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의 새 영화 제목 “A.I.” (인공지능)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지능보다는 오히려 인공 감정을 다루고 있는 A.I.에서의 주인공은 감정을 가진 기계다. 이러한 픽션은 인간과의 대화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로봇에게 감정을 넣으려는 로봇공학전문가들의 관심사와 통한다. 그들은 컴퓨터를 사용자의 감정 상태에 맞출 수 있도록 인간의 감정을 수학적 모델로 제시하려고 한다. 미래의 로봇공학은 자신의 감정을 보다 다양한 대상에 얼마만큼 반영시킬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스필버그의 영화 속의 주인공인 로봇 아이 데이비드는 인공적 존재에게서 감정적 교류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가의 극한적 경우를 보여준다. 아이는 멜로 드라마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법으로, 로봇공학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기계가 인간에게서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할 수 있으며, 인간과 교감할 수 있을까? 로봇 자신이 사랑, 애정, 우정 혹은 증오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지 또한 인간이 그러한 감정에 답할 수 있을 것인가?
소니 사가 Aibo라는 강아지 로봇을 출시해 상업적 성공을 거둔걸 보더라도, 그러한 자연을 거역하는 관계가 가능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이 장난감 동물이나 인형에 집착하듯이 성인들도 인공적 존재에 쉽게 정을 주고 집착하게 된다. 애완동물과의 넘쳐흐르는 애정관계를 형성하는 것 또한 같은 예이다.
로봇공학과 인공지능 분야 연구원들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파리6대학 정보통신 연구소(LIP6)의 Jean-Gabriel Ganascia는 최근 연구에서 스필버그의 영화처럼 “기계에 지능을 넣어” 인간과 인간의 창조물간에 새로운 관계를 맺어주는 “새로운 애니미즘”의 가능성을 예시하고 있다. 그는 여기서 매킨토시 사의 혁명적 인터페이스 기획자 Donald Norman이 만들어낸 번역 불가능한 용어 “affordance"(대상 자체가 인간이 할 바를 알려주고 제공한다는 의미)를 찾아낸다. 즉 문고리 모양이 제대로 고안됐다면 ”미십시오“를 의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로봇의 간단한 얼굴 표현으로 사용법을 용이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 남캐롤리나대학 제임스 레스터와 그의 연구팀은 인터넷 사용법 교육을 담당하는 요원 코스모(Cosmo)를 창조했다. 이 소프트웨어에서는 만화에서 따온 가상적인 인물 Cosmo가 모니터 사방으로 뛰어오르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학생에게로 몸을 기울이고 윙크를 하고, 눈썹을 추켜올리고, 박수를 보내는가하면 성우에 의해 녹음된 140개 문장의 도움으로 의사 표현을 한다. 연구원들은 Cosmo가 지나치게 과장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흥미위주의 심심풀이 대상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주의를 자극하고 지적흥미를 유도할 수 있도록 그의 움직임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고 있다. 그 일차적인 시험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현재의 로봇은 데이비드나 Ridley Scott의 영화 Blade Runner(1982)에서의 복제인간들과는 달리, 금속성 혹은 플라스틱 몸뚱이를 하고 있어 표현능력을 상당한 부분 축소시킨 것이다. 그들은 “인공지능기계가 감정을 느낄 수 있는가의 문제보다도 기계가 어떤 감정도 없이 지능적일 수 있느냐를 관심있어 하는” 인공지능 전문가 Marvin Minsky의 질문에 답을 줄 수 없다.
Latte와 Macaron은 반쯤은 개를 닮은 혹은 곰을 닮은 차세대 애완용 로봇으로서 소니 사에 의해 11월 초에 유럽에서 판매되기 시작됐다. 머리 위에 작은 전구가 달려있는데, 전구의 색이 기분에 따라 변해, 슬픔은 파란색으로, 생각에 잠겨있는 상태는 하얀색으로, 슬픔과 기쁨의 중간은 노란색으로, 분노는 주황색으로 그리고 사랑은 녹색으로 불이 켜진다. 그렇게 하여 주인은 파트너의 “감정”을 알 수 있다. “다마구찌”가 그랬듯이 Latte와 Macaron은 주인의 주의와 애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반대로 표현력이 풍부한 자동인형을 개발한 MIT팀은 이번에는 기계가 인간의 감정을 해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만들어진 기계는 거짓말탐지기의 원리를 많이 적용한 것이다. 다양한 캡쳐가 생리적 반응(호흡, 심장 박동수, 동맥압, 땀)을 감지해 그에 따라서 감정상태를 추측하게 된다. MIT 연구팀의 Sentic Mouse(“지각능력이 있는” 생쥐)는 하나의 캡쳐를 갖춘 부피가 작은 로봇인데, 사용자의 감정분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의 성과와 그의 적용은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다.
그런가하면 IBM 사는 그와는 다른 영역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IBM 사의 부회장 Paul Horn이 시작한 Autonomic Computing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다. 프로그램의 목적은 “스스로 기능할 수 있으며 여러 상황에 적용되는 시스템을 고안하여 만드는 것”이다. “인간의 뇌가 심장의 박동이나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하는 것처럼 몇몇 생체기능의 자동 조절장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Paul Horn은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인공지능 분야는 앞으로의 수십 년간 놀라운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IBM 사는 이 프로그램의 개발을 위해 매년 회사 총 연구비의 1/5에 해당하는 1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다. 만약 IBM 사가 로봇에게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기능과 사용자들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능력을 주는데 성공한다면, 기계는 인간과 지금과는 아주 다른 관계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David와 그의 엄마간에 형성된 관계는 아주 멜로드라마 같아 보일지는 모르지만 관객들은 그것을 너무 터무니없다거나 상상할 수 없는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의 사랑이 갖고 있는 신비스러운 힘을 확인하게 된다. 인공적인 존재를 그 사랑의 대상으로 취한다는 주제는 스필버그의 영화가 살짝 스치고 지나간 것에 불과하지만, 엄청난 차세대 기계 개발에 가능성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