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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 역대 최대 규모 예산안 통과
◦ 이라크, 공공 부문 고용 확대에 방점 둔 예산안 통과
- 6월 12일 이라크 의회가 198조 9,000억 디나르(한화 약 200조 475억 원) 규모의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예산안은 6월 14일 압둘 라티프 라시드(Abdul Latif Rashid) 이라크 대통령이 비준하면서 최종 확정되었다. 이번에 통과된 예산안은 2025년까지 적용되며, 유가 변동에 따른 조정 등 추후 수정이 가능하다.
- 이번 예산안은 특히 공공 부문 일자리 50만 개를 확대하는 등 고용 창출에 방점을 두었다창출을 중점으로 하고 있으며 의회가 승인하면 2024년과 2025년에도 공공 부문 종사자를 추가로 채용할 수 있다. 샤크완 압둘라 아흐메드(Shakhwan Abdullah Ahmed) 이라크 의회 부의장은 공공 서비스 확충, 인프라 복구, 고용 기회 창출, 전쟁 피해 지역 재건과 난민 귀환이 이번 예산안의 주요 목표라고 설명했다.
◦ 쿠르드 자치정부의 재정 독립성 크게 제한
- 이라크 정부는 지난 3월 예산안 초안을 제출했으나, 정당 간 갈등으로 인해 예산안이 최종 통과되기까지는 3개월이 걸렸다. 이번 예산안은 전체적으로 쿠르드 자치정부에 불리하다는 평가다. 예산안에 따르면 자치정부는 원유 40만 배럴 이상을 중앙정부에 제공해야 하며, 중앙정부는 재정 수입 중 12%를 이라크 중앙은행 보유 계좌를 거쳐 자치정부에 지급한다. 과거 자치정부가 이라크 중앙정부에 제공해야 하는 원유는 7만 5,000배럴이었다. 자치정부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였던 튀르키예로의 원유 수출도 금지되었다.
- 쿠르드 자치정부의 집권당인 쿠르드민주당(KDP)의 반발에도 이번 예산안이 통과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다른 쿠르드 정당인 쿠르드애국동맹(PUK)이 KDP와 대립하면서 쿠르드 세력이 분열된 것이 꼽힌다. PUK의 제안에 따라 이번 예산안에는 자치정부를 거치지 않고 쿠르드 주(州)가 직접 중앙정부에 원유 수입 배당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를 통해 술라이마니야(Sulaimaniyah)주와 할랍자(Halabja)주정부의 집권당인 PUK는 자치정부를 약화할 수단을 가지게 되었다.
☐ 막대한 재정 적자에 따른 재정 건전성 악화에 우려 제기
◦ 공공 부문 고용 확대에 따라 재정 적자 증가
- 이번 예산안에 따르면 이라크의 총 재정 적자 규모는 64조 3,600억 디나르(한화 약 64조 1,470억 원)로 2021년도 예산의 2배가 넘는다. 50만 명이 넘는 공공 부문 고용 확대가 예산 적자가 커진 원인으로 분석된다. 공공 부문 종사자 임금과 연금, 보조금 액수는 2021년도 예산보다 40% 증가한 총 111조 4,000억 디나르(한화 약 111조 313억 원)로 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 및 운영비 예산보다 많다.
- 런던정경대 중동연구센터 방문연구원인 아흐메드 타바크찰리(Ahmed Tabaqchali)는 공공 부문 종사자가 60만 명 늘어나면 임금 및 연금 지출액은 76조 디나르(한화 약 75조 7,485억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며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 이라크 경제 전문가인 압둘살람 하산(Abdulsalam Hassan) 역시 정부 지출이 너무 높으며 새 예산은 이라크 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시한폭탄과 같다고 비판했다.
- 지난 5월 국제통화기금(IMF)은 공공 부문 고용 확대가 예산 적자를 늘리고 재정 건전성을 악화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라크 정부에 재정 적자를 줄이고 공공 부문 임금 대신 장기적 성장에 필요한 핵심 투자를 위한 예산을 확보할 것을 권고했다.
