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일랜드 더블린 리피강 사무엘 베케트 다리
아일랜드 더블린 시가지에 진입하여 만난 리피강과 하프 모양으로 아름다운 사무엘 베케트 다리가 문학인과 관련이 있다는 것에 대하여 더욱 정감이 간다. 그것은 나도 대한민국의 시인이기 때문이다. 리피강은 1830년대 이후 아일랜드의 여류시인 안나 리피(Anna Liffey)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리피 강 위에 놓은 하프 모양의 웅장한 다리는 노벨 문학을 수상한 사무엘 베케트를 기리기 위하여 그의 이름을 따서 지은 사무엘 베케트 다리다. 사무엘 베케트는 아일랜드 출신의 시인, 비평가, 소설가, 극작가로서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거목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강과 다리에 아일랜드 문인 이름을 붙여 그들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정경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일랜드는 노벨문학상을 4명이나 배출 시켰다.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1906∼1989)를 비롯하여 버나드 쇼, 예이츠, 히니다. 사무엘 베케트는 1906년 아일랜드의 더블린 근교 폭스로크에서 영국계 중산층 가정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를 전공하고 졸업하였다. 1928년 파리 고등사범학교의 영어 강사로 재직하던 중에 망명 작가 제임스 조이스와의 긴밀한 교류를 맺으며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파리의 고등사범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있다가 귀국하여 모교의 프랑스어 교사로 근무하였다. 1936년 어머니와의 불화로 아일랜드를 떠나 1937년 파리에 정착하였다. 작품 활동은 1938년 이후 프랑스에 머물면서 영문, 불문의 전위적인 소설과 희곡을 발표하였다. 처음에는 영어로 시집, 에세이, 소설 등을 발표하였으며, 1945년 이후는 프랑스어로 집필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레지스탕스에 가입했고, 이후 종전까지 게슈타포를 피해 프랑스의 남부에 은거하였다. 1945년 파리에 돌아온 후 집필 언어를 프랑스어로 바꾸어 왕성한 창작 활동을 시작하였다. [고도를 기다리며En Attendant Godot/Waiting for Godot]를 1953년 1월 파리에서 공연되어 놀랄 만한 성공을 거둠으로써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며 부조리 연극의 선구자가 되었다. 1969년 건강 악화로 튀니지에서 요양하던 중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게 되는데 수상식 참가를 비롯하여 일체의 인터뷰를 거부했다. 1989년 사망할 때까지 희곡, 소설, 평론, 시, 라디오 · 텔레비전 드라마 · 영화의 극본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특히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 En attendant Godot](1952)의 성공으로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앙티테아트르(anti-theater)의 선구자가 되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l969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작품이다. 나도 학창시절에 사무엘 베케트의 노벨 수상작 [고도를 기다리며]를 감명깊게 읽었다. 그는 그의 전 작품을 통해 세계의 부조리와 그 속에서 아무 의미도 없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절망적인 인간을 묘사하였다. 2막 희곡으로 1953년 파리의 소극장에서 첫 공연에 성공해 앙티테아트르(anti-theater)가 각광을 받게 되었다.
그의 노벨문학 수상작 [고도를 기다리며]는 시골길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라는 두 사람의 떠돌이가 고도(Godot)라는 인물(절대자)을 기다리는 동안 부질없는 대사와 동작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낸다. 거기에 노예 럭키를 데리고 포조가 등장하여 역시 두서없는 대화를 나누다가 떠났는데, 심부름하는 양치기 소년이 와서 '고도는 내일 온다'고 알려 준다. 두 사람은 계속 기다린다. 제2막(다음날)에서도 거의 같은 내용이 되풀이되는데, 이번에는 포조가 장님이 되어 있으나 럭키는 달아나려고 하지 않는다. 관객은 고도가 누구인지 갈수록 알 수 없게 되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기다리고 막이 내린다. 앙티테아트르(反 연극 기법)는 부조리극 또는 전위극, 반연극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현실에서 가능한 이야기를 현실에 충실해서 만드는 사실주의 연극이나 자연주의 연극이 연극사의 주류를 이루어나가는데 반기를 들고 등장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앙티테아트르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기보다는 사람의 내면의 생각과 사상 그리고 초자아라는 것에 보다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앙티테아트르는 극중에서 등장인물이 자기동일성을 잃고, 시간-공간이 현실성을 잃고, 언어가 그 전달능력을 상실하는 등 연극 그 자체가 행위의 의미를 해체당하는 부조리를 만들어 부조리성을 강조한다. 따라서 앙티테아트르는 배우들의 무의미한 대화들과 우스꽝스런 몸짓과 무대설정이 특징이다. 이 기법을 통해 부조리극은 관객에게 '인간은 목적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목적없이 세계를 표류하는 존재'라는 사상을 전파한다. 나는 학창시절에 이토록 깊은 뜻을 잘 모르고 좀 모호하고 이상하다고 느꼈던 기억이 어럼풋이 난다. 누군가를 계속 기다리던 기억...20세 전후의 내가 해석하기에는 아마도 힘들었던 것으로 남아있다. 기회가 되면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제대로 정독해 볼 것이다. 그리고 기막힌 인연은 [고도를 기다리며]가 내가 출생하던 1952년에 처음 발표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내가 사무엘 베케트의 고향 아일랜드 더블린에 온 것도, 지금 그의 이름을 기리기 위해 붙여진 리피강 사무엘 베케트 다리를 보며 꿈속에서 환상을 꿈꾸듯 행복하다. 나는 다리를 처음 분 순간에는 다리가 하프 모양이어서 참 우아하다, 참 아름답다, 긴 줄이 하프의 줄 같다, 참 잘 만들었다, 라는 표상적인 시각으로만 입력시켰다. 그런데 저 다리에 이토록 깊은 뜻을 담아 놓았다니 나의 뇌리에 다시 사무엘 베케트의 목숨 같은 문학정신을 새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