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간의 공학 이슈 되돌아보기
서울공대 상상 예비 공대생을 위한 서울공대 이야기 2020 Winter vol .31
움트는
혁신,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공학
(글: 김호현, 재료공학부 4 / 편집: 이정윤, 건축학과 4)
지난 10년 간 놀라운 속도로 발전한
공학의 각기 다른 분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완전히 인간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바둑 무대에서 압도적 승률을 자랑하는 인공지능 등장,
손상된 DNA
편집으로 유전자 가위가 개발되어 장기 이식, 항암 치료 등의 희망적인 의료 분야,
또한,
우주에 쏘아 올린 발사체가 태양계 끝에 있는 명왕성 사진을 우리에게 보내 주기도 했고,
1단계 로켓을 회수하는 데 성공하여 민간 우주여행의 꿈도 다시금 꾸게 해 주었습니다.
유전적 한계, 지능의 한계, 그리고 우주 탐험의 한계까지 극복해 내며
세상을 놀라게 한 지난 10년간의 공학 이슈들,
이번 기사에서는 생명공학, 컴퓨터공학, 그리고 우주항공공학 분야에서
어떠한 기술들이 등장해 세상을 놀라게 하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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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의 특정 부위에 새로운 서열을 삽입하는 유전자 편집 기술
1.
생명공학:
CRISPR-Cas9과 유전자 가위
20세기에 이르러 DNA의 유전 물질로서의 역할과 이중 나선 구조가 규명된 이후, 사람들의 관심은 DNA를 마음대로 조작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 집중되었습니다. 네 종류의 염기로 이루어지는 DNA의 염기 서열은 생체 정보를 담고 있는데, 이 서열을 인위적으로 수정한다면 유전병을 고치 등 의학적으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이 아이디어에서 발전되어 등장한 기술이 바로, 효소를 통해 특정 DNA 부위를 잘라내어 유전자를 편집하는 ‘유전자 가위(Genetic
scissors)’ 기술입니다.
유전자 가위는 크게 세 번의 진보를 이루었습니다. 1세대 유전자 가위는 ‘징크핑거 뉴클리에이즈(Zinc
Finger Nuclease, ZFN)’라고 불리는데요, 이는 손 모양을 한 3~4개의 DNA가 아연과 결합하여 제한효소●의 작용을 돕는 형태로 존재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2세대 유전자 가위는 식물성 병원체인 ‘잔토모나스’로부터 유래된 ‘탈렌(Transcriptor
Activator-Like Effector
Nucleases, TALENs)’이었습니다. 탈렌은 목표 DNA를 인식하는 부분과 DNA를 절단하는 효소 부분을 모두 가지고 있는 단백질로, 징크핑거 뉴클리에이즈에 비해 정확도와 효율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13년, 탈렌과 같은 유전체 편집 기술을 연구하던 Feng Zhang이 CRISPR-Cas9으로 진핵세포의 유전체를 편집하는 데 성공하면서 3세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가 등장하게 됩니다. 1
CRISPR●●는 박테리아나 고세균과 같은 원핵생물에서 주로 발견되는 DNA 서열입니다. Cas9이 DNA의 특정 서열을 인식하고 절단하는 역할을 하는 효소라면, CRISPR는 Cas9이 서열을 인식하도록 돕는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CRISPR-Cas9은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녹아웃(Knock-Out) 기제로 기능하며, 바이러스와 같은 침입자 DNA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서열을 확인해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이는 CRISPR가 목표한 DNA 서열을 인식해 결합하면 Cas9이 복합체를 형성한 뒤 DNA를 절단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DNA가 복제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지속적인 절단은 ‘복구 오류’를 나타내게 되고, 결국 복구 오류를 나타낸 DNA 서열은 제 기능을 발현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에요. 현재는 연구가 더욱 진행되어 DNA 서열의 특정 부위에 원하는 DNA 서열을 붙여 넣는 ‘편집’ 기술까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생명윤리와 관련한 수많은 논쟁이 함께하고 있지만,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다양한 유전병 치료는 물론, 항암 치료와 장기 의식 등의 의학 문제에 돌파구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2020년 2월에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로 암 환자 3명의 유전자 편집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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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컴퓨터공학:
