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은 슬프고 얼굴은 따뜻하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를 두고 ‘로맨틱 눈빛’이라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슬픈 눈’이라고 한다. 정작 남궁민은 사람의 냄새라고는 찾을 수 없는 사이코패스 권재희로 분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행보였지만 남궁민은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훨훨 날았다. ‘남궁민의 재발견’, ‘신의 한 수’. 반응은 호평 일색이었다.
종잡을 수 없는 얼굴의 남궁민은 인터뷰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상냥한 인사를 건넸다. <냄새를 보는 소녀>(이하 냄보소)의 호연 이후 수십 명의 기자와 만나며 지칠 법도 한데, 털썩 의자에 앉더니 스스럼없이 최근에 다녀온 여행 이야기를 꺼낸다. 일본 여행에서 지진을 경험했다는 그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면서 어느덧 그의 진솔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외로웠던 사이코패스
“박유천·신세경 전화번호도 몰라요”
센 캐릭터는 강한 인상을 남기지만 그 캐릭터에 매몰되기도 쉽다. <냄보소>의 권재희가 그런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궁민은 권재희 안에 선명한 남궁민의 흔적을 남겼다. 남궁민에게 권재희는 여러모로 신의 한 수였다. 그의 연기 인생은 물론 드라마 <냄보소>에도.
“운이 좋았어요. 아카데미급 연기를 해도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냄보소>는 많은 사람이 봐주신 덕분에 제 연기도 덩달아 화제가 됐어요. 이제야 ‘남궁민이 이렇게 연기를 잘했었느냐’는 분들을 보면 섭섭하기도 하죠.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냄보소> 덕분에 약간의 인기를 얻은 셈이죠.”(웃음)
남궁민의 권재희가 특별한 이유는 분량에도 있다. 배우에게 분량이 중요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분량이 적은 역할을 아무나 하려 들지도 않는다. 권재희는 분량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캐릭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6년 정도 연기를 하다 보니 분량은 중요하지 않아요. 사전에 분량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고요. 이전까지 짝사랑하는 역할을 자주 했는데 이번에는 살인마라서 신선했고, 무엇보다 박유천·신세경의 조합도 좋았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남궁민은 드라마의 성공 비결로 좋은 배우들과의 궁합을 꼽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다른 배우들과 호흡 맞출 기회는 많지 않았다. 권모술수를 꾸미는 사이코패스라는 인물의 특성상 혼자 촬영해야 할 때가 많았다. 혼자 연기하면 감정 잡기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돈을 받고 일하는 거잖아요”라고 웃으며 받아치는 남궁민은 홀로 연기하는 법을 배워나갔다.
“사람들을 납치하는 장면 외에는 늘 혼자였던 것 같아요. 다들 저 모르게 제 집에 쳐들어오던걸요.(웃음) 모자 쓰고 밖에 나가는 장면 외에는 늘 혼자 연기해야 하니 외롭기는 했지만 그만큼 촬영이 빨리 끝났어요.”
박유천·신세경과의 연기 호흡은 좋았지만 아직 그들의 연락처도 모른다. 보통 5개월 남짓의 촬영기간을 거치면 너도나도 ‘절친’이 되기 마련인데, 낯을 가리는 남궁민은 참 느리다. 대신 <로맨스가 필요해3>를 통해 친해진 박유천의 동생 유환에게 안부를 전했다고.
“전 이상하게 같이 출연한 배우에게 연락처를 물어보지 못해요. 그런 성격이에요. <허준> 촬영 당시에도 드라마가 거의 끝나갈 즈음에야 연락처를 물어봤어요. 친해질 만하면 드라마가 끝나요. 많이 아쉽죠. (박)유환이와 아직 연락하면서 지내기 때문에 대신 안부를 전해달라고 말했어요. 조만간 유천·유환 형제와 술 한잔 하면서 회포를 풀려고요.”
연락처를 모른다고 친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박유천·신세경과의 호흡은 남궁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연기 그 이상의 무엇을 보여준 이들이기 때문에 후배지만 때로는 존경스럽고 대견하다.
“연기 잘하는 배우도 좋지만 인성이 바르고 현장에서 일할 자세가 되어 있는 배우와 일하는 게 더 좋아요. 그런 면에서 박유천·신세경은 자세가 정말 좋죠. 굳이 점수를 준다면 100점을 주고 싶어요. 특히 유천이는 같이 연기할 때 정말 편했어요. 촬영할 때 여러모로 신경 쓰이게 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유천이는 인격적으로도 괜찮고 연기자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어서 정말 즐거웠어요.”
♡악역·짝사랑 전문배우?
흔히 악역 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단편적인 악역이 아니라 다양한 사연과 색깔을 가진 악역이 등장하면서 차별화하기 위한 배우들의 노력도 커지고 있다.
심지어 살인자이거나 사이코패스임에도 시청자의 호감을 잃으면 안 된다. 치밀한 계산이 필요할 법하지만 남궁민의 연기 호평 비결은 철저히 힘을 뺀 덕분이었다.
