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교수가 청소년에게 전하는 6가지 메시지
책은 스승이자 어머니
저는 어려서부터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내성적인 성격이었으며 발표를 잘하는 적극적인 아이도 아니었습니다.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지도 않았고 잘하는 운동도 없었습니다. 실제로 “나는 왜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을까?”라는 고민도 종종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활자중독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책 읽기를 좋아했습니다. 매일 한 권씩 책을 읽고 반납하자 사서 선생님께서 제가 장난치는 줄 알고는 책을 안 빌려 주겠다고 한 적도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그 도서관의 책을 모두 읽었습니다. 저의 독서편력은 대학을 거치면서 오늘날까지 계속되어 주기적으로 국내 서점뿐만 아니라 외국 서점까지도 인터넷으로 샅샅이 뒤져 책을 주문해 보고 있습니다.
제가 인생의 전환점과 기로에 설 때마다 책은 저의 스승이었으며 훌륭한 선배였으며 저의 손을 잡아 이끄는 어머니였습니다. 책은 저를 성장시켰으며, 저를 고민하게 했으며, 제 삶을 선택하게 도와주었습니다. ‘더 넓은 세상에 가기 위해서는 책이 필요하다.‘라고 한 제인 해밀턴의 말처럼 여러분이 세상에서 길을 잃을 때, 더 넓은 세상 앞에서 두려움에 발길을 멈출 때, 꾸준히 읽어 둔 여러분의 책들이 손을 잡아 이끌어줄 것입니다.
청소년 여러분! 책과 함께 나아가는 여러분이 되시기 바랍니다.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말이 있습니다. 스톡데일은 미군 최고위급 장성으로 월남전에서 포로로 잡혔는데 그가 미국으로 돌아온 뒤 "포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낙관론자가 아니라 긍정주의자" 라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낙관론자는 빨리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를 항상 하지만 계속되는 어긋남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죽는 반면, 긍정주의자는 빨리 끝날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고 먼 미래에 언젠가는 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견딜 수 있었다고 합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살라고 합니다. 차가운 머리로 현실과 자신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뜨거운 가슴으로 미래와 자신에 대해 열정과 믿음을 갖는 것을 말합니다. 항상 어려운 시기는 긴 법이라서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사람만이 오랜 고난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머리도 차갑고, 가슴도 차가운 사람은 비관론자입니다. 그들은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항상 잘되기만 하는 사람도 항상 안 되기만 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잘되는 시기 뒤에 안 되는 시기가 오거나 안 되는 시기 뒤에 잘되는 시기가 오므로 잘되는 시기가 올 것이란 희망을 항상 갖고 있어야 합니다. 미래를 막연히 낙관하기보다 현실을 냉정히 생각하면서 믿음을 갖는 여러분이 되시기 바랍니다.
평범한 사람이 살아남으려면
저는 어린 시절 그리 뛰어난 학생이 못되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한 반 60명 중 30등 정도를 했으니까 공부를 못하는 편이었지요. 중학교 때도 그리 뛰어나지는 못했고요. 다만 꾸준히 노력했기 때문에 고3 때 처음으로 1등을 했습니다. 의대에 간신히 들어간 저는 저보다 뛰어난 친구들을 따라잡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때 일본인 수학자 ‘히로나가 헤이스케’가 쓴 ‘학문의 즐거움’이라는 책이 저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저는 그 책에서 제 평생 간직할 좌우명을 얻었습니다.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나는 미리 남보다 시간을 두 세 곱절 더 투자할 각오를 한다. 그것이야말로 평범한 두뇌를 가진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대학을 다닐 때 수학적 재능이 뛰어난 친구들 속에서 자신은 너무나 평범한 학생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그 학자가 남달랐던 점은 자신의 한계를 알고 거기서 좌절하거나 자족하지 않고 재능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입니다. 제가 힘든 의대 생활 중에도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고 컴퓨터 관련 글을 쓸 수 있었던 것도 그 학자의 정신을 본받고자 스스로 채찍질을 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 여러분! 머리 좋고 재능이 뛰어난 친구들을 따라잡으려면 그들보다 더 노력하는 것. 깨어 있는 한 순간이라도 헛되이 보내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유일한 방법입니다.
