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을 그냥 놓아두어라.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마라. 사실 하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손을 얹어 주시고 나서 그곳을 떠나셨다. (14~15)
마태오 복음 19장 13절은 어린이를 랍비와 같이 존경받는 사람에게 데리고 나와서 안수 기도를 받는 당시의 풍습이 반영되어 있다.
또한 결혼을 통해 얻어지는 하느님의 귀한 선물인 어린이에 대하여 예수님께서 축복하시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앞선 단락과도 연결되어 있다.
예수님께서는 어린이와 같은 겸손함과 순종을 본받고, 어린이 하나라도 업신여겨서는 안된다는 교훈(마태18,1-4)을 제자들에게 주셨는데, 제자들은 이것을 잊어버리고 어린이를 경시하는 마음이 밖으로 드러나 어린이의 접근을 막는 실수를 저질렀다.
마태오 복음 18장 3절에 나오는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에서 '어린이'에 해당하는 '타 파이디아'(ta paidia; little children)의 특징은 부모에게 절대 의존적이고, 부모의 말에 절대 순종하며, 가르침을 단순하게 잘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어린이처럼 하느님에 대하여 절대 의지하며, 그 말씀에 순종하는 자만이 하느님 나라의 구성원이 될 수 있음을 말씀하신 것이다.
마태오 복음 19장 14절과 병행 구절인 마르코 복음 10장 14절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보시고 언짢아하시며 제자들에게 이르셨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어린이의 접근을 막는 제자들을 향해 예수님께서는 분노하셨던 것이다.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 헤매는 목자의 심정으로 영혼 구원 사업에 열중하시는 예수님의 심정을 모르고, 실로 소중한 어린 생명들이 다가오는 것을 가로막는 제자들의 행동에 대하여 예수님께서는 의분을 금할 수 없으셨던 것이다.
'그냥 놓아두어라'에 해당하는 '아페테'(aphete; let; suffer)는 일시적 동작을 명령하는 부정(不定) 과거 명령형으로서, 지금 당장 그 어린이들의 접근을 용납하라는 촉구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막지 마라'에 해당하는 '메 콜뤼에테'(me kolyete; do not forbid; do not hinder)는 계속 반복되는 동작을 명령하는 현재 명령형으로 쓰여서 앞으로 계속하여 금해서는 안된다는 경고의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지금 당장 어린이들을 자신에게 보낼 것을 촉구하며,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자들에게 강력히 경고하신 것이다.
한편, '사실 하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에서 '사실'로 번역된 접속사 '가르'(gar; for)는 원인이나 이유를 나타내며, '왜냐하면'으로 번역될 수 있다.
예수님께서 어린이들이 당신께 오는 것을 막지 말라고 명령하시는 이유가 천국이 바로 이런 어린이들과 같이 겸손하며, 말씀에 순종하는 자의 것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 주는 것이다.
또한 여기에 나오는 '하늘 나라'에 해당하는 '헤 바실레이아 톤 우라논' (he basileia ton uranon; the kingdom of heaven)이나 병행 구절인 마르코 복음 10장 14절의 '하느님의 나라'에 해당하는 '헤 바실레이아 투 테우'(he basileia tu theu; the kingdom of God)는 동일한 의미를 보여 준다.
즉 이것은 모두 하느님의 통치권이 미치는 영역을 가리킨다. 이러한 하느님 나라의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낮추고 하느님의 통치를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끝으로 '그들에게 손을 얹어 주시고'에 해당하는 '에피테이스 타스 케이라스 아우토이스'(epitheis tas cheiras autois; he laid his hands on them; he placed his hands on them)에서 동사 '에피테이스'(epitheis)는 '~위에'라는 뜻이 있는 전치사 '에피'(epi)와 '놓다', '두다'는 뜻이 있는 '티테미'(tithemi)의 합성어로서, '~위에 두다'는 뜻을 가진 '에피타테미'(epitathemi)의 분사형이다.
따라서 여기에서의 안수(按手)는 손을 머리 위에 올리는 것임을 보여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