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사도 2,44)
초대 교회 공동소유의 삶은 현대의 신앙인들에게 수도자들의 공동체가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이해된다. 초대 교회가 지향했던 것은 단순히 재산을 공동소유하고 사용하는 것에 있던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사랑의 계명 특히 이웃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신뢰와 나눔의 공동체였을 것이다. 이러한 그리스도교적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 〈르 아브르〉를 소개한다.
프랑스의 항구도시 르 아브르에 사는 마르셀 막스는 구두닦이로 하루하루를 먹고 사는 노인이다. 어느 날 불법 난민 소년 이드리사 살레를 발견하고 도와주는데, 그날 밤 그의 아내 알레티도가 병으로 쓰러진다. 그는 아내의 병수발과 함께 집에 찾아온 이드리사를 그의 엄마가 있는 영국으로 보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그의 이웃들도 적극적으로 돕는다. 한편 경찰인 모네는 이드리사를 찾다가 마르셀을 의심하며 주위에서 그를 감시한다. 마르셀은 이드리사를 영국으로 보낼 배편을 알게 되고,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콘서트를 열어 마침내 단속반의 눈을 피해 이드리사를 영국으로 떠나보낸다. 그리고 다음날 그의 아내는 기적적으로 병이 치유되고 함께 집으로 돌아와 예전의 삶으로 돌아간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마르셀과 그의 이웃들 심지어 경찰인 모네까지 너무나 순박한 사람들이다. 마르셀이 이드리사를 숨겨준 것을 고발한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서로를 돕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특히 마르셀이 아무 연고도 없는 이드리사를 숨겨주고 그를 영국으로 보내기 위해서 갖은 수고를 마다하지 않을 때, 이웃들은 함께 연대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돕는다. 비록 가난한 소시민의 삶을 살고 있기는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낯선 이를 돕는 것에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동참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이웃사랑은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가? 도시화, 산업화와 함께 이웃에 대한 태도도 점점 무관심과 불신으로 변해가는 현실에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것일 수 있다. 그저 이웃에게 피해주지 않는 정도에서 신앙인의 역할을 한정지을 수도 있다. 명심해야 하는 것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이웃이란 내 주위에 내가 아는 사람, 내가 호의를 베풀면 되갚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내 도움이 필요한 어떤 이, 심지어 알지 못하는 이들이라는 것이고, 이러한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천과 나눔은 내가 가진 믿음의 척도로 자연스레 드러나게 된다.
최근에 한국을 방문한 살레시오회 원선오 신부님은 “사랑은 행동으로 이뤄진다.”는 말씀으로 나눔의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복음을 전해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사명의 가장 밑바닥에 이웃을 향한 구체적인 사랑과 나눔의 실천이 있음을 인식하며, 지금 눈앞에서 만나게 되는 낯선 이들을 향해 경계심과 무관심 대신에 따뜻한 말과 호의를 가질 때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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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포인트 - 모네가 마르셀의 집을 방문해 단속 정보를 알려주는 장면 (1:11:19~1:13:12) 모네가 갑자기 마르셀의 집을 방문한다. 마르셀은 모네가 이드리사를 검거하려고 하는 줄 알고 그를 의심하는데, 모네는 갑자기 태도를 바꾸며 단속반이 올 것을 미리 알려준다. 마르셀은 이웃의 도움을 받아 이드리사를 무사히 대피시켜 배에 숨기는데, 갑자기 그곳까지 찾아온 단속반에 적발되는 순간 모네의 기지로 위기를 무사히 넘기게 된다. 모네는 경찰의 임무대로 불법 체류자인 이드리사를 단속해야 하지만 진짜 범죄자가 아닌 죄 없는 이드리사에게 호의를 베풀 줄 알았다. 경찰로서의 그와 신앙인으로서의 그가 충돌할 때 모네는 신앙인으로서의 올바른 선택을 했던 것이다.
*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들 -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 세상 안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는가? - 주위에 함께 사는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며, 그들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가? - 이주노동자를 어떻게 바라보며 어떤 태도로 그들을 대하는가?
* 조용준 니콜라오 신부는 1992년 성바오로 수도회 입회하여 2004년에 종신서원, 2005년에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06년-2008년 NYFA Filmmaking 과정 수료후, 현재 영화, 인터넷, 뉴미디어를 담당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