“매회 긴장감을 주려고 노력했어요. 그 지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는 힘을 완전히 뺐죠. 아무리 악역이라고 해도 매번 눈에 힘을 주고 나오면 오히려 진짜 무서워야 할 때 버겁게 보이니까요. 권재희는 완벽하지만 자기 안에 갇혀 사는 인물이라고 생각해 최대한 절제된 느낌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
스스로가 생각하는 남궁민은 순발력이 있는 연기자는 아니다. 그래서 데뷔 초에는 긴 호흡으로 연기할 수 있는 영화를 더 선호하기도 했다.
“군 입대 전에는 드라마 출연에 대해 경직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빠른 대사 암기나 연기가 가능할까 고민했죠. 아직도 쉽지는 않지만 점점 더 나아지는 것 같아요.”
제대 후에는 좀 더 유연하게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고 있다. <실업급여 로맨스>의 천진난만한 아이, <12년 만의 재회: 달래 된, 장국>의 회사원, <로맨스가 필요해3>의 까칠한 상사, <허준>의 살리에르, 유도지까지. 그 안에서 작게 변화를 주면서 건실하게 연기해온 남궁민에게 <냄보소>는 터닝포인트다.
“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아 기분은 좋지만 빨리 놓고 다음 스텝을 준비하려고 해요. 인지도나 인기는 금방 빠지기 마련이니까요. 다행히 이미지 쇄신을 좀 한 것 같아서 다음 작품 준비를 잘해야겠다는 의욕이 넘쳐요. 이후는 제몫이겠죠.”
♡<우리 결혼했어요>의 로맨틱한 남자 “실제로는 ‘밀당’ 못하는 허당”
달라진 남궁민의 태도를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사건은 바로 예능 출연이다. 워낙 낯을 가리기도 하고 배우는 연기로 보여주면 된다는 생각에 드라마 홍보성 예능 출연조차도 꺼리던 그가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한 것이다. 애교 만점 홍진영과 능청스럽지만 로맨틱한 남궁민의 조합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일부 팬은 ‘프로 우결꾼’이라는 재미있는 별명까지 붙여주었다.
“그 별명을 저도 들어봤는데 정말 재미있지 않아요? 프로라는 말이 붙으니 조금 벽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진영이와 예능 합이 잘 맞는 편이어서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예능 출연으로 인지도도 많이 올랐고요. <냄보소>도 잘되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 같아요.”
남궁민과 홍진영의 가상 결혼생활은 끝이 났지만 워낙 많은 사랑을 받았던 커플인지라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두 사람이 실제로 사귀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는 팬들도 많다. 그런 팬들의 바람이 무색하게 “홍진영과 연락하지 않는다. 사귈 일은 없다”고 말한 기사가 화제가 되면서 한차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이름이 함께 거론되는 기사는 참 어려워요. 내게 달리는 악플은 괜찮은데 나 때문에 진영이가 언급되고 그로 인해 기분 상한다면 저 역시 기분이 좋지는 않죠. 평소 진영이와 연락하는 사이는 아닌데 기사 덕분에 오랜만에 연락해서 미안한 마음을 전했어요. 다행히 진영이도 쿨하게 받아들여줬죠. 고맙고 미안해요.”
가상 커플 속에서 여유롭고 능청스러우며 때때로 로맨틱한 남궁민의 일거수일투족은 여성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현실의 남궁민은 조금 다르다.
“실제로는 눈치도 없고 무뚝뚝한 타입이에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표현이 낯간지러워서 힘들어해요.”
연애가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아부 잘하는 사람들만 보면 간지러워 견딜 수 없었다는 그는 로맨틱보다는 ‘츤데레’(좋아하는데 무심한 척하는 캐릭터를 가리키는 인터넷 용어)에 가깝다.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약간 툭툭거리는 타입이라고. 결혼 적령기가 지났음에도 싱글라이프를 살아가고 있는 이유로 그는 ‘눈치 없음’을 들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 모습을 편하게 보여주면 좋은데 전 그런 모습을 늦게 보여줘요. 일부러 노력도 많이 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게다가 눈치도 없는 편이에요. 관심이 있는 여자에게는 ‘밀당’도 못하는 타입이에요. 대신 올인하는 편이고 모든 사람이 눈치 챌 정도로 티 나게 마음을 표현해요. 돌직구죠.”
후폭풍이 꽤 거셌던 <우결 > 이후 남궁민은 당분간 연기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대중은 ‘너희가 사귀나 안 사귀나 보자’라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요. 그런 시선을 받을 때면 편하지 않죠. 1년 동안 호흡을 맞춘 동생이니 편하게 안부 전하며 지내는 사이로 남을 수도 있는데, 일각의 시각 덕분에 인간관계가 끊어진다고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이 커요. 1년간 이어온 <우결>을 최근 끝냈으니, 당분간은 연기에 매진하고 싶어요.”
