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가 보면 중요한 일을 깜박 잊어버리는 경우는 있는데 이번 산행이 아마 그런것일게다.
토요일날 아침 새벽 5:30분 집을 나서면서 아내에게
"오늘 토요일이니 예약 받게 핸드폰 좀 가지고 받아줘"라고 운을 떼자 중2 딸애 시험 감독
간다며 오늘 받을수 없다며 가지고 가라한다.양재에 도착하니 6:30분이라서 버스를 타려면
30분이나 남았기에 살짝 눈부친다는게 고만 내차에 폰을 두고 낙동정맥 1차 출정식 버스에
타서 자다가 치악 휴게소에 와서야 알았다.에이고 뉘를 탓하리 내 건망증 때문이야!
결국 그 날 밤 10시에 도착해서 폰을 보니 부재중수신이 22통(이분들이 다탔으면 대박인데 으흐흐...)
이나 와서 10월 산행의 계절이 왔음을 피부로 느끼면서 29명을 모신 전용버스는 하늘재에 9:45분에
도착했다.
벌써 타산악회 버스가 두대 하늘재에 와 있어서 약간은 혼잡하여 우리는 체조(약간은 엉성하나 반드시
나아질날이 올거야 란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후 9:50분 초소옆 등로를 올랐다.가을냄새를 맡으며 10분쯤
가니 하늘샘이 나와서 물맛 음미차 한잔 마셨는데 별로이다.이곳을 지나면 포암산 0.8키로 안내판이
나오는데 계속 가파른 오르막 이기 때문에 시간이 좀 소요된다.10분 더가니 우측 노송과 암봉이 어우려진
전망대가 나오고 뒤를 돌아보니 문경 진산인 주흘산이 한눈에 들어온다.포토라인이라서 디카를 찾아보니
그것도 차에 두고 온것 같다.윤항기의 내가 왜 이렇까? 노래를 전통박자인 쿵짜자 쿵짝 리듬에 맞춰
노랠 부른뒤에 조금 오르니 능선길이 나온다.좌측은 미륵리에서 오르는 등로이고 조금 더 가니 이정표를
만난다.포암산 0,3키로 라고 하는데 대슬랩에 로프까지 있어서 20분 소요된다. 정상에서 오늘의 후미
파트너인 세여인(이슬,왕초보,온고지매) 그리고 두사나이(아붓다,자연속으로) 이렇게 5명이 한번 씩 쪼개며
김치 해본다.시간은 10:45이였다.
좌측을 보니 세개의 봉이 보인다.맨앞이 964봉이고 멀리 만수봉,용암봉이 보인다.대간길은 바로앞 964봉을
향하여 사정없이 내려간다.10분뒤에 964봉을 오른뒤에 다시 내려가는데 만수봉 4키로 이정표부터는 오솔길
이고 평지라서 한담을 나누면서 가는 너무나 편한 등산로이다. 편한 이등로는 만수봉 갈림길까지 이어진다.
정상에서 편한 길로 한시간 이상을 오니 사거리 안부에 도착했다.좌측 만수봉 2,2키로 우측 대간길 이고
직진은 용하구곡 억수리 하산길이다.15분 가파른 오르막을 채니 좌측 희미한 등로가 보이니 마골치이다.
예전 농담으로 마아 골치가 아프다 해서 마골치이다고 해보는데 옛날 검정나무에 흰글씨인 마골치 그리고
백두산-지리산 표시가 하나도 안보인다.다시 10분을 오르니 938봉이다.
계속 능선상의 조그만한 봉을 오르내리락 하다보니 후미에서 볼멘 소리로 "밥 먹고 가자고요" 그래서 897봉
못미쳐서 돗자리를 펼칠려고 경인의 가보인 무전기를 휘둘렸다."염대장,나오라 오바 " 그래서 결국 뽀족한
897봉을 지나서 평평한 자릴잡으니 어느덧 1:00였다.임진방을 비롯한 10여명이 환영해줘 산상부페를 펼쳤다.
다먹고 나니 어디선가 내가 그토록 찾아헤맸고 오매불망 더덕향이 오감을 자극했다.
평상시 신토불이 사상이 철저하게 몸이 밴 나로서는 도저히 묵과할수없는 일 이어서 더덕계의 은사님인 대령을
대동하여 숲속으로 100여미터 내려갔더니 아니라 다를까 수줍은 색시모양의 더덕이 어린 20센치의 잡목에
덩쿨을 틀고 있지 않은가?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심 봤다" 그리고 더 크게 "진짜 심봤다"그리고 미리
준비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속 더덕맹세를 했다"5뿌리 미만 깰시에는 절대로 나눠 먹지않겠습니다 BUT
그이상은 사회에 헌납하겠습니다" 그걸 누가 믿냐? 이자리를 빌어 대령(더덕에 대단한 영감이 있다고
해서 약자로 대령)께 감사함을 표현합니다.
1:30분 다시 길을 재촉했다.더덕을 먹어서인지 몰라도 발걸음 마저 가뿐했다.어제 낙동정맥 1구간 답사로
빌빌 쌌으나 더덕한뿌리가 기사회생제인것이다.30분 가니 멋진 포토라인터에 도착해서 우측을 보니
걸어온 포암산과 주흘산이 보인다.문경방향으로는 운달산-성주봉 보인다.조금 더 가니 제2전망대에
도착한다. 거기서 조금 더 가니 갈참나무 한그루에 여러갈래로 펴진나무가 나오고 대간길은 좌측으로
표지기가 펼력인다.눈앞 거대한 육산이 보인는데 그곳이 1,032봉이다.그러면 꼭두바위봉은 제2 전망대
여러암봉으로 추정해본다.1,032봉까지는 계속 오르막 연속이다.약한 너덜 지대를 지나니 드디어 정상이다.
좌측은 꾀꼬리봉으로 가는 용하구곡 길인데 5년전에 부리기재에서 용하구곡으로 탈출하다가 어두워져서
생과사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자연의 무서움을 맛봤던 추억의 장소인데 너무도 멋있는 원시림 상태이니
경인 산우여러분 에게도 권하고 싶은 곳이다.시계는 3:15이였다.
우측 능선길로 순하게 내려간다.두어개의 봉을 더 넘어야만 부리기재에 도달할수있다.연이틀 산행은
바람직하지 않는것 같다,왜냐면 오르막이 나오면 영 맥을 못쓰기 때문이다.자연산 더덕 약발이 떨어질즈음
눈앞에 조그만 봉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 부랴부랴 넘는다해서 부리기재라는 설과 힘이 빠져 말부리기가
힘들다 해서 부리기재 라는데 글쎄 올시다.아시는 분은 관제 엽서에 서구 가정동 경인산악회 앞으로
1,065봉을 지나 조그만 봉을 넘으니 부리기재이다. 이때 시간은 4:10였다.
아붓다선배의 시원한 배(오장육부 말고)를 갈라서 6인이 나눠 먹고는 가파르게 박마을 향하여 지그재그로
내려가니 30분 뒤쯤에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인 上女下男沼(여인은 윗쪽 사내는 아랫쪽)에 입수하여
경건한 몸과 마음으로 엄숙하게 水인사를 水神께 드리면서 계속 무사무탈한 산행을 기원해본다.
1분여의 짧은 의식 행사를 마치고 박마을에 도착하니 어느듯 5:10이였다.후미 7시간 산행을 마칩니다.
첫댓글 알탕을 한 상태에서 붓을 잡아서 그런지 물 흐르듯이 고개를 잘 넘는구나.
ㅎㅎ 여전히 재미있는 산행기 잘 읽고 갑니다.
등단 하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