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실적 집계 앞두고 '보여주기'식 해외 파견…셋째 동선씨 중동사업장에
한화건설이 본사 직원 70여명을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으로 2개월 단기 파견을 보낸다. 해외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현지직원이 대부분이고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은 소수에 불과하다. 한화건설은 대규모 본사 인력을 해외 현장에 파견하면서 해당 직원에게 출국을 불과 일주일 가량 앞두고 급히 통보하는 등 통상적인 관행과 달라 내부 구설에 오르고 있다.
4일 한화건설과 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기획부서 임직원 70여명을 이르면 다음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으로 파견한다. 이번 파견은 2개월 가량 해외 사업장 출장 형식으로 진행된다. 파견된 직원은 마라픽(MARAFIQ), 움 우알(Umm Wu'al) 프로젝트에 분할·배치될 예정이며, 이근포 사장도 함께 출국해 해당 사업장 관계자들과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연말에 본사 소속 직원 수십명을 해외 사업장으로 파견하는 것은 건설업계에서 흔한 일이 아니다. 더욱이 중동 지역은 신규사업 수주의 기회가 있는 것도 아닌 상황이다. 업계는 이에 대해 전문경영인(CEO) 체제로 운영되는 기업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기업 오너를 겨냥한 눈치보기용(用) 사업 기획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근포 한화건설 사장이 내년 임원인사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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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제공 한화 김승연(가운데) 회장이 작년 2012년 7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현장을 방문해 현지 근로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 회장이 실형을 받은 이후 한화는 사업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한화 김승연 회장이 작년 7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을 방문, 현지 근로자 등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화 제공
올해 실적 보고는 한화건설이 이근포 사장 단독체제로 바뀐 뒤 첫 시험대라고 볼 수 있다. 한화건설은 지난해까지 김승연 한화 회장과 김현중 부회장. 이근포 사장이 각자 대표로 회사를 이끌었으나, 올해 2월 김승연 회장과 김현중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이근포 사장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지금까지 한화건설은 국내와 해외로 사업 부문을 나눠 해외사업은 김현중 한화 부회장이 국내 사업은 이근포 사장이 맡아 지휘했다. 이근포 사장은 대우건설 주택사업본부 임원 출신으로 2000년 한화건설에 영입된 이후에도 건축사업부문, 국내사업담당 대표이사를 맡은 국내사업통이다.
문제는 현재 한화건설의 해외사업 실적이 처참하다는 것이다. 한화건설은 올 상반기에만 해외부문을 중심으로 순손실 4415억원을 기록했다. 재무재표를 보면 자회사로 둔 사우디 현지법인 한화사우디콘트랙팅(Hanwha Saudi Contracting Co.,Ltd.)은 올 상반기에만 3000억원 가까운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9월 국내 채권 발행을 앞두고 실시한 신용평가에서는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한단계 추락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김승연 한화 회장이 2년여의 수감생활을 마친 후 경영일선에 복귀한 후 첫 연말 실적 정산을 앞두고 이근포 사장이 보여주기 식으로 대규모 출장을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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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근포 한화건설 사장(왼쪽)과 김현중 한화그룹 부회장/조선일보 DB
이에 대해 한화건설측은 “해외 현장으로 대규모 인원이 한꺼번에 나가는 것은 맞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알제리, 쿠웨이트 등 지역이 분산돼 있고, 나가는 시점도 순차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에서 수주한 플랜트 공사가 수행단계에서 견적·설계 오류, 시운전 미숙 등으로 공사기간이 지연된 데다 그동안 공사 원가가 올라 비용이 늘었다”면서 “이 같은 결과를 추가 원가에 선반영한 결과인 만큼 내년부터는 불확실성이 소멸돼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인 동선씨는 지난달 한화건설에 입사했으며, 지난달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한화건설이 해외에서 진행 중인 건설현장을 방문하기 위해 이라크로 출국했다. 동선씨는 해외 사업장 현장 상황을 점검하는 등 경영수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승연 회장은 올초 파기환송심 최종판결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유죄 판결이 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회사에 몸을 담을 수 없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