원칙이 원칙이기 위해서는
아는 분과 얘길 나누다가 약속을 지키는 문제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고 말씀드렸더니 그 분은 "어쩔 수 없는 회사 사정 때문에 약속을 어긴 적은 있을 거 아니냐?" 라고 되물으시더군요. 그래서 그런 적이 없다고 했더니 그 분은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물으시더군요. 그래서 저는 지키지 못할 약속은 처음부터 안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예측할 수 없는 사업 환경의 변화나 판단 착오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약속은 어기지 말고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함부로 약속을 하지 않습니다. 어떤 약속을 해서 지킬 가능성이 90%가 되더라도 약속하지 않습니다. 99% 정도 확신이 들어야 약속을 합니다. 이 점은 제가 회사를 설립하기 전부터 지녀온 생활의 원칙입니다.
이 원칙 때문에 손해 본 적도 많았습니다. 사실 원칙은 매사가 순조롭고 편안할 때는 누구나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칙이 원칙이기 위해서는 어려운 상황, 손해볼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그것을 지키는 것입니다.
이 원칙 때문에 손해도 보지만 반면에 이익을 본 적도 많습니다. 흔히 사장은 고독한 존재라고 하지만 저는 특별히 고독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직원들과 동료의식을 느끼기 때문인데, 그들과 한 약속을 지킨 것이 큰 힘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적 갈등을 푸는 열쇠
제가 CEO를 할 때 회사의 각 부서 직원들 간에 자주 다투는 것을 보았습니다. 연구개발 기술자와 마케팅 담당자 간 다툼을 보면 연구개발 기술자는 "인터넷에서 검색만 할 정도가 되면 알 수 있는 상식인데도 마케팅 담당자는 못 알아듣는 척한다."라고 얘기하고, 마케팅 담당자의 이야기는 그 반대이고요. 다 맞는 말이지만 다 틀린 말이기도 하지요.
상식이라는 것도 그 분야에서만 상식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는 사회가 전문화하다보니 모든 분야의 정보를 잘 아는 것은 환상일 뿐이고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상호소통의 문제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중 하나가 인간적 갈등입니다. 모든 인간적 갈등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갈등의 해결책은 나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남이 아닌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손을 내밀 때 갈등은 눈 녹듯 사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청소년 여러분! 우리가 돌려받는 것은 우리 마음을 투사한 것에 대한 반사임을 잊지 마세요.
가치관에는 등수를 매길 수 없어
저의 가치관은 정직과 성실입니다. 이것은 저의 가치관일 뿐입니다. 다른 사람은 저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저의 가치관이 다른 사람에 비해 우월하다고 하기는 곤란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흑백논리가 지배한다는 점입니다.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다 보니 내 생각을 강요하는 나쁜 악습이 남아 있습니다. 상대방을 자신의 기준에 따라 재단하고 낙인찍는 것은 사실 머리 나쁜 사람들의 사고입니다.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이해하려는 태도이니까요.
이러한 흑백논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신의 가치관만으로 남의 사고를 재단하고 그 가치관 간에 우열이 있다고 믿는 태도입니다. 집집마다 가훈이 있지만 그것의 등수를 매길 수는 없습니다. 사람마다 다른 가치관에 또한 등수를 매길 수는 없습니다. 남의 생각과 나의 생각 간에는 우위가 없습니다. 모든 생각, 가치관이 다 중요하지요. 모든 사람의 가치관에는 그 사람의 삶의 역사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러한 가치관을 부정하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입니다.
청소년 여러분! 나와 다른 가치관과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흑백논리가 아닌 다양성이 공존하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기본적인 자세일 것입니다.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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