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짐보(用心棒)"란 옛날 일본의 사무라이 세계에서 로닝(浪人)이라는 떠돌이 깡패들이 어느 특정 세력가들에게 기생하며 그 정적들에게 무자비한 린치를 가하는것을 업으로 삼고있던 무리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 요짐보(用心棒)의 본뜻은 警護員(경호원)이거나 身邊保護人(신변보호인) 또는 시체말로 '보디가드'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 요짐보(用心棒)에 관한 몇가지 얘기를 늘어놓고자 한다.
내가 1등항해사로 근무하던 60년대 중반의 얘기니까 아주 고리타분하고 허망하기 그지없는 그런그런 雜談(잡담)이라고나 할까.
그때 우리배의 J모 선장은 함경도가 고향인 38따라지 쯤의 고참으로 선원 부식비 橫領(횡령)을 주업으로 선원들을 소금국으로 겨우겨우 연명시키는데 이골이 난 사람이었다.
참다 못한 선원들 일부가 웅성대는 뭔가 심상찮은 낌새만 있으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소위 "키잡이=조타수"란 놈이 울퉁불퉁한 팔뚝을 걷어붙이며 죽일듯이 협박하고 욱박지르는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놈은 남포동 뒷골목에서 비실대던 양아치로 이를테면 그 선장이 요짐보(用心棒)로 끌고 온 놈이었다.
정말 이런 놈들을 제압하지 못하는 1등항해사인 나로선 그저 내 자신 한심하고 막막하기만 했다.
내가 천금을 줘도 이런 배는 다시는 타고싶지 않았던 그시절 서글픈 얘기다.
그런일이 몇번 있은 뒤로는 당장은 법보다 주먹이 우선이라 망망대회에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한밤중 쥐도새도 모르게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때문에 어느누구 하나 불평도 못하였다.
그러니 그 많은 사람들의 부식비를 몽땅 떼어 처먹어도 그저 이사람 저사람 서로 눈치만 보며 꿀먹은 벙어리다.
정말 더럽고 치사하고 구리기 짝이없는 그 선장의 행태를 바라보는것 조차가 고통이었다.
그러나 어쩌면 세상은 공평한 구석도 있어 보였다.
왜냐면 그 요짐보(用心棒)가 끝내는 난동을 부렸는데 그게 바로 자기의 主君(주군)인 선장에게 발광을 친것이다.
臺灣(다이완) 高雄(카오슝)항에서 우리 배가 廢船(폐선) 처분되면서 전선원이 비행기로 귀국하기 위하여 臺北(타이뻬이)공항으로 버스이동을 하려던 때다.
출발시간이 다 됐는데도 그 요짐보(用心棒) 두놈이 영 나타질 않는것이었다.
두놈이란 廚者(주자)와 그 엉터리 키잡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버스에 타고 있던 전선원들이 그제서야 웅성대며 그 선장을 욱박지르기 시작했다.
"어이구 "요짐보" 하나 잘 뒀구먼, 어이 이봐요 선장! 그 요짐보 두놈 어디로 도망쳤소? 그냥 두고 떠나자, 엉?!"
중구난방 마구마구 대놓고 선장에게 야유를 퍼붓는것이다.
이제 막 비행기로 돌아 갈 판국이니 무서울게 무어랴!
지금까지 쫄쫄히 굶은것에 대한 분풀이의 일환이었다.
有口無言(유구무언)!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바로 그런이가 우리들 선배였다.
그제서야 벌겋게 취한 그 두놈의 요짐보가 갈짓자 게걸음으로 슬금슬금 나타나는것이다.
그걸보고 이제껏 선원들에게 당한 모욕의 분풀이라도 하듯, 선장이 그중 한놈의 뺨을 철썩 후려갈겼것다.
그러자 이제껏 천하의 충신처럼 굽실굽실거렸던 그놈들이 그만 눈깔을 뒤집고 막 대드는것이다.
"당신이 뭔데 사람을 치느냐, 네가 뭔데....엉!!"
이제 헤어질 마당에 그간 선장의 부식비 獨食(독식)에 대한 직설적 항의요 자기들 몫을 위한 시위로 보였다.
제 홀로 着腹(착복)하고 그간 자기네의 봉사료?는 한푼도 안 주니 그만 배알이 틀릴때로 뒤틀린 그 두놈의 요짐보가 마침내 반란을 이르키고 만것이다.
그놈의 요짐보들에게 그 선장 스스로가 무참히 당하는 꼴인 셈이었다.
廚者(주자)란 調理士(조리사)를 일컫는 말이다.
행정용어순화편람에는 家家戶戶(가가호호)를 집집마다로 고쳐 써야하듯이 廚者(주자)란 말도 調理士(조리사)로 써야 한다고 되어있다.
특히 배에서 쓰는 廚者(주자)란 호칭은 調理長(조리장)을 업신여기는 말로도 쓰여진게 사실이다.
그 업신여김의 내면에는 廚者(주자)와 선장의 불순한 거래를 암시하는 뜻이 내포된것이 아닐까.
70년대 초반 내가 어느 Tanker 1항사로 일본 사카이(堺)항에 막 착임했던 그 다음 날이었다.
