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쓰는 가을 동화, 정읍 구절초 축제(2014 10/3~10/12)
늘씬한 꽃대에 새하얀 가운을 걸친 고매한 자태, 거기다 황금빛 눈동자가 동공을 크게 열고 있으니 가을 문턱에 들어서 갈피를 잡지 못한 남자의 마음을 톡 건드린다.
코끝을 간지럽게 하는 꽃향기는 비로소 가을문턱을 넘었음을 실감나게 해준다. 거기다 솔향까지 버무려진 향내는 명품 향수를 공원 전체에 뿌려 놓은 듯 하다.
짙은 구절초의 향기를 맡겠다면 동트기 전에 찾는 것이 좋다. 건조할 때 얼굴에 뿌리는 캐모마일 미스트를 온몸에 뿌린 기분이었다. 어슴푸레할 때 찾으니 꽃은 어두컴컴한 골목을 밝히는 가로등이었다. 옥정호에서 머물렀던 안개가 스멀스멀 밀려오자 톱니같은 꽃잎에 이슬이 맺힌다. 자식 키우느라 죽도록 고생한 남도 어머니의 눈물처럼 보여 가슴을 여미게 한다.
분명한 것은 남자가 아닌 여인내의 향기가 난다는 것
구절초가 군락을 이루면 눈밭으로 변한다. 복잡한 마음을 하얀 색으로 덮은다. 정읍 옥정호 구절초 테마공원은 그 넓이 무려 10만 m2, 구절양장 같은 구절초 꽃길만 무려 1km 나 이어져 있고 해바라기, 메밀밭, 코스모스밭까지 모두 섭렵하다보면 3km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사부작사부작 꽃길을 거닐며 구절초의 매혹적 유혹에 못 이기는 척 넘어가 줘라.
구절초 축제는 10월 3일부터 10월 12일까지 무려 열흘간 이어진다. 한 순간에 끝나 버리는 벚꽃과는 달리 진득함이 묻어 있어 좋다.
축제 때만 입장료를 받는다. 3천원이지만 2천원은 정읍의 농산물이나 먹을 거리를 살 수 있으니 결국 입장료는 1천원으로 보면 된다. 재미난 것은 꽃무늬 옷이나 모자를 착용했다면 무료란다. 애교가 잔뜩 묻어있는 이 아이디어를 누가 제공했는지 사뭇 궁금하다. 분명 꽃을 좋아하는 사람일게다. 참 꽃무늬 부라자와 빤스는 어떻게 확인시켜줘야하나
입구에서 다리를 건너면 농산물 매장이 나온다. 야트마한 고개를 살짝 넘으면 꽃동산이 펼쳐진다.
벌써 9회째다. '솔숲 구절초와 함께 하는 슬로투어'
전국의 사진작가들을 불러 모으는 이유는 바로 솔숲 아래에 꽃이 활짝 피기 때문이다. 허허벌판에 달랑 꽃만 무성하다면 얼마나 무미건조하겠는가? 굽은 소나무와 꼿꼿한 구절초, 짙초록의 소나무와 순백의 구절초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런 곳은 천천히 곱씹으며 그리고 넉넉하게 둘러봐야 이 꽃밭의 진수를 만끽하게 된다. slow tour는 바로 여기서 나왔다.
안내판에는 구절초 테마공원의 지도와 꼭 봐야할 곳을 표시해두었다. 가로등도 구절초 꽃잎이네
축제장은 입구에 있다 먹을거리, 볼거리, 체험거리가 가득하다. 특히 구절초꽃차와 구절초 막걸리는 놓치지 마라.
언덕을 넘으면 그야말로 꽃대궐이 펼쳐진다.
옥정호 입에서 스멀스멀 김이 올라오더니 산허리를 휘감는다. 명주 치마가 드리워진 것 같다.
살짝 삼각대를 흔들어줬더니 꽃들도 신이 나서 춤을 춘다. '아침 보건체조라고 생각해 '
구절초 향기 + 소나무 향기 + 옥정호 물안개까지 3가지를 절묘하게 섞어 놓았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스치자 꽃은 작은 떨림으로 화답한다.
"오메~~좋은 거~"
빨간 가방을 어깨에 멘 여인이 안개를 헤집고 걸어간다. 사쁜사쁜 걷는 자태에서 또다른 꽃향기가 풀풀 난다.