인간을 이기는 인공지능 알파고의 등장
2016년 3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대결이 성사되었습니다. 바로 구글 딥마인드사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한국의 프로 기사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이었는데요, 이는 세계에서 가장 바둑을 잘 두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이라는 의미에서 장안의 화제가 되었습니다. 사실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은 알파고의 경기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1996년과 1997년 세계 체스 챔피언이었던 가리 카스파로프와, IBM사의 슈퍼컴퓨터인 ‘딥 블루’ 사이에서 펼쳐진 체스 경기에서 카스파로프가 패배하면서,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은 선망과 탐구의 대상인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19×19 규격의 바둑판에서 펼쳐지는 바둑 대국의 경우의 수는, 8×8 규격의 체스판에서 이루어지는 체스 경기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때문에 바둑만큼은 인간이 우세할 것이라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죠. 하지만 놀랍게도 이세돌은 단 한 번의 대국에서만 승리하였고, 이것은 알파고가 인간을 상대로 남긴 마지막 패배 전적이 되었습니다.
이세돌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 줬던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는 어떠한 알고리즘을 통해 작동할까요? 알파고는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이라는 알고리즘을 바탕에 둡니다. 이 알고리즘은 수학적으로 문제를 풀 수 없을 때 그럴싸한 초기값을 예측한 뒤, 수많은 무작위 수를 적용하여 반복 실험하고, 그 결과를 예측한 초기값과 수학적으로 적절히 구성하여 실제 해에 근접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선택(Selection), 확장(Expansion), 시뮬레이션(Simulation), 역전달(Back-propagation)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요. 바둑의 상황에 빗대어 표현해 보겠습니다. 먼저, 현재의 바둑판 상태에서 특정 경로로 수읽기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일정 수 이상 수읽기가 진행되면 그 지점에서 한 단계 더 착수를 ‘예측(확장)’합니다. 확장된 경로를 따라 바둑이 종료될 때까지 임의로 착수를 ‘진행(시뮬레이션)’하고, 시뮬레이션의 결과를 토대로 경로의 가치를 ‘파악(역전달)’한 뒤 승산 가능성을 계산합니다.
여기에 정책망(policy
network)과 가치망(value
network)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도입한 것이 알파고의 실제 알고리즘입니다.3 정책망은 수많은 대국 기보를 데이터베이스로 하여 특정 상황에서 인간과 가장 비슷한 수를 두도록 훈련시키고, 가치망은 정책망의 대국 기보를 바탕으로 승률을 파악하고 가중치를 부여해 다음 대국을 진행하게 만들어 줍니다. 정책망과 가치망은 심층신경망(Deep
Neural Network)이라고도 불리는 알고리즘의 특수한 형태이고, 이 심층 신경망은 딥 러닝(Deep learning) 혹은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이라 불리우는 알고리즘의 큰 분류에 들어갑니다. 2010년대에 들어 비약적으로 발전한 컴퓨터의 성능이 이전까지 구현할 수 없었던 복잡한 딥 러닝을 가능케 함으로써, 인공지능 분야 역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딥 러닝 분야는 음성, 영상 인식 및 자연어 처리는 물론, 약학과 뇌과학에도 이용되며 이 시대의 과학 연구의 돌파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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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에 펼쳐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Match 1 –Google DeepMind Challenge Match: Lee Sedol vs AlphaGo,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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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콘
