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위가 찾아오면 산행도 고역이 된다. 아무리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바람이 잘 통하지 않고 숲이 우거진 산은 여름엔 피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마냥 계곡 산행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때 땀을 흘리면서도 더위를 쫓을 수 있는 게 섬 산행이다. 달리 더위를 쫓는 게 아니라 가까이 바다를 내려다보는 시각적인 시원함이다. 여기에 더해 섬으로 들어가는 배에서 바람을 맞으며 파도를 바라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여름을 맞아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이 이번에 답사한 섬은 전남 여수의 금오도(金鰲島)다. 금오도는 동백이 울창해 봄의 길목에 탐방객과 산꾼이 많이 찾지만 그 외의 계절에도 적잖은 사람이 찾는다. 섬의 면적이 27㎢로 전남 보길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21번째로 넓다. 부산의 가덕도가 20.8㎢로 23번째이니 비교하면 크기를 어림짐작할 수 있다. 요즘 금오도는 해안 트레킹 코스인 비렁길 탐방객으로 붐비지만 이전에는 섬 산행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금오도 매봉산(382m)은 오르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고 정상 능선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여름 섬 산행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금오도의 매봉산 산행 코스와 비렁길 트레킹 코스를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북서에서 남동 방향으로 기울어진 모양의 섬에서 매봉산 등산로는 북쪽 해안을 따라 이어지고 비렁길은 남쪽 해안을 따라 걷는다.
◇ 금오도 북쪽 해안 따라 11㎞ 코스 오르락내리락
| | | 근교산 취재팀이 여수 금오도 매봉산 정상 직전의 암릉을 지나고 있다. 뒤로 팔각정에서 내려오는 능선이 초록으로 물들어 있다. 매봉산 능선에는 곳곳에 바윗길이 있어 다도해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
섬 산행은 뭐니뭐니해도 조망의 산행이다. 특히 금오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구역 중 가장 동쪽에서 중심이 되는 섬으로 빼어난 조망을 자랑하는 곳이다. 매봉산에서는 북쪽으로 여수 돌산도와의 사이에 자그마한 섬들이 점점이 박힌 비경을 감상할 수 있고 남쪽으로는 수평선이 펼쳐진다. 조선 시대 소나무 봉산으로 묶인 금오도를 일제 강점기 민간인에게 대부해 주었다고 해서 매봉산을 대부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 이정표나 안내도에는 대부산이란 이름을 더 흔하게 볼 수 있다.
매봉산 산행은 여수시 남면 금오도 함구미 선착장을 출발해 비렁길 갈림길(두우고개)~전망대~팔각정~암릉 전망대~매봉산 정상~문바위~여천 갈림길~칼이봉~대유 사거리~소유 사거리~우물 삼거리~옥녀봉을 지나 검바위에서 마친다. 전체 산행거리는 11㎞ 정도로 순수 산행시간은 4시간30분~5시간, 휴식을 포함하면 6시간 안팎이 걸린다.
매봉산 산행은 함구미 선착장에서 시작한다. 선착장에서 산을 바라보고 오른쪽은 비렁길 출발 지점이고 매봉산 등산로는 도로를 되돌아 올라가야 한다. 도로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금오도 안내도 뒤가 등산로 입구다. 주택 사이 콘크리트 길로 100m가량 올라가 마지막 집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좁은 시멘트 계단으로 오른다. 10분가량 오르면 석축 앞에 등산로 표지판이 있다. 곧 대나무 숲을 지나는 중에 삼거리다. 돌담 사이 오른쪽 길로 오른다. 폐가가 여럿 있고 길에는 넓적한 바위가 촘촘히 깔렸다. 잠시 뒤 하늘이 트이고 Y자 삼거리다. 여기서 오른쪽 길은 비렁길 1코스로 연결되고 등산로는 왼쪽 오르막이다. 올라가면 다시 돌담 사이 나무 터널을 지난다. 10분 정도면 작은 너덜을 지나며 남쪽으로 조망이 트인다. 곧 짙은 숲으로 들어서고 꾸준히 오르막이다. 다시 10여 분이면 경사가 급해지고 자연석을 깔아 만든 계단 길을 오른다.
◇ 정상 전후해 곳곳 바윗길… 수평선까지 조망
| | | 함구미를 출발해 매봉산으로 오르다가 지나는 나무 터널. |
숲길을 오르다 보면 왼쪽에 커다란 바위가 튀어 나간 전망대다. 여기서 조금만 더 오르면 금오도 등산로 안내도가 있는 완만한 389m봉을 지난다. 매봉산보다 8m가량 높다. 내리막을 잠시 가면 북쪽으로 시원하게 트인 곳에 2층 팔각정이 나타난다. 북쪽으로 금오도와 돌산도 사이의 대두리도, 나발도, 월호도, 화태도 등이 손에 잡힐 듯하다. 동쪽으로는 매봉산 정상과 그 뒤로 옥녀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길게 뻗어있다. 짧은 급경사 내리막 뒤에 물결치듯 완만한 능선이 이어진다. 15분 정도면 서서히 오르막으로 바뀌고 곧 암릉과 만난다. 암릉 위에 올라서면 북쪽과 남쪽으로 조망이 시원하다. 남으로 비렁길 1코스와 2코스의 경계인 두포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암릉 끝에서 숲길로 들어서 잠시 오르면 매봉산 정상이다.
