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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온 10대들은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고 절규한다. 입시 일변도, 성적 지상주의 교육은 아이들을 약육강식의 전장으로 내몰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도를 더한 물량 위주의 교육정책은 교실을 더욱 황폐화시켰다. 우열반 편성, 0교시와 심야보충학습, 특수고 확대 등으로 아예 학교를 '시험 공화국'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미친 교육'이라는 아이들의 절박한 외침을 부정할 수 있을까. 2008년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은 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무엇인지를 회의하게 한다. 마른장마 속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를 뚫고 충남 금산군 남이면 석동리 금산간디학교를 찾았다. 금산간디학교는 학생 스스로 자신의 길을 완성해 가는 자유교육의 실천 현장이다. 양희규 교장을 오랜만에 만났다. 산청간디학교가 문을 열기 한해 전 그와 교육문제를 놓고 밤 새워 토론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1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는 여전했다. 교육에 대한 그의 열정적 태도와 자유로운 사고는 변함이 없었다. 그 당시보다 더 망가진 우리 교육의 현실을 따지듯 들이대며 답변을 채촉했다.
-우리 교육이 잘못 가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만, 요즘 들어선 교육에 절망한 아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인생에 정답이 없듯이 교육에도 정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교육은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의 한국 교육은 아이 부모 사회 모두를 불행하게 하는 '나쁜 교육'이 분명합니다. 나쁜 교육은 어린이들에게 마음껏 뛰어놀아야 할 아이다움을 빼앗습니다. 청소년들에겐 진정한 삶과 가치관에 대한 배움의 기회를 박탈합니다. 사교육비 마련을 위해 많은 어머니를 파출부로 내몰고 기러기 아빠를 양산합니다.
-도대체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요. 원인을 알아야 처방전을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잘못된 교육을 정부나 교육청, 입시제도의 책임만으로 돌릴 수 없습니다. 총제적인 사회인식이 교육을 잘못 가게 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교육의 문제를 잘못된 정책의 문제와 함께 부모들의 비합리적 이기심에서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내 아이만은 좋은 대학에 보내겠다는 과도한 욕심이 문제지요. 상당히 개혁적인 부류의 사람들도 자식의 교육 문제에서만은 앞뒤 꽉 막히는 경우를 많이 봐 왔습니다.
-일류대학을 가지 못하면 사회에서 낙오한다는 미신 같은 피해의식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미래에 대한 근거 없는 불안이 문제입니다. 자녀의 적성이나 개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부모가 더 설칩니다. 근.현대사의 숱한 질곡 속에서 살아왔던 아픈 경험들이 은연 중 우리의 뇌리를 짓누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얼마 전에 중3 학생 30명에게 물어 봤더니 대부분이 앞으로 뭐를 해 먹고 사느냐를 생각하는 게 고통스럽다는 답을 한 적이 있어요. 성인사회의 빗나간 현실인식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이된 것이지요. 어쩌면 이건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병리학적인 문제로 다뤄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우리의 급속한 성장과정에서 불거진 물질만능, 천박해진 사회적 가치관과 문화가 교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겁니까.
▶한마디로 압축적 성장 과정에서 물신주의가 팽배해졌습니다. 성과가 가치를 판단하는 잘못된 풍토가 교육을 왜곡시킨 것이지요. 물질에 영혼을 팔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것도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집단적으로. 그러한 것이 우리의 문화를 굉장히 천박하게 만들었고, 교육에 그대로 반영된 것입니다.
-우리 교육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면서 산청간디학교가 출발한 것이 지난 1997년이지요. 그때 양 교장께서는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땅의 교육은 인간을 성숙시키는 교육이 아니라 인간을 망치는 압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폭력적 교육에 굴종할 수 없다는 생각이 대안교육이란 새로운 길로 들어서게 한 것이지요. 간디학교의 출발은 행복한 학교에서부터입니다. 병든 교육 속에서 망가져가는 아이들에게 행복한 학교는 절실한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당시 비인가 학교로 출발하면서 감옥 갈 생각까지 했습니다. 간디의 불복종 정신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제게 간디의 불복종 정신은 천박한 문화와 교육환경 속에서 대안문화와 대안교육을 창조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간디학교는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목표, 교육적 이상을 갖고 있습니까.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한 인간에게 신체의 건강, 자유로운 정서와 감성, 지혜를 골고루 길러주는 전인적 교육에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 교육에서는 사랑과 자유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전인적 교육을 위해서는 자유, 즉 자발성의 교육과 교사.학생 사이에 사랑이 절실합니다. 서로 존중하고 관용하고,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교육에 인격이란 것은 찾아볼 수 없잖아요. 인격을 전제로 한 교육이 필요성을 절감했고, 현실 속에서 실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도권 교육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자율성이란 생소하고 부담이 될 테인데요.