♡평범한 게 매력
참 반듯하게 잘생긴 남궁민을 두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그에게 평범함의 미학이 묻어나온다. 진솔하고 담백한 남궁민은 자신을 치장하고 포장하기 바쁜 연예계에서 더욱 빛나는 자신만의 아우라를 가지고 있다.
“저는 스스로 직장인이라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죠. 그래서인지 화려한 연예인 기질을 가진 친구들과는 잘 안 맞아요. 애초부터 연예인이 되려고 연기를 시작한 게 아니라 연기가 좋아서 시작했기 때문이죠. 직장인과 다른 점이라면 대중이 알아본다는 것 정도일까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의 삶에는 소탈함이 넘친다. 한참 드라마 촬영으로 바쁘게 지냈지만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남궁민은 평범한 직장인보다 더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방송 끝나자마자 아는 형과 일본 여행을 다녀왔어요. 현지에서 지진을 경험했는데 얼마나 놀랐는지…. 저를 제외한 모두가 지진에도 평온하더라고요. 먹는 걸 좋아해서인지 드라마 끝나고 3㎏이나 쪘어요. 벗으면 아마 깜짝
놀라실걸요.”
그 스스로도 자신이 가진 평범함의 가치를 평가절하하지 않는다. 아마 처음부터 연예계의 화려함이 아닌 연기만을 보고 달려왔기 때문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가 연기에 입문하게 된 계기도 소박하다. 취직 잘된다는 어머니의 말에 기계공학부에 들어갔지만 적응하지 못하던 찰나 MBC 탤런트 공채시험을 봤고, 그것이 남궁민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제 동생이 정말 잘생겼어요. 가족 누구도 동생이 아닌 제가 배우가 될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죠. 진로를 고민하던 중 탤런트가 됐는데 연기에 재미를 느끼게 됐어요. 그 사소한 시작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신기하죠. 요즘은 환경의 중요성도 느낍니다. 그렇게 잘생긴 동생이 이젠 평범한 아저씨가 되어 있더라고요.”
대화가 이렇게 흘러가니 도대체 이 남자, 평소에 뭐하고 지내는지 궁금해진다. 취미도 없고 친한 연예인도 많지 않다. <냄보소> 조연출과 친해져 자주 술을 마신다고 자랑하는 배우라니, 소탈함을 넘어선 남궁민만의 매력이다.
“드라마에서 셰프 역할을 했지만 요리를 잘하지는 못해요. 운동을 하고 외식하거나 친구들과 술 한잔 마시는 게 일상이죠. 약속이 없을 땐 영화나 드라마를 봐요.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아마 제가 출연한다면 너무 재미없어서 다들 채널 돌리실걸요?”(웃음)
평범하고 심심한 싱글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남궁민이지만 결혼에 대해서는 생각이 많다. 조카를 볼 때면 결혼 생각이 부쩍 생기기도 한다.
“명절 때 가족들을 만나러 가면 외롭기도 해요. 나는 혼잔데 동생 가족은 셋이니까, 왠지 3 대 1인 것 같고 그래요. 사실 여자친구는 제가 노력한다고 생기지는 않지만 자연스러운 시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지금은 소처럼 열심히 일하려고요.”
<냄보소>를 마친 남궁민은 중국에서 영화촬영을 준비 중이다. 스스로 배우로서 정점을 찍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단다. 정점이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나갈 생각이다.
“이제는 연기에 대해 누가 물어보면 할 말이 없어요.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시각이 다른데 연기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싶어요. 대중이 연기를 못한다고 말하는 배우도 어느 한 사람에게는 인정받을 수도 있고요. 다만 조금 더 예술에 근접해지고 싶다는 생각은 해요. 그런 면에서 진솔한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응원 횟수 0
첫댓글 넘 쌩뚱맞게 ㅋㅋ 나왔던 기사가 지금 또~~~ 글애드 멋진 울 배우님 ^^ 칭찬 자자했으니 ㅋㅋ 뫼셔왔네효♡ 읽어드 그 글이 그 글이었지만 ㅋㅋㅋ 그나저나.. 이제 또 중국 언제가시나..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는 다중이 될듯햐용♡
소처럼열심히 일하시는것도 멋있겠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셔서 행복해하시는 모습도 볼 수 있으면 좋기도 하겠어요~^^*
이렇게 다시 재탕해주시는 것도 나름 좋은데요~~
비슷한 기사이긴 하지만...
좋은 내용이니까 ㅋㅋ
처음보는 기사처럼 신선한데요~!!기자가 누군지 깔끔하고 확실한 의사전달 맘에드네요..잡지 기사인거에요?
인터넷 기사보다는 정리된 느낌의 기사네요
형제 두분다 훈남이세요^^
다시 읽으니 민님의 생각을 다시 느껴볼 수 있어 좋아요~
정말 최고의 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