운 얼굴로 좋은 동네 사시네요^^
몸님이야 준수한 외모시니
세수 자주하시고
스킨 로션 꼼꼼히 바르시면
금방 좋아 질거예요. ^^
가까운 일본도 보면
나이든 사람들의 보금자리는
모두 번화가에 있다고 하더군요.
주변과 많이 소통해야 한다는 의미겠지요.
근데 세끼 다 주는데는
요양원과 실버타운 밖에 없을거예요. ^^
한밤이 깊어 가네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굿 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