그러고보니 이 숲에서 포인트는 빨간색이다. 한때 내 마누라 입술이 이리 청순했지
숲의 심장처럼 우채통의 색은 정열적이다. 숲에 오래 머물다보니 구절초 꽃문신이 새겨진 모양이다. 혹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했다면 그 진심을 담아 엽서를 보내면 어떨까. 수시로 꺼내 DJ가 즉석에서 신청곡과 사연을 방송한단다. 얼마나 로멘틱한 일인가
그래서 그 이름도 '사랑의 우체국'이다.
안도연 시인의 '구절초의 북쪽'이란 시가 묘한 여운을 던져 준다.
하나같이 목을 길게 빼고 하나같이 북쪽으로 섧도록 엷게 뻗어있는 것을 보았는가? 구절초의 사무치는 북쪽을 보았는가?
난 시인의 감성을 발끝만큼도 따라가지 못하는가 보다. 그저 방실방실 웃는 여인처럼 보이니 말이다.
무슨 심술인지~살짝 카메라를 살짝 흔들었더니 유화처럼 꽃이 보인다. 그제서야 구절초의 북쪽이 살짝 보인다.
"안되면 되게 하라."
우락부락한 남자가 꽃을 보고 있다면 어울릴까? 여인들이 꽃을 바라볼 때가 잘 어울리는 이유는 바로 꽃같은 삶을 살았기 때문이지
날이 밝아오니 꽃은 에너지를 잔뜩 받아서인지 생기가 넘친다. 색은 하애지고 더욱 노래졌다.
'나도 꽃다운 시절이 있었다오. ' 먼저 핑크빛으로 꽃을 피웠다가 완숙함에 접어들면 하얗게 변한다.
9번의 인내와 고통을 이겨낸 꽃같다. 그래서 仙母草라 부른다. 신선같은 어머니
산자락을 꽃이불로 덮어 버렸다.
거대한 파도처럼 꽃물결을 이룬다.
나무벤치에도 꽃내음이 묻어 있었다.
마냥 걷고 싶은 꽃길이며 하루종일 앉아서 꽃만봐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사진가는 촉소를 내뻗으며 예쁜 꽃을 담으려고 무던 애를 쓴다.
솔향에 버무려진 꽃향기에 취해 간신히 언덕에 오른다. 이곳에도 시선을 줘야지, 저곳에도 하늘도 봐주고. 눈은 피곤하지만 마음만은 행복하다.
지그재그 꽃길을 휘감아 도니 꽃과 한 몸이 된 것같다.
꽃은 까르르 웃고 있는 여고생의 파안대소를 닮았다. 재잘거리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기분 좋게 걸어본다.
전망대 가는 길은 구절초 이야기 길이다. 구절초에 관한 상식, 흥미진진한 이야기 등을 접하다 보면 꽃이 사랑스러워진다.
고갯마루에 벼아트 전망대가 서 있다. 난간을 부여잡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탁 트인 전경이 펼쳐진다. 꽃밭을 휘감아 도는 추령천의 줄기와 종석산의 등허리가 한 눈에 잡힌다.
구절초 꽃밭에 날아든 나비와 강아지가 노니는 그림으로 유색벼로 만들었다고 한다. 조금 있으면 벼를 베어야 할텐데~그럼 이 그림도 없어지겠지.
다람쥐 하늘탑을 지나면 지그재그 내리막 길이 이어진다.
숲도 길도 온통 꽃으로 뒤덤벅
비스듬한 사면에 핀 꽃은 색다르다.
이곳부터는 가을꽃과 관련된 시가 걸려 있다. 시인의 감성과 애틋한 시신을 빌려서 구절초를 다시 본다.
꽃잎은 선녀의 옷처럼 하늘거리 꽃술은 꿀벌의 눈동자를 닮았다. 그 눈동자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하나의 꽃대에 꽃 한송이만 핀다고 하니 나름 지조가 있다. 으리의 꽃이구먼~
꽃을 오래 만나면 인생의 달관을 맛보나보다. 직설적이지도 않고 우회적지만 강렬하게 어필한다. "봄, 여름 힘들게 지나서오늘에야 활짝 웃잖아요." 이 문구를 읽고 꽃밭에 들어가면 아주 나쁜 놈이지.