정상은 나무가 우거져 조망이 어렵지만 여기서부터 이어지는 능선은 곳곳이 바윗길이라 다도해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완만하게 오르내리는 능선을 30분 정도 가면 커다란 바위 두 개가 마주 보고 서 있어 문처럼 보이는 문바위가 나타난다. 여기서 내리막을 잠시 가면 사거리다. 왼쪽 내리막은 여천 선착장 방향으로, 당일 산행을 마치고 섬을 빠져나가려면 이쪽으로 하산해야 한다. 이후로 검바위에서 산행을 마치기 전에 대유와 소유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있지만 교통편이 마땅찮다. 산행로는 정면의 옥녀봉·칼이봉 방향 완만한 오르막이다. 10분 정도면 숲 속에 완만하게 솟아오른 칼이봉(327m) 정상이다.
◇ 당일 산행 후 섬 빠져나오려면 여천항으로 하산
| | | 옥녀봉에서 내려다 본 대유·소유 마을. |
칼이봉을 지나며 틈틈이 동쪽으로 해안을 내려다보며 완만하고 뚜렷한 길을 걷는다. 10분 정도 가면 석축이 쌓여 있는 사거리다. 왼쪽 내리막은 대유마을 방향이다. 우학·옥녀봉은 정면 오르막이다. 중간중간 약간 가파른 구간이 있지만 대체로 경사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편한 길이다. 20여 분 오르내리며 가다 보면 100m 이상 돌담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완만한 오르막을 잠시 가다 잠깐 시야가 트이는 풀밭에서 정면의 옥녀봉 바위 봉우리가 올려다보인다. 여기서 7, 8분 더 가면 묵은 임도와 만나는 사거리다. 왼쪽은 소유마을 방향이다. 등산로는 오른쪽 냉수동 방향으로 10m 올라가서 다시 능선으로 올라간다.
여기서부터 옥녀봉까지는 계속 오르막이다. 10분 정도 오르면 오른쪽 냉수동 마을 방향 우물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진다. 잠시 뒤 바위 사면을 지나 숲길을 조금만 올라가면 동쪽과 북쪽으로 시야가 탁 트이는 옥녀봉(284m)이다. 동북쪽으로 깎아지른 벼랑이라 조망이 거칠 게 없다. 북동쪽으로는 바다를 건너 향일암이 있는 여수 돌산도 금오산이 지척이다. 옥녀봉을 지나면 두어 군데 야트막한 봉우리를 오르내리지만 계속 내리막이다. 중간에 바윗길을 몇 곳 지나 40분 정도면 여천에서 우학으로 넘어가는 도로인 검바위에 닿는다. 여기서 남면사무소가 있는 우학은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된다.
# 떠나기 전에
- 금오도에서의 하룻밤…해수욕장·체험마을 들를만 해
금오도는 배편이 자주 있지만 거리가 먼 부산에서는 당일로 빠듯하다. 보통 금오도를 찾는 부산의 안내 산악회는 매봉산 코스의 경우 함구미~매봉산~여천 구간으로 끊어서 타고, 비렁길을 찾을 땐 1코스만 걷고 돌아온다. 하지만 금오도는 하루에 둘러보기엔 큰 섬이다. 가능하다면 섬에서 하루쯤 묵는 게 금오도의 자연을 온전히 누리는 방법이다.
금오도에는 비렁길 구간의 시·종점 마을과 매봉산 산행 종점으로 면사무소가 있는 우학 등에 민박과 음식점이 빠짐없이 있다. 깨끗한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려고 연륙교 가설조차 거절한 금오도 주민의 인심도 푸근하다. 한적한 바닷가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재미는 남다르다. 여유가 있다면 심포와 장지 사이 망산(343m)에 올라보는 것도 좋겠다. 정상 바로 아래 봉수대는 장애물이 없이 시원하게 트인 곳에 있어 다도해는 물론 금오도 비렁길의 해안 절벽을 옆에서 감상할 수 있다.
금오도와 연도교인 안도대교로 연결된 안도(安島)는 태풍에도 배가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곳이란 의미다. 모래로 된 안도해수욕장과 몽돌로 된 이아포해수욕장이 있어 여름휴가를 보내기에 좋다. 안도 선착장이 있는 곳에는 어촌체험마을도 있다.
# 교통편
- 여수항·돌산 신기 항에서 금오도행 배편 출발
| | |
금오도로 들어가려면 일단 여수로 가야 한다. 부산서부터미널에서 여수 가는 버스는 오전 7시30분(첫차), 9시30분 등에 있고 노포동 버스터미널에서는 오전 6시35분(첫차), 7시25분, 8시35분 등에 출발한다. 여수에서 돌아올 땐 사상과 노포동행 버스를 한곳에서 골라 탈 수 있다.
여수에서 금오도로 들어갈 땐 주로 여수항과 신기항을 이용한다. 여수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면사무소가 있는 우학행 배가 오전 6시20분, 오후 2시30분에 출발하고, 함구미행은 오전 6시10분, 9시40분, 오후 2시50분에 있다. 돌산도의 남쪽 끝인 신기항에서 금오도 여천으로 가는 배는 운항시간이 가장 짧고 편수도 많다. 오전 7시45분, 9시10분, 10시30분, 낮 12시, 오후 2시30분, 4시, 6시에 신기를 출발하며 30분 뒤에 다시 여천을 출발한다. 여수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 정류장에서 신기를 거쳐 향일암으로 가는 버스가 30~4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여천항에서는 배 시간에 맞춰 함구미와 우학 방향으로 2대의 마을버스가 운행한다. 산행을 마치는 검바위는 면 소재지인 우학에서 멀지 않다. 버스 시간이 맞지 않을 땐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정지운수 (061)665-9544 , 남면택시 (061)666-2651 , 2652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