아침 식전 일찍 東京 본사의 S부장께서 갑자기 來船(내선)을 하였다.
부장이라고는 하나 100여척이 넘는 大船團(대선단)의 총지휘자였다.
아침 식사가 끝나자마자 船機長(선기장)을 비롯하여 소위 살롱급 사관들을 선장방으로 招集(초집)하였다.
당시 선장은 S모 선장으로 최고참 선배선장이다.
몇 마디 인삿말을 주고받은 다음에 이른바 廚者(주자)를 그자리로 불러냈다.
그 자리서 과거 본선에서 본사에 보고했던 선내 경리보고서 일체를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내 놓으며 선장에 대한 일종의 審問(심문)을 하기를,
"Captain! 이때 船內金庫(선내금고)에 船用金(선용금)이 이렇게 충분히 있었는데 왜 이 부식조달을 외상거래로 처리 하셨습니까? .....그 까닭이 뭡니까?"
그 밖에 지금 기억은 잘 나질 않지만 여러가지 증거들을 제시하며 부정거래로 의심되는 주부식비의 지출내용에 관헤 하나하나 심문했다.
일이 이쯤 돌아가는데 그 S모 선장은 한마디도 제대로 대꾸를 하지 못했다.
물론 그 부정거래의 당사자인 廚者(주자)도 꿀먹은 벙어리이긴 마찬가지로 얼굴만 벌겋게 달아 오르고 있었다.
"司廚長!!!(사주장=주자를 우리 회사에선 그렇게 불렀다)
당신은 아주 유능한 사람으로 정평이었는데 정말 실망스럽소.
여기서 오늘 당장 하선하도록 하쇼!
그리고 Captain! 저의 선배이신데 예의는 아니지만 모든 도의적 책임을 지고 동반하선 하세요!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침니다"
그야말로 秋霜(추상)같은 一喝(일갈)이었다.
"어이! Chief Mate! 가서 맥주 몇병 가지고 와요! 목이 몹씨 타네!"
선장과 주자가 밀착하여 부식의 일부를 횡령한다는 얘기가 흉흉했는데 그 당사자들은 시간만 나면 선내탁구장에서 운동하느라 짝짝꿍이었다는 후문이다.
선장과 주자와의 불순거래 척결에 관한 원초적 산 증인은 바로 우리들 동기생중에도 버젓이 있다.
매월 모이는 우리들 모임의 좌장격인 S형이 바로 그 한 사람이요 부산의 걸걸한 목소리의 주인공인 또다른 S형이 그 船上叛亂(선상반란)의 두목이다.
이들과 용감하게 힘을 합쳐 그때의 "권력자?"를 때려 부순이들 중에 O선배, 그리고 K후배, 이 두분은 이미 故人이 된지 오래다.
그때 선내 복도에서 몰매를 맞은 그 요짐보(用心棒) 하나는 갈빗뼈가 부러졌다고도 했다.
그는 그후 선장방 로커에 숨어 지내야 했다.
남포동 깡패형제 두놈을 요짐보(用心棒)로 되리고 탔던 당대 무소불위의 권력자, 영감 S선장에 대한 선상반란이 바로 그것이다.
남포동 깡패 두놈 가운데 형놈은 주자요 동생놈은 키잡인데 이들이 일본항에서 귀국해서 고소를 하는바람에 훗날 그 배가 부산항에 입항했을때 이 영웅들은 어쩔수없이 영도수상서에 잡혀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지만, 아무튼 당대에는 들을수 없었던 통쾌한 무용담이 아닐수 없었다.
이 부식비횡령이란것도 두고두고 쌓여 온 더럽고 치사한 積弊(적폐)의 일종이다.
오래동안 쌓이고 앃인 弊端(폐단)이 바로 적폐다.
이번 세월호 참사도 따지고 보면 그 그릇된 관행의 積弊(적폐)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배의 堪航能力(감항능력)을 무시하면서 선체의 불법개조를 일삼아 온 선주나 賂物(뇌물) 몇푼에 이를 눈감아 주는 유관기관의 적폐도 그렇고 불법으로 過積(과적,Overload)을 하는 상습범을 묵인해 준 관리가 있다면 이것 또한 적폐의 소산이라 하지않을수 없다.
하물수송의 일차적 책임자인 1항사나 선장은 물론 회사의 화물수송담당자와 이를 관리감독하는 관해관청들의 더러운 밀착(Dirty Buisiness)이 바로 그 오랜 관행의 먹이사슬같은 積弊(적폐)에서 비롯된게 아닐까.
우리나라 최고경영자가 이번 해난사고의 원인을 그 積弊(적폐)로 보고 그 척결을 주창한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세월호 해난사고를 기폭제로 삼아 海運分野(해운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전 부문에 걸쳐 그 오랜 추잡한 積弊(적폐)를 척결하는 새로운 整風運動(정풍운동)의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는것이 나만의 생각일까.
우리나라가 진정 선진국으로의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이런 Monkey Buisiness(협잡)의 積弊(적폐)부터 청산해야 할것이다.
우선 곳곳에 독버섯처럼 박혀있는 그 요짐보(用心棒)들을 제거하는데서 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