코스모스 밭 가는 길의 구절초밭은 탁 트여 있어 색다른 맛이다. 개울과 꽃을 함께 볼 수 있다.
워낙 구절초 꽃밭이 화려하고 그리고 이 코스모스 밭이 동떨어져서그렇지 그리 시선을 많이 받지 않지만 전부 둘러보면 구절초 못지 않다. 코스모스와 메밀 그리고 해바라기가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다.
안개가 피어오르자 산지락이 힐끔 보인다. 핑크빛 꽃이 군무를 이룬다.
뒤를 보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너른 코스모스 밭이 나타난다.
아침 햇살이 피부에 닿으니 분홍꽃이 그 싱싱함을 발산한다.
X-RAY찍으면 뼈다귀가 보이듯 역광이 비치니 꽃의 속살이 드러난다.
감동 받은 대장 표정 ^^ 셀카봉이여
핑크빛이 번진다.
코스모스는 왜 구절초 닮으려고 애를 쓰는가?
구절초 테마공원과 헤어질 시간~아침 9시가 되니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밀려온다.
30분, 1시간, 2시간 코스가 있으니 상황에 맞게 골라서 꽃길을 걸으시라.
축제는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옥정호 구절초 테마공원에서 열린다. 꽃무늬 모자와 옷을 입으면 입장료 3천원이 면제 된다. 매일 꽃밭음악회가 열리며 정읍의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다.
가는길 호남고속도로 태인IC-산내면 사거리(우회전)-쌍치방면 3km 지점-옥정호 구절초 테마공원
추령천 따라 능교로 가는 길. 전망대에 오르면 320도 굽이도는 물돌이동을 볼 수 있다. 왜가리가 서식하고 있어 비상하는 장면은 꽃기행의 덤이다.
드라마 전우에 등장했던 능교, 50년 역사를 가져서 그런지 낡아보인다. 영화 '남부군'과 드라마 '전우'에 등장했다고 하는데 특히 전우에서 최수종이 마지막 사투를 벌인 비단교 전투의 무대로 나왔다고 한다. 코스모스길을 따라 빠져 나오면 대로와 닿는다.
식사는 산외한우마을에서 해결하면 된다. 40여곳 정육점이 성업중이며 고기를 사다가 상차람비만 내면 한우를 즐길 수 있다. 정읍시 산외면 동곡리
옥정호 마실길 펜션(www.ompension.co.kr) 063-534-5553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부대 시설이 잘 되어 잇으며 주인장이 무척 친절하다.옥정호 구절초테마공원과 20분 거리에 있다.
황토현 전적지 기념탑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도 구절초 꽃밭이 있다.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자랑
|
첫댓글 이가을의 아름다운 자연 과연 누가 만들었을까요 늘 가슴에 남을 계절 동반자와 함께라면 ..그리움은 외로움이요 사랑이라고 그누가... 즐기세요 행복과 함께하소서
고맙습니다. 신이 만들어낸 대한민국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백인당님도 행복하셔요.
와~~~아름다워요^^
그 계절에 딱맞게 가본적없은 없지만 사진으론 많이 본 풍경인데,,,봐도 봐도 아릅답네요,,,,축제안에 한번 꼭 가봐야할것 같네요^^
울지마라, 봄 여름 힘들게 지나서 오늘에야 활짝 웃잖아요, 노래와 글이 가슴에 와 닿네요, 가고싶은데 언젠간 암투병 끝내고 웃으며 참여할날 있겠ㅈ요?
오마이갓 가고싶다~~~
아름다운 계절 가을입니다~~~~
와~와~ 정읍. .이 곳에서 참으로 먼 곳이지만 내년에는 꼭 가봐야겠습니다.고맙습니다.
겨울중심에 윗지방은 구절초처럼 새하얀 눈이 덮인 날 .......... 가을속에 마음이 자꾸 소풍가 있습니다 오늘이 성탄이브라는데, 내 마음은 이른아침 가을날에 꽃모자쓰고 마실나온 여인입니다 . 대장님에 글처럼 마구마구 분홍빛이 물들고, ......... 계절지난 후기는 더욱 매력있는 가 봅니다
평강님. 잘 지내시지요. 순천 한번 가야겠는걸요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아름답네요~나중에 한번 가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