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세계사] 일본의 주요 성(城)들
적(敵) 막기 위해 높은 성벽·깊은 해자·미로 구조 만들었죠
일본의 주요 성(城) 들
윤서원 서울 단대부고 역사 교사 기획·구성=오주비 기자 입력 2024.07.10. 00:30 조선일보
일본 효고현의 히메지시(市)가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히메지성(城)의 외국인 관광객 입장료를 현재보다 4배 정도 인상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화제입니다. 이는 관광객이 과도하게 몰리는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 때문이라고 해요. 입장료를 올려 성을 보수하고 유지하는 데 사용할 거라고 하네요. 히메지시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히메지성의 입장객은 약 148만명이고, 이 중 외국인이 45만여 명이었어요.
일본에 남아 있는 주요 성들은 전국시대에 건축되었거나 확장된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의 전국시대는 15~16세기 혼란과 전쟁의 시기를 말하는데요. 이 시기는 일본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으로 여겨진답니다. 1467년부터 1477년까지 계속된 내란으로 무로마치 막부(1336~1573)가 쇠퇴했어요. 중앙 정부의 권위가 약화하고 각 지방의 영주인 다이묘들이 독립적인 세력으로 성장해 서로의 영지를 넘보며 치열한 전쟁을 벌였습니다. 자연스럽게 각자의 성을 보호하는 해자(垓子·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땅을 파서 물을 채워놓은 시설)와 성벽도 확장했지요.
일본 히메지시에 있는 히메지성. /히메지 컨벤션 관광청
히메지성의 별명은 ‘백로성’
한국에도 잘 알려진 다이묘 중 한 명이 바로 도요토미 히데요시입니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이지요. 히메지성은 1340년대 중반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1580년대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이 성을 개조한 것이 오늘날 히메지성의 기반이 됐습니다.
에도 막부 수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1600년 세키가하라 전투 이후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히메지성을 공신(功臣) 이케다 데루마사에게 주었습니다. 이케다 데루마사는 대대적인 재건축을 통해 현재의 히메지성 모습을 완성했어요.
히메지성은 일본 성곽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이랍니다. 높은 성벽과 깊은 해자, 복잡한 입구와 계단, 미로 같은 내부 구조 등은 모두 적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에요. 특히 성의 중심에 위치한 천수각(일본의 전통적인 성 건축물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크고 높은 누각)은 히메지성의 상징적인 건축물인데요. 흰색의 외벽과 날개 모양의 지붕이 마치 날개를 펼친 흰 새를 닮았다고 하여 ‘백로성’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지요.
2차 세계대전 중 히메지시는 폭격을 받았지만 히메지성은 기적적으로 피해를 입지 않았어요.
일본 오사카시에 있는 오사카성. /일본 정부 관광국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든 오사카성
오사카성은 일본 오사카시에 있는 성으로, 일본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답니다. 16세기 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축성한 후, 여러 차례 재건과 복원을 거쳐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오사카성을 지었어요. 임진왜란(1592~1598) 동안 오사카성은 왜군 지휘 본부 등으로 쓰였다고 해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한 이후,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승리하면서 일본의 실질적인 지배자가 됐는데요. 1615년 도쿠가와 이에야스 가문과 도요토미 히데요시 가문은 오사카에서 결전을 벌입니다.
이 전투에서 도쿠가와 가문이 승리하면서 도요토미 가문은 멸문하고, 도쿠가와 가문이 오사카성을 장악했어요. 도쿠가와 가문은 전투 도중에 크게 망가진 오사카성을 재건하고 성의 방어를 강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성의 구조가 이전과 다르게 많이 변경됐다고 해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막부 시기에 건립된 여러 성이 철거됐지만, 오사카성은 역사적 상징성이 있어 이를 피했다고 합니다. 이후 1931년 일본 국민이 기부해 모은 돈으로 복원됐어요.
일본 나고야시에 있는 나고야성. 오사카성과 나고야성은 전쟁 등으로 훼손됐다가 20세기에 복원됐어요. /나고야 관광 가이드
아들을 위해 만든 나고야성
나고야성은 일본 나고야시에 있는 성이에요. 오사카성, 구마모토성과 함께 일본의 3대 성으로 꼽혀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명령으로 1610년부터 축성을 시작해 1612년에 완성됐어요. 자신의 아홉 번째 아들인 도쿠가와 요시나오를 오와리(오늘날 나고야시를 포함한 아이치현 서부) 지역의 다이묘로 임명하고, 아들이 거주할 성을 만들어준 거예요.
도쿠가와 요시나오의 후손인 오와리 도쿠가와 가문은 에도 막부의 고산케(도쿠가와 쇼군의 후계자를 배출할 수 있는 세 가문) 중 가장 유력한 가문이었어요. 나고야성은 그런 오와리 도쿠가와 가문의 정치적 중심지였습니다. 또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군사적 방어 역할을 하기도 했어요. 나고야성 주변에선 상업과 문화가 번영했지요.
나고야성의 주요 건조물들은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파괴됐다가 1959년에 복원됐어요. 현재 나고야성의 천수각 내부는 볼 수 없다고 합니다. 천수각을 예전 모습 그대로 목조로 복원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죠.
나고야성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는 천수각 위에 있는 ‘샤치호코’입니다. 샤치호코는 머리는 호랑이, 몸은 가시 돋친 물고기 모양을 한 상상 속 동물로 화재를 막는 힘이 있다고 해요. 나고야성의 샤치호코는 금박으로 덮여 있어 아주 화려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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