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한 이: 현숙, 미영, 매화, 영숙(김), 해인, 경옥, 근화, 태정, 진영, 영미(후원회원)
어디서 ; 연제가족도서원
오랜만에 연제가족도서원에서 모였네요. 가족도서원은 그간 정리를 더 끝내고 한층 말끔해진 모습이었습니다.
환경그림책 전시회를 하고 있어서 눈길을 끌었어요. 모임일지를 올리려니 사진 하나 쩍어둘 걸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오늘은 <전태일 평전>(조영래 저, 돌베개)을 읽었습니다. 연휴 뒤끝이라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다들 허둥지둥 읽은 느낌도 살짝 들었지만 책 못 구한 회원은 사계절에서 나온 청소년 도서라도 구해서 읽는 열의를 보여주었습니다. 돌베개에서 나온 책은 오래된 책이라 글자도 작고 다소 읽기 힘들어하는 분도 계셨지만 그나마 새 판은 훨씬 낫다는 평이었습니다.
<고래가 그랬어>에 연재되었다가 돌베개에서 다섯 권으로 묶여 나온 만화책도 볼 만하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자, 그럼 먼저 읽은 소감부터 들어볼까요?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니 70년대의 스무 살과 지금의 스무 살은 너무 다른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시대에 따라 경험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그 시대나 지금이나 시대는 달라도 시대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끌어안는 사람이 꼭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은 하늘이 내리신 게 아닐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모두 전태일의 환경에 마음 아파했습니다. 태일이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공장에서는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열악한 환경에서 젊은이들이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노동환경이 너무나 열악한데, 과연 지금의 아이들한테 그게 공감이 될까요? 그렇지만 그런 현실이 지금도 버젓이 존재합니다. 특히 제3세계가 그렇지 않습니까? 지금도 제3세계 어린이들이 그런 노동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본적 인권을 누리지 못하고 지구촌 곳곳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 나가고 있는 어린이들의 현실을 그린 그림책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바로 그런 이야기를 전하는 그림책입니다.
전태일이 분신을 했던 게 막연히 80년대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70년대의 일이었고, 그는 바로 나의 아버지 세대였습니다. 생각보다 옛날 이야기인데 아직도 노동문제의 해결이 요원한 것을 보면 이 사회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 같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이는 사회의 책임입니다. 워킹푸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일을 하면 할수목 더 가난해지는... 우리 나라는 직업별도 임금 차이가 너무 많은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막상 자신이 노동자라는 인식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것은 교육의 문제입니다. 노동자 교육은 어릴 때부터 시켜야 합니다. 유럽 등 사민주의 국가뿐만 아니라 심지어 미국에서도 노동자가 되었을 때 어떻게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지 학교에서 다 가르칩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가르치지 않지요.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가 <혁신학교>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앞으로 부신시교육청에서 주최하는 <혁신학교> 강의에 우리 회가 더 많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찡한 대목이 많았습니다. 동생을 미아보호소에 보내야 하는 태일이의 심정이 너무나 안타까웠고, 태일이가 나중에 돈을 조금 벌어서 고생하는 시다 등 남을 도와줄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이 어려움을 겪어보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태일이가 노동 현장에서 그렇게 고생을 하는데, 지금 우리 세대의 아이들은 다를까요? 정규직 취업율이 몇 프로 안 되는 현 상황에서 우리 새대의 아이들 또한 거의 알바나 비정규직으로 살아야 하는데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으니 과연 그 아이들이 일해서 집 한 칸이라도 얻을 수 있을까요?
영화로 전태일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80년대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훨씬 전에 태어나고 죽은 사람이더군요. 내가 사회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22살이라는 나이가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태일이의 아버지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지만 사회적인 여건상 끊임없는 좌절을 겪으면서 때로는 폭력 가장으로 술과 함께 세월을 보내다가 다시 마음 잡고 일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어머니 또한 힘든 상황에서도 나름 열심히 일을 하시지요. 저는 그런 부모님의 영향이 태일이를 올바른 길로 이끌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어머니는 태일이의 유언을 좇아 태일이의 뜻을 실천하려는 활동을 계속합니다. 그런 어머니의 활동 때문에 태일이의 뜻이 사그라지지 않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지 않나, 그래서 지금 우리도 이렇게 전태일이라는 사람의 생애와 그 생각을 짚어보는 공부를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