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스터디를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우연치 않게 뉴스를 보게 되었습니다.
충남 태안에서 고등학생 5명 실종이란 뉴스였지요. 이게 뭐지, 하고 봤더니 그게 바로 저희학교 일이더군요.
아... 정말 그 때 놀랍고 화가나고 안타까워서 아무것도 일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페이스북에 동기들이 글을 올리고, 뉴스를 퍼오는걸 지하철에서 보고 있다가 한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야, 소주나 한잔 하자, 고요. 답답하기도 하고 해서 친구네 집으로 갔고, 다른 친구 몇몇도 연락이 되어 모여서 술을 한창 마셨습니다.
지금 그 후배들은 저 바다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술을 마신다는게 무슨 소용이겠냐마는,
그러지 않고는 너무나 그네들이 안타까워서 좀 과음했습니다.
학교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공주 사대부고는, 기숙사 학교입니다. 그리고 충남에서 공부 좀 한다는 친구들이 모이는 학교이기도 합니다.
중학교 때까지, 공부 좀 해서 반에서 등수가 어느 정도되면, 공주에 있는 기숙사 학교로 가서 부모님과 떨어져서
고등학교 3년을 보내게 됩니다. 저도 그랬구요. NBA에 관심을 잃게 된 계기가 바로 그때였습니다.
컴퓨터도 없고, 티비도 없고, 기숙사에 친구들 밖에 없는 공부를 위한 학교였으니까요.
전 솔직히 공부도 잘 못했고, 집에서 원해서 이 학교에 가긴 했지만, 학교가 정말 싫었습니다.
함께 고생한, 함께 공부하면서 추억을 공유하게 된 친구들만 아니었으면, 학교를 몇번이고 때려치고 싶었습니다.
나름 충남의 명문이라는 꼬리표가 있어서인지, 학교에서도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이미 그런 시절은 지나갔음에도요.
지금은 그들이 생각하는만큼 대단한 학교도 아니지만, 그 명문이라는 이름 속에 학생들에게 권위적으로 공부를 강요합니다.
물론, 좋으신 선생님들도 계셨고 학생들에게 잘해주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학교의 분위기가 그랬단 겁니다.
공부를 하는 시스템, 답답한 그 시스템, 학생들에게는 공부만이 인생이 진리인 양,
공부를 강요하는 그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학교였습니다. 물론, 입시를 위한 선택으로 들어오긴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일반 고등학생들과는 다른 생활을 해야만 하는 학교였단 것입니다.
사고가 난 건, 198명 2학년 전원이 학교에서 보낸, 해병대 캠프에 갔다가 사고가 난 것입니다.
뉴스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비인가 사설업체에 자격없는 조교들이 운영하는 그런 해병대 캠프에 갔다가 사고가 났습니다.
사고가 난 과정도 정말 치가 떨릴 정도로 어이가 없습니다. 안전장비도 없이, 학생들을 바다에 떠밀었다가,
사고가 나니까, 수영도 하지 못하는 조교들도 구경만 할 뿐, 어떤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학생들을 사지에 남겨두었습니다.
처음 80명 중 23명이 파도에 휩쓸렸고, 그 중 18명만이 겨우 구조되어 5명은 파도로, 저멀리로 휩쓸려갔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은 자신의 친구들이 그 극악의 아수라장에서, 저 멀리로 떠밀려가 사라지는것을 지켜봐야했습니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상황이란 말입니까. 치가 떨립니다. 화가 나서.
그러고 나서, 학교는 예의 그 자존심이란 것 때문에, 혹은 그 해당업체에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그 학생들의 부모님들에게는 무단이탈로 처음에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 사이에 자신들이 알아서 처리할 수 있을줄 알았겠죠.
사대부고의 그 처리 방식, 그 해당업체의 처리방식,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그 어른들의 옹졸하고 이기적인 방식입니다.
자신들의 자식이라면, 그 학생들이 자기 아들들이었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인간의 탈을 쓰고?
그리고, 지금 2학년 아이들은 다시 보충수업을 하러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아직 학교에선 말이 많지만,
학생들에게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면서 너희들은 정신 차리고, 공부를 하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학생들이 무슨, 공부하는 기계입니까?? 눈 앞에서, 같이 갔던 말도 안되는 그놈의 기합잡는 캠프에 억지로 가서,
그들의 눈 앞에서 자신의 친구들이 죽음의 너머로 휩쓸려갔던걸 지켜봐야했던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에게는 당연하게도, 자신의 친구들의 죽음에 슬퍼하고, 마음을 추스릴 시간을 줘야하는게 아닐까요?
화가 납니다.
이 시대가 지금 어느 땐데, 공부하는데 기합이 중요하다면서, 군기를 잡아야 한다면서,
아이들을 해병대 캠프에 보낸 학교의 마인드, 교장의 생각이 이해가 안갑니다. 화가 납니다.
자격증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채로 캠프를 운영하고 돈을 벌어가면서, 안전장치도 없이
아이들을 사지에 몰아넣은 그 캠프 소속 작자들을 진짜 어떻게든 해버리고 싶습니다.
사고 후에, 아이들이 우선이 되는게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이 먼저인 학교와 그 업체의 행동이
정말 화가납니다.
불쌍한 아이들입니다.
공부밖에 해본적 없고, 그 공부를 하라고 집 떠나와 타지에서 기숙사 생활하면서 고생하는 아이들입니다.
그 아이들에게 군기를 잡겠다며 캠프에 보낸 어른들... 너무나도 밉습니다.
