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현지시간)에는 두아 리파, 다음날에는 콜드플레이가 심야 공연에 나선 영국의 음악축제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이 연일 화제를 낳고 있다. 28일 밤 펑크 밴드 아이들스(Idles)의 '아더 스테이지' 헤드라인 공연 중 많은 관중들 머리 높이에 붉은색 구명조끼를 걸친 인형들이 앉아 있는 고무보트 모형이 둥실 올라왔다.
영국의 얼굴 없는 그래피티 작가 아트 뱅크시가 인스타그램에 짤막한 고무보트 동영상을 올려 자신이 모든 일이 꾸몄음을 알렸다고 BBC가 전했다. 그는 새로운 작품을 세상에 내놓을 때마다 아무런 설명 없이 이렇게 동영상으로 자신의 작품임을 세상에 드러내왔다.
물론 이번 스턴트는 목숨을 걸고라도 영국해협을 건너려는 난민들의 절박함에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스의 대변인은 일간 가디언에 이런 스턴트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밴드는 고무보트 스턴트가 진행되던 때 '대니 네델코'(Danny Nedelko)란 노래를 들려주고 있었는데 그 가사를 살펴보면 우파의 반이민 정책을 강하게 개탄하고 함께함과 공감을 호소하는 내용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다음날 주최측의 Q&A 이벤트를 통해 배우 사이먼 페그는 아이들스의 무대가 "글자그대로 글래스턴베리에서 지금껏 보아온 가장 위대한 퍼포먼스 중 하나였다"고 찬사를 보냈다.
BBC는 뱅크시와 아이들스 매니지먼트 회사에 코멘트 요청을 보내놓고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얼굴을 꼭꼭 감추는 뱅크시가 이런 일을 글래스턴베리 축제에서 처음 벌인 것은 아니었다. 그는 2019년에도 축제의 메인 무대인 피라미드 스테이지에 선 래퍼 스톰지에게 자신이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을 변형해 디자인한 방검복을 입혀 화제를 모았다.
2014년에는 양들이 도축장으로 끌려가며 밖을 내다보는 것처럼 꾸민 트럭을 축제 현장 근처에 돌아다니게 해 청중들을 놀래켰다. 작품 이름은 '양들의 사이렌'이었다. 사람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려고 농장에서 밀집 사육하는 행태를 고발한다는 취지였다.
올해 글래스턴베리 축제의 메인 테마가 이민이었음은 분명하다. 잉글랜드 서머싯에 있는 워시 팜(Worthy Farm) 축제 현장을 찾는 이들은 이민자를 축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터미널1을 통해 입장해야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청중들은 영국 정부가 시민권 심사 과정에 건네는 난처한 질문 공세를 견뎌내야 축제를 관람할 수 있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워시 팜의 주인 마이클 이비스는 1970년부터 자신의 토지를 축제 측에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허락해 44년 만에 유럽을 대표하는 음악축제로 발돋움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