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얼굴
김현승
내게 행복이 온다면
나는 그에게 감사하고,
내게 불행이 와도
나는 또 그에게 감사한다.
한 번은 밖에서 오고
한 번은 안에서 오는 행복이다!
우리의 행복의 문은
밖에서도 열리고
안에서도 열리게 되어 있다.
내가 행복할 때
나는 오늘의 햇빛을 따스히 사랑하고
내가 불행할 때
나는 내일의 별들을 사랑한다.
내 생명의 숨결은
밖에서도 들이쉬고
안에서도 내어쉬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이 내 생명의 바다는
밀물이 되기도 하고
썰물이 되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끊임없이 출렁
출렁거린다!
(『현대문학』, 1975.2)
[작품해설]
이 시는 행복에 대한 시인의 깨달음을 평이하고 일상적인 시어를 통해 보여 주고 있는 작품으로, 비슷한 구조와 유사한 의미를 가진 연들이 반보괴어 주제 의식이 강조되고 있다. 화자는 불행도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으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지닌 사람으로, 시상은 ‘행복’⤑‘생명의 숨결’⤑‘생명의 바다로’ 점진적으로 확대된다. 또한 비유와 상징, 역설적인 표현으로 시적 대상에 대한 관점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한편, ‘-고’, ‘-다’ 등의 음절의 반복과 비슷한 문장 구조의 반복을 통해 리듬감을 형성한다.
시인은 먼저 1연에서 행복이든 불행이든 모두 감사하게 여긴다고 말한다. 이것은 불행에 대해 감사하며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겠다는 시인의 의지와 깨달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겠다는 시인의 뜻은 2연에 나타나는데, 그것은 행복이 밖에서도 오고 안에서도 오는 것이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러므로 행여 밖에서 불행이 오더라도 그것을 안에서 행복으로 바꿀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기만 한다면, 그것은 불행이 아닌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3연에서는 2연의 뜻을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 행복의 문은 ‘밖에서도 열리고 안에서도’ 열린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시인의 생각은, 밖에서 열리는 행복보다 안에서 열리는 행복이 더 뜻 깊은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4연에는 행복과 불행을 대하는 시인의 삶의 자세가 나타나 있다. 오늘이 행복하다면 오늘의 그 행복을 따스히 사랑할 것이고, 오늘이 불행하다면 내일의 기쁨을 생각하며 그 불행을 사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일의 별’을 사랑한다고 상상하는 것은,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이고 있는 것처럼 오늘의 불행인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내일이 있으리라는 것을 말해 준다. 따라서 ‘내일의 별’은 ‘내일의 희망’이나 ‘내일의 기쁨’이라는 의미이며, ‘별’은 기쁨이나 희망의 비유이다.
5연에서 시인은 2연에서 말한 안과 밖의 문제를 ‘생명의 숨결’로 한 단계 진전시킨다. 우리가 행복과 불행을 느끼는 것은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우리가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것처럼 행복과 불행 역시 고정된 불볒의 것이 아니라 항상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6연에서 마침내 시인의 생명은 ‘생명의 바다’라는 표현에서 보듯, 개체에사 전체로 확대되어 보편적인 의미를 획득한다. 그러므로 ‘생명의 숨결’이 밀물과 썰물이 되어 출렁거릴 때, 생명의 의미는 행복과 불행을 모두 포용하는 더 큰 생명의 역동성을 드러낸다. 다시 말해 바다의 출렁거림은 시인 한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지지만, 그것은 그 하나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불행과 행복을 느끼는 모든 생명체로 확대되는 것이다.
[작가소개]
김현승(金顯承)
남풍(南風), 다형(茶兄)
1913년 광주 출생
1934년 평양 숭실전문학교 재학중 시 「쓸쓸한 겨울 올 때 덩산들」이 양주동의 추천으로
『동아일보』에 발표됨. 숭실전문학교 문과 졸업
1951년 조선대학교 문리대 교수
1955년 한국문학협회 중앙위원
1960년 숭전대학교 문리대 교수
1973년 서울시문화상 수상
1975년 사망
시집 : 『김현승시초』(1957), 『옹호자의 노래』(1963), 『견고한 고독』(1968), 『절대 고독』(1970), 『김현승시전집』(1974), 『마지막 지상에서』(1975), 『김현승』(1982), 『김현승전집』(1985), 『김현승의 명시』(1987),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