9의 발사 및
로켓
회수 단계
(Official SpaceX Photos. 2015. Flicker)
3. 우주항공공학:
민간 우주여행을 꿈꾸는 스페이스X
사람들은 늘 하늘, 혹은 그 너머의 세계를 동경했습니다. 끊임없이 우주를 향해 로켓을 쏘아 올리며, 정복의 무대를 지구 밖으로 넓히려는 시도를 이어왔죠. 이러한 우주개발의 꿈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는 우주 발사체 비용의 80%를 추진 로켓이 차지한다는 점이었는데요. 이는 우주선 발사의 상용화, 혹은 더 나아가 우주여행의 대중화의 큰 방해 요소였습니다. CEO 일론 머스크에 의해 설립된 ‘스페이스X’는, 2015년 12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위성을 궤도로 진입시킨 뒤 추진체 로켓을 그대로 회수하는 데 성공하며, 우주개발의 장벽 중 하나를 부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4
이 발사에서 사용된 로켓은 ‘팰컨 9(Falcon
9)’으로, 세계 최초의 재사용 가능한 2단 로켓 우주 발사체입니다. 발사체를 완벽하게 회수하기 위해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고 다 쓴 발사체를 그대로 바다에 추락시키는 기존의 로켓과 달리, 위성을 쏘아 올린 발사체가 재추진하여 다시 땅에 수직 착륙하는 새로운 방식을 채택하였습니다. 5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연료와 산화제가 조금 남아있는 상황에서 1단 로켓이 분리되고, RCS●●●를 이용해 진입각을 조정하고 낙하하다가 지면과의 거리가 어느 정도 좁혀지면 엔진을 재점화하여 감속한 뒤, 착륙 기어를 펼쳐 착륙하는 것입니다. 팰컨 9의 성공 이후 세계 각국의 차세대 상용 발사체 연구는 재활용 기술 도입을 검토하거나 포함하여 진행되고 있습니다. 팰컨 9의 발사 성공은 그야말로 우주 산업의 진보를 위한 거대한 혁신이었고, 민간인이 우주 밖으로 발을 내딛는 것도 더 이상은 꿈이 아니게 될 시대가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전해 주었습니다.
공학과 기술의 발전은, 평생 바꿀 수 없는 것이라 여겨왔던 유전자 조작을 가능케 했고, 인류 최대의 숙제인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보여 주었습니다. 인류가 평생을 살아온 모행성을 떠나 미지의 세계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게도 해 주었지요. 인공지능의 발달은 그간 없었던 학제간 연구를 가능케 하고 과학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놀라운 상상력, 혹은 일반인들에게는 없는 비범한 창의력에 의해 탄생했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위대한 업적들은 누구나 해봄직한 작고 보잘것없는 상상에서부터 시작된답니다.
10년, 20년, 혹은 수십 년 후에 공학자가 된 여러분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여러분들은 어떤 발명과 발견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건가요?
주 해석
● DNA의 특정 염기배열을 식별하여,
그 부위에서 DNA의 이중사슬을 절단하는 효소입니다.
●●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
●●● Reaction Control System. 우주비행체 자세 제어 시스템이라고도 하며,
압축 공기나 소형 로켓을 분사하여 자세를 제어하는 시스템입니다.
참고 문헌
1. Cong. et al. Multiplex Genome
Engineering Using CRISPR/Cas Systems. Science. 339 (6121), 819-823(2013)
2. https://www.sciencealert.com/researchers-genetically-alter-theimmune-system-of-cancer-patients-without-side-effect
3. D, Silver. et al. Mastering The Game Of Go
With Deep Neural Networks and tree search. Nature. 529, 484-489(2016)
4. “SpaceX Falcon 9 Launch with Dragon & Successful Landing at Sea”, Youtube, Spaceflight101. Apr 2016. https://www.youtube.com/watch?v=_ZXu_rYF51M&feature=emb_title
5. “SpaceX Chief Details Reusable Rocket”,
Youtube, Washington Post. Associated Press. Sep 2011. https://www.youtube.com/watch?v=RkvLQdzZR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