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PL시장 1백억원
… 92년 ‘결혼이야기’서 처음 선봬
“결국 살아남는 종은 변화에 가장 잘 대응하는 종이다.”많은 경영자들이 다윈의 진화론을 자주 언급하곤 한다. 생명체가 진화하듯 기업도 제품도 진화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변화하는 제품을 팔기 위한 마케팅 전략 역시 마찬가지다. 마케팅 방식도 시대흐름에 달라져야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단순히 간접광고 정도로 여겨져 왔던 PPL(Product Placement)마케팅도 달라지는 추세다. PPL마케팅의 현황과 변화상을 현재부터 과거로의 역시대순 구성을 통해 짚어봤다. 김소연 기자 selfzone@kbizweek.com
--------------------------------------------------------------
2004년온라인 PPL ‘로그인’PPL(Product Placement)이란 말 그대로 특정상품을 영화ㆍ드라마의 소도구로 활용해 광고효과를 노리는 마케팅 전략이다. 즉 브랜드명이 드러나는 상품, 또는 특정 장소를 화면상에 노출시켜 소비자들이 무의식 중에 인식하도록 하는 방식을 뜻한다.이와 같은 PPL마케팅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선보이고 있는 PPL전략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화를 중심으로 활용했던 기존 개념에서 한 차원 뛰어넘은 형식으로 탈바꿈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가장 주목할 만한 PPL의 변신은 온라인으로의 ‘로그인’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은 이미 주요 매체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따라서 인터넷상에서도 TV나 영화매체에서 이뤄지는 PPL마케팅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온라인 PPL의 선두주자는 ‘블로그’ 열풍 주역인 싸이월드. 블로그서비스는 검색과 e메일서비스의 뒤를 잇는 차세대 인터넷 서비스로 자리를 잡았다. 그 결과 대표업체인 싸이월드의 회원수는 최근 675만명을 돌파했다. 싸이월드의 경우 ‘미니홈피’라고 불리는 개인회원 홈페이지에 장식용으로 들어가는 아이템 판매가 수익모델이다. 금전처럼 사용하는 ‘도토리’를 구매해서 이것으로 다시 아이템을 사도록 돼 있는 시스템이다. 싸이월드가 하루 판매하는 도토리는 약 1억원어치다. 이처럼 기업과 소비자간(Business To CustomersㆍB2C)모델로 운영되는 싸이월드는 최근 기업과 기업간(Business To BusinessㆍB2B) 모델을 발굴하고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여기서 나온 것이 바로 PPL전략이다.
“미니홈피는 이용자들 사이의 친밀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브랜드 PR를 하는 데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게 김기덕 SK커뮤니케이션즈 싸이월드커뮤니티 사업팀 마케팅파트 대