◦ 원유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재정 수입, 유가 변동에 취약하다는 지적
- 이번 예산안은 원유 수출량을 하루 350만 배럴로, 유가를 배럴당 70달러(한화 약 9만 1,525원)로 산정했다. 이에 따라 재정 수입은 117조 2,500억 디나르(한화 약 116조 8,619억 원)로 추산되었다. 이라크는 재정 수입의 약 90%를 원유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비석유 부문 수입은 17조 3,000억 디나르(한화 약 17조 2,427억 원)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이라크가 재정 균형을 유지하려기 위해서는 배럴당 유가가 96달러(한화 약 12만 5,520원)에 달해야 하나, 지난 5월 평균 유가는 71.3달러(한화 약 9만 3,224원)에 불과함에 따라 재정 균형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IMF는 이라크가 재정 수입 다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시아 무장조직에 유리하게 편성되고 경제 개발 전력은 부재하다는 비판
◦ 시아 무장조직 예산 대폭 증액, 경제 개발 예산은 부족
- 이번 예산에서는 시아 무장조직 연합체인 국민동원군(PMF, Popular Mobilization Force)에 매년 3조 7,430억 디나르(한화 약 3조 7,306억 원)가 배정되었다. PMF 예산은 지난 예산 대비 최소 20% 증가한 것으로 알려진 반면 국방 예산은 6%, 내무부 예산은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기존 예산안에서는 12만 2,000명이었던 PMF 대원 수가 23만 8,000명으로 늘어나면서 PMF 대원에 대한 급여 예산만 3조 5,000억 디나르(한화 약 3조 4,884억 원)에 달한다.
- 공공 부문 임금과 PMF 배정 예산은 대폭 늘어났지만 장기적 경제 성장을 위한 개발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라크 경제 전문가인 빌랄 알칼리파(Bilal Al-Khalifah)는 이번 예산에 산업 및 농업 프로젝트 등 경제 개발에 필요한 예산은 전혀 배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전력 부족량이 1만 3,000MW에 달하는 상황임에도 전력 인프라 확충 예산이 배정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 정치 논리를 앞세운 재정 지출과 부패도 고질적 문제로 지적
- 이라크 정치인들은 복지 혜택과 공공 부문 고용을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으며, 이 과정에서 공공 부문이 비대해지고 민간 부문은 축소되었다. 현지 언론매체인 알자지라(Al-Jajeera)와 함제 하다드(Hamz도 Hadad)는 이번 예산안도 비석유 부문 수입 증대와 같은 구조 개혁은 포함되지 않은 채 장기적으로 재정 부담만 가중하는 공공 부문 고용 확대라는 미봉책에 의존한다고 지적했다.
- 부패와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도 문제다. 2021년도 예산 중 실제 집행액은 예산안의 79%에 불과했으며, 이 중 대부분이 임금 및 연금 지급으로 지출되고 인프라 개발 예산은 예산 집행에서 후순위로 밀려났다. 총리실 산하의 경제정책팀에는 아예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경제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질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투자 유치를 방해하는 만연한 부패 문제도 예산 지출만 확대해서는 해결될 수 없는 또다른 문제로 거론된다. 2003년 이후 최소 1,500억 달러(한화 약 196조 1,250억 원)에서 최대 3,000억 달러(한화 약 392조 2,500억 원)가 이라크 밖으로 불법 유출된 것으로 추산된다.
< 감수 : 김은비 국방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Al-Jazeera, Analysis: Iraq’s new budget may hamper more than it helps, 2023. 06. 26.
Amwaj, Deep Dive: Will Sudani’s three-year budget bring stability to Iraq’s economy?, 2023. 06. 26.
The New Arab, With Iraq's new budget, Baghdad goes after Kurdish oil, 2023. 06. 26.
ABC News, Iraq's president ratifies record $152 billion budget criticized by IMF for too rosy projections, 2023. 06. 22.
Amwaj, Granted expanded funding and personnel, Iraq’s PMU highlights drone arsenal, 2023. 06. 20.
The New Arab, Why Iraq's largest ever budget has invited controversy, 2023. 06. 20.
Rudaw, Iraq's budget: Growth or fiscal vulnerabilities ahead?, 2023. 06. 16.
The New Arab, Iraqi parliament approves record $153 billion budget bill after arduous debate, 2023. 06. 13.
Al-Jazeera, Iraq approves record $153bn budget aimed at creating jobs, 2023. 06. 12.
Middle East Institute, Iraq passes a massive, controversial budget bill, 2023. 06. 12.
Reuters, Iraq approves record $153 billion budget including big public hiring, 2023. 06. 12.
The New Arab, Iraq budget vote delayed as Kurds oppose amendments on oil, 2023. 0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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