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원로 정치인이며 소수민족 타밀족의 인권을 개선하려고 노력한 라자바로시암 삼판산(Rajavarothiam Sampanthan)이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변호사이며 스리랑카최장기 국회의원 재임 기록을 갖고 있는 고인은 30일 수도 콜롬보에서 눈을 감았다고 영국 BBC가 다음날 전했다. TNA 지도자 MA 수만시란이 엑스(X, 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그의 죽음을 확인했다.
그는 지난 23년 동안 이 나라의 북부와 동부에 흩어져 사는 타밀족을 대변하는 여러 정파 연합체인 타밀민족연맹(TNA)을 이끌어 왔다. 2009년 타밀 호랑이 분리주의 세력이 패퇴한 뒤에도 그는 계속해서 자신의 부족 집단의 이익이 해가 돼도 타밀족의 동등한 권리를 요구해 왔다.
2015년 삼판산은 야당 지도자로 지명돼 32년 만에 의회 내 지위를 갖게 된 소수민족 출신으로 기록됐다. 2022년 그는 유엔 인권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싱할라족이 이끄는 정부가 타밀족 박해를 계속해 정치범들을 무기한 가두고 피란했던 민간인들이 분쟁지역 내 토지에 돌아오지 못하게 막고 그 지역을 군사기지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소수민족들을 겨냥한 인권 침해 사례들을 조사할 것을 국제사회에 촉구했다.
삼판산이 세상을 떴다는 소식에 정치적 내분과 관계 없이 많은 이들이 추모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게 중에는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도 있었는데 그는 2009년 내전을 유혈 종식시킨 인물이다. 마힌다 라자팍사는 제6대 대통령(2005~2015)이었으며, 제13대 총리(2004~2005, 2018, 2019~2022)를 지냈다. 인프라 개발과 경제 성장 등 각종 성과를 냈지만, 동시에 언론과 야당 탄압, 싱할라인 불교 과격파를 앞세운 노골적인 국수주의를 내세웠고, 3선 시도가 실패하자 친동생 고타바야를 대신 출마시켜 당선시키는 등 족벌정치로 국내외에서 커다란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