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충주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충주천을 자연형하천으로 복원한답니다.
교향을 사랑하는 맘으로 읽어보시고 좋은 생각남겨 주세요?
충주천 살리기가 재래시장 살리기
(1)충주천살리기
충주시는 금년 10월부터 공설시장과 무학시장 사이에 위치한 충주천 750M를 정비하기로 했다. 천변도로에서 보면 시장통에 둘러싸인 충주천이 불결하여 이를 보기 좋게 정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는 물론이고 지금도 하천정비라는 이름으로 멀쩡하던 자연형 하천을 콘크리트 하수도로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주공3단지 앞의 연수천과 동량면의 모래내(沙川)다.
그런데 이번 정비계획을 보면 콘크리트로 훼손되고 직선·직강화 된 하천을 생태적으로 복원하는 것이다. 그동안 복개와 하상주차장, 천변도로 등의 하천정책에 비추어 볼 때 충주시의 이러한 결정은 가히 획기적인 일로 10년 동안 도심하천의 자연화를 주장해왔던 환경운동가로서 기쁘기 그지없다.
마침 충주호의 물을 재오개 도수로를 통하여 충주천으로 유입시키고 일부는 호암지와 함지못으로 흘려보낼 계획이어서 사철 맑은 물이 넘실대는 충주가 머지않아 펼쳐져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자연 친화적인 하천을 만들면서 특정식물 종을 다량 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미 충주천은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면서 생태균형을 급속히 회복해 가고 있다. 다만 밭으로 전용된 하상에 인공적인 식재가 불가피 하다면 적절한 식물과 토종 야생화를 심으면 어떻까? 아울러 수질정화 효과가 뛰어난 미나리도 심고 복원공사가 끝난 뒤 달래강 다슬기를 이곳으로 이주시켜 살 수 있도록 한다면 이는 대성공이다.
원예협동조합 앞과 공설시장유료화장실 뒤, 충주교(대수정다리) 아래에 각각 수백마리 이상의 버들치(중투라지)가 무리를 지어 살고 있으며 토종 붕어도 적잖게 있다. 물 밖에서 족대를 들고 있다가 한 순간에 물고기 이동통로에 대면 아이 손바닥만한 버들치와 붕어도 손쉽게 잡는다. 다만 1급수 대표어종이면서 수질오염에 강한 버들치가 많은 반면 1∼2급수나 2급수에서 우세하면서 오염에 약한 갈겨니와 피라미는 발견하기 힘들다. 또한 3급수 대표종인 붕어가 쉽게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서 생태등급은 3급수 정도 된다.
오수 차집관으로 다 썩은 충주천의 수질이 이 만큼이나 개선되었는데 주변상인과 시민들의 오염물 투기가 사라지고 자연형 하천이 완공된 후 충주호 물까지 늘 흐른다면 2급수에서 주로 사는 다슬기도 신나게 번식할 것이다. 눈만 뜨면 청소를 하는 다슬기 덕분에 하천은 더욱 맑아지고 이를 먹이로 하는 각종 새들도 지금보다 더욱 많이 날아들 것이다.
물놀이와 썰매 탈 것을 고려하여 일정하게 물을 고이게 할 보(洑)를 설치하고자 한다면 자갈이나 나무를 통해 자연형 보를 필요한 시기만 만들었다가 제거하는 쪽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콘크리트 보를 곳곳에 설치한다면 물이 더러워질 것은 뻔하고 물고기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아 자연형 하천에 역행하는 것이다.
봄에 새 생명의 기운을 느끼고 여름엔 시원하게 물장구 치며 가을엔 풀밭에 앉아 푸른 창공을 바라보고 겨울엔 썰매 타고 팽이 치는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오지 말라고 하여도 많은 시민들이 충주천을 찾게 된다. 달래와 남한강으로 둘러싸여 물이 흔해도 즐길 수 있기는커녕 각종 규제로 지역발전과 시민생활에 지장만 받았는데 모처럼 물 많은 덕을 보는 것 같다.