학생들은, 공부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이제 4명은 찾았고 한 아이만 남았습니다. 그 아이가, 부디, 부모님의 곁으로, 친구들의 곁으로 돌아올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살아돌아와, 넌 아직 해야 할 일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도 많아..
못난, 너를 알지도 못하는 선배지만, 너를 위해 기도할게. 꼭 어딘가에 있어라 친구야..
(사진은, 학교로 돌아와 돌아오지 못한 친구 책상에서 우는 한 친구의 사진입니다...너무나도 마음이 아프네요.......)
PS. 친구들과 내일 오전에 태안에 직접 내려가보기로 했습니다.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겠지만, 가만히 있기엔 너무 답답하네요....
첫댓글 하... 정말..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전 참고로 라이벌(?) 학교인 한일고 졸업생입니다. 갑자기 공주사대부고 학생들이 그런일을 당했다고 뉴스에 나와 당황했습니다. ㅠㅠ 아이들이 너무 가엾네요.. 친구들 구하러 다시 물에들어간 아이들도 있다던데..글로나마 위로드립니다.
지금 친구들에게 소식 들어왔는데, 마지막 한 아이도 찾았다는군요..........아............이런 진짜 아..할말이 없네요. 이제 분향소를 차린다고 하니, 거기로 내려가볼 생각입니다...
우리나라 정말 문제가 한둘이 아닙니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경우님도 마음 잘 추스리시고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기에 다시 생각해도 아이들이 너무 가엾습니다. 일을 제대로 알리지는 못할망정 자기들 입장에서 처리하고자한 그 분들..반드시 엄중한 처벌이 따라야 할 것 입니다.
삼가고인들의명복을빕니다..마음이너무무겁네요
정말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도 부모님들도 너무 안타깝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온 친구들도 한동안 패닉상태일 것 같아 가슴 아프네요..
저도 해병인데 언젠가 사설 햐병대 캠프가 사고치지 않을까 했는데 큰 일이 나고 말았네요 대신해서 사과드립니다..
5명 시신 모두 인양 했다고 속보 떴네요. 안타깝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도 연평도포격사건으로 대학교 후배하나를 잃었습니다 제가 할수있는게 없다는것이 가장 화가나더군요
조교가 수영도 못하는..ㅡㅡ;;
수영이 문제가 아니라 던져줄 구명용품은 있었어야죠
수영한다고해도 저렇게 단체로 문제 생기면
구조 어렵습니다
앞뒤로 잡혀버리면 수 없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부디 좋은곳에 계시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억압과 강요가 없는 그 곳에서라도 편히 지내길...
정말 맘이 아픕니다 특히나 이런 인재사고는 더더욱 말이죠 왜 그랬을까요...하아...
이 사고의 가장 큰 책임자는 그런데로 보낸 학교 교장일텐데 말이죠...사퇴 안하나요?
진짜 할 말이 없네요.
학교측과 업체측의 대응을 보니 더 열불이 나는군요.
마음 같아선 바다 한복판에 떨어뜨려 버리고 싶군요. 자기가 대상이 되도 그딴 식으로 할 건지..
사고가 났다는 소리를 듣고, 대체 뭔 일인가 했더니 사대부고 아이들이었습니다. 억울하고 분합니다. 너무 억울하고 분합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선 안 되는 거란 말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아직 어린청춘인데...저도 기사 보고 짠해져서.. 눈물이 나더라구요...불쌍하고 안타깝고 미안하고....
너무가슴아픈일이고잘못된나라의관습이한몫한거같습니다.특히저도무단이탈이라한부분에서정말화가나더군요. 글쓴분의글에서진심어린마음이느껴집니다. 유가족들의슬픔이하루빨리안정되길바랍니다
공주사대부고면 공립이 아니라 국립인건가요? 교장은 저 상황에서 면피용 발언이 나오는지.. 선생들은 뭐하고 있었는지...업체 선정과정은 어땠는지..
공주사대부고...저도 천안에서 학교를 다녔던터라 커트라인이 어떤지 잘 압니다..한일고와 더불어 점수가 좋아야지만 갈 수 있죠..아예 거기를 목표로 하는 특수반이 따로 있을 정도 였습니다..글쓴 분은 못된 어른들 때문에 후배가 많이 다치셔서 심려가 크시겠네요..태안에 잘 가셔서 고인들을 위로 많이 해주시고 잘 오시기 바랍니다..
그나저나 교장 이....최소한 어린 나이에 죽은 친구들을 위로해 주는 시간이라도 줘야지!! 걔네들이 공주에 와서 공부가 되겠니? 앙? 숙소비가 아까운거냐? 그리고 무단이탈? 참 정말 저승에 가서 죽은 학생들을 어떻게 보려고 그러냐...
맘이 아프네요.. 참안타깝습니다. 그곳은 부디 자유가 있는 곳이길..
사대부고는 돌고 도는 소식통에 의하면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학생들을 압박하고 남녀 차별적인 언행을 일삼는 수준 미달의 교직원들도 많습니다. 비인간적인 입시 기계들을 양성하는 학교처럼 운영이 된다고 합니다. 저 학교는 그냥 사범대학 부설 학교라는 이름이 유명무실한 입시 학원입니다.
너무 안타깝네요.ㅠ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지막 친구사진은 정말 눈물나네요... 어린나이에 모두들 상처가 얼마나 심할까요..
공주사대부고 나오셨군요.. 저도 그 근방에서 공부많이시키는 기숙사학교 좀 다니다가 사정상 중간에 나오게되었는데... 말씀하신 분위기가 어떤 느낌인지 짐작이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