▶타율성에 길들여진 아이들이 처음 6개월 동안 상당히 갈등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진지하게 새로운 환경을 탐색하면서 적응하곤 하지요. 자율성도 무한자유가 아닙니다. 스스로 책임지는 것을 전제로 하는 자율입니다. 자신이 맡은 일은 자신이 해결해야 합니다. 교과도 아이들 스스로 선택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자유인의 의지력을 배웁니다. 그게 바로 지혜를 배우는 길이기도 하지요. 자기 발견의 지혜를 통해서 자신과 세상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갖춰가는 겁니다.
-공동체적 자율성의 실현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집니까. 식구총회에서 주요 의사결정을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매주 주말께 전체 구성원 전체가 모이는 식구총회를 엽니다. 이곳의 생활규칙이나 중요한 행사 등이 모두 여기서 결정됩니다.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일까지 다뤄집니다. 예를 들면 누가 청소를 안했나, 혹 누가 폭력을 쓰지나 않았나 하는 것들도 논의됩니다. 그리고 자율적인 견책도 결정되고요.
-학생들의 흡연문제를 식구총회를 통해 해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몇 해 전 산청간디학교에서 흡연문제가 식구총회에 오른 적이 있어요. 학생 세 명에 한 명꼴로 담배를 피웠습니다. 갈수록 흡연자가 늘어나자 아이들 스스로 흡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칙을 정했어요. 한번 적발 땐 교내봉사, 두 번 적발 땐 교외봉사, 세 번 적발 땐 자퇴한다는 엄중한 벌칙을 마련한 것이지요. 선생님들이 나서서 너무 심한 벌칙인 것 같다, 그것을 어떻게 지킬 수 있겠느냐, 조언도 했지만 강행을 했죠. 결과는 좋았습니다, 대부분이 담배를 끊었죠. 저는 그것을 보면서 자발적 결정, 자율성의 효과가 엄청나다는 점을 새삼 확인했죠. 끊기까지 고통스러웠겠지만 학생들은 스스로 명예의 소중함을 깨우친 것이지요.
-외국의 대안학교 몇 곳을 둘러본 적이 있습니다. 공통점 중 하나가 노작교육, 즉 의식주교육을 중요시하더군요. 이곳에서는 어떻습니까.
▶교육은 정신과 육체의 균형을 갖춰야 합니다. 그것이 노작교육을 실시하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또 육체노동의 귀중함을 깨우치는 과정에서 계층과 계급의 차별을 없앱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생활 속에서 자연과 조화되는 삶도 추구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노작교육이 일주일에 3~6시간으로 전체 수업의 4분의 1정도 할애하고 있습니다. 교과목은 목공 농사 원예 옷만들기 도자기 집짓기 등이 있습니다.
-집짓기까지 합니까.
▶졸업생들의 공동과제로 집짓기가 있습니다. 숲속작은학교 운동장에 있는 정자나 본관 아래쪽 공간의 벤치 등이 다 졸업생들이 졸업과제로 공동 작업한 것입니다.
-교과과목은 정규학교가 아니라서 상당히 자유로울 것 같은데요. 어떤 과목을 가르치나요.
▶국영수 생태학 인권 여성 철학 심리 논리학 시사문제 등 이 개설되어 있고, 이들 과목에서 학생들이 선택해 수업합니다. 또 교과목의 신설 등은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됩니다. 가령 이번 학기에 영화과목을 듣고 싶다는 공론이 나오면 영화과목을 신설하죠. 교사는 전문가를 초빙해서 수업합니다.
-1999년 영국 하틀랜드의 작은학교를 취재한 적이 있는데요, 교과 절반 이상이 지역사회의 전문가 학부모들이 나서 수업을 하더라고요.
▶이곳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윤리수업 원예수업 제과제빵수업 등은 지역주민이나 학부모가 맡아 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는 바로 학교의 토대이자 울타리입니다. 그것이 우리학교 또 하나의 모토이기도하고요. 지역 주민들과 원활한 관계, 상호 협조하는 관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이곳에 정착하면서 학교 주변에 30여 세대의 '금산 숲속마을'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사회의 문화 역사 경제적 자원을 교육적으로 적극 활용하자는 겁니다. 지역사회를 바탕으로 할 때 이론과 삶이 통합되는 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학교 차원에서 기업적인 구상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최근 들어 교육적 여행을 위한 기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졸업생들이 중심이 돼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것이지요. 재학생들도 인턴으로 활동하고요. 참 우리 학교 학생들은 2~3학년 때 지역 기업이나 단체 등에서 1~6주간씩 인턴십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간디학교의 특징 중 하나를 들라면 교권의 중심이 교사라는 것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교사공동체란 협의체가 인사, 재정 문제까지 다 결정합니다. 학교장이 결정한 사항도 교사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간디학교는 '교사공화국'이라고 하지요. 바람직한 것 아닙니까. 물론 교사들이 경영마인드와 사회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문역의 이사회는 두고 있습니다. 이사회는 졸업생 학부모가 주축이 되어 구성됩니다.
-지난 10년간 간디학교를 통해 대안교육의 성과를 말씀하신다면
▶좌절도 있었습니다만, 성과도 많았지요. 간디학교가 앞장서서 대안교육의 틀을 일정 수준 구축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또 사랑을 바탕으로 한 교육의 기초를 닦았다는 점을 이야기할 수 있겠군요. 사랑과 신뢰의 관계를 구축한 것은 우리 교육문화에 큰 변화를 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교육 역시 우리 교육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무엇보다도 같은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교육모델을 만들었는데도 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예 제천간디학교는 지역사회의 참여형, 금산은 자유교육의 모델로, 산청은 공교육에 대한 대안모델로 상정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산청중학교는 자기 주도적 학습모델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자기 주도적 학습이라니 매우 실험적 교육방법 같은데요. 자립구조를 만드는 게 급합니다. 슬로라이프센터 등을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에게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려 합니다. 체험교육장, 대체에너지사업 등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몇 해 전 설립한 대안교육센터를 통해 대안교육의 연구개발과 활성화에어떤 교육모델입니까.
▶1대 1 프로젝트 수업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학생 스스로 학습 목표를 결정하는 겁니다. 학생의 개인 프로젝트가 바로 수업인 것이지요. 철저하게 자기 관심에 기초한 학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령 식물 연구, 경찰관 일상에 관한 연구, 공룡 연구, 인간 신체근육과 뼈대에 관한 연구, 수학증명에 대한 연구 등 스스로 학습 분야를 정합니다. 그리고 자기 주도적으로 집중 학습하는 겁니다. 한 학기에 두 번 발표회를 갖는데, 일주일씩 진행됩니다. 그때는 그동안 자기가 연구한 결과를 부모와 지도교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발표합니다. 멘토링을 통해 지역사회의 전문가 등이 길잡이교사의 역할을 해줍니다.
-구체적 사례를 들어 주시죠.
▶한 여학생의 경우 경찰관 일상에 대한 것을 학습 목표를 삼았는데, 두 달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파출소로 출근해 경찰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부모가 그 모습을 보고 공부하러 보냈는데 엉뚱한 짓을 한다며 아이를 자퇴시키려고 했습니다. 저희들은 일단 지켜봐 달라고 했었죠. 몇 달 뒤 아이가 중간발표를 하는 모습을 보고 부모가 눈물을 흘리며 감동한 일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나 특별한 계획을 갖고 있다면.
▶지난 10년 동안 나름대로 대안교육의 틀을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재정적으로 안정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인가라서 많은 학비도 받지 못하고, 어려운 학생도 일정 부분 수용해야 합니다. 재정적 도 힘을 기울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교육개혁을 위해 한 말씀 해주시죠.
▶교육만큼 개혁하기 어려운 부분도 없습니다. 진보적인 사람도 교육만큼은 보수적으로 돌아섭니다. 지식교육, 입시에만 매달리는 퇴행적 교육으로는 우리 미래가 어둡습니다. 전인교육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대입니다. 아이의 선택과 개성을 살리는 전인교육, 자유교육으로 우리 교육의 가능성을 열어야 합니다. 최근 산청간디학교는 변질됐다는 지적도 많이 듣습니다. 제도권에 편입됐다는 이야기죠. 어떤 면에선 교육만큼 위험한 것도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틈만 보이면 주류문화가 침투해 옵니다. 이곳의 자유교육, 전인교육의 결과는 10년 뒤쯤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이 학교 출신 졸업생들이 그때 어떻게 살아 가는가로 입증될 것입니다.
출처:http://blog.daum.net/beyoung/15436461
◇나의 생각
간디 학교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가 네이버 블로그에 간디학교 교장선생님과한 인터뷰 내용이 있어서
가져와 올렸습니다. 간디학교에 대한 여러 기사와 소개가 있지만 인터뷰한 내용에서 쉽게 간디학교를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하번 읽어봤으면 합니다. 간디학교가 비인가학교가 아닌 정규 과정으로 인정 받아 이런 교육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이 더 많은 도움을 받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