(2)재래시장 살리기
어떻게 소비자들을 대형마트로 빼앗기지 않고 재래시장으로 오게 할 수 있을까? 이는 재래시장이 지니는 장점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파악하여 그것을 활용하는 것이다. 상품이 촘촘하게 진열된 거대 회색콘크리트 빌딩에서 향토의 역사적인 숨결과 자연을 맛볼 수 없다. 이런 면에서 보면 충주천과 武學堂이 바로 대형할인매장에 대항하는 재래시장의 강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소재가 된다.
충주시가 하상주차장을 만들어 달라는 상인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충주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는 계획을 세운 것은 현명한 선택이다. 이를 요구한 상인들은 서운할 수도 있겠으나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충주시에 대하여 고마워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충주천을 되살리더라도 시야를 막는 상가 때문에 시민들은 맑은 물을 볼 수조차 없으며 하천접근도 매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상가 한두 동을 매입하여 친수(親水)공간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겠다. 현실적으로 이것이 어렵다면 복원구간에 있는 4곳의 다리를 통하여 접근로를 확보하는 방안이다. 다리를 점유하고 있는 상인들은 적절한 대안을 세워 다른 곳으로 이주시켜야 한다.
다시 가설될 무학교를 기존의 다리처럼 만들 것이 아니라 상판을 나무로 한다든가 곡선미를 준다든가 박스형으로 만들어 1층은 통행로로 이용하고 2층은 장에 나온 주부들의 쉼터와 문화공간이나 공연무대 등 다용도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차 없는 거리'는 차별화에 성공한 충주 유일의 상가라고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으나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보행자 전용도로라는 것이 그중 하나가 될 것이다. 대봉교에서 충주교 사이인 무학시장구간을 보행자와 자전거 겸용도로로 지정할 것을 제안한다.
연수동과 칠금동에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졌고 충주천 중상류 천변에 자전거도로가 개설되었으나 도심을 관통하는 자전가도로가 없어 연계성이 떨어진다. 무학시장 길을 안전한 보행과 자전거 겸용도로로 만든다면 청소년과 주부들의 재래시장 유입을 촉진시킬 것이며 전시적인 자전거도로가 실용되는 효과도 있다.
무학당 알림비를 보면 [우리 마을은 옛날에 숲이 무성하게 우거진 곳으로 일명 '숲거리'라고 불리어 왔으며 조선조 숙종39년(1713년)에 이곳에 무학당이라는 건물6칸을 세워서(봉방동 7번지일대) 감영의 군사들이 무예를 연습하던 곳으로 매년 가을 현 삼원초등학교 부근에 壇을 설치하고 무학당 좌우에 기치창검을 나열 시킨 후 충주영장과 연원찰방이 갑옷을 갖추어 입고 말을 달리면서 호통을 치며 왜장(倭將) 가등청정의 허수아비를 효수하는 무예의 시범을 보이던 곳으로 이때 인근의 구경꾼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 행사는 고종 30년(1893년)에 폐지되었으며 무학당 주변에는 수령 방백의 선정비가 다수 있었으며 ........]라고 쓰여있다.
며칠 전 무학시장축제가 있었고 시 주관으로 세계무술 축제가 4회째 준비되고 있다. 180년간 이어진 조선시대의 무학당 축제를 이와 어떻게 접목시킬지 연구해 보자. 무학교 앞 5거리중심에 [무학놀이마당]을 만들면 족히 수백명의 사람들이 문화행사를 관람할 수 있다. 장차 [무학관]을 만들어 전통무예 도구를 전시하면 어떻까? 또한 무학시장 양쪽 입구에 무기를 든 조선시대 병사장승을 세워는 것은 어떻까?
충주천이 생태·문화적으로 부활하면 무학·공설시장이 살고 재래시장이 살면 지역이 산다. 충주천을 시민에게! 시민은 재래시장으로! 이것은 구호가 아니라 조그만 함께 노력한다면 현실이 될 수 있다. 희망찬 충주의 미래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환경운동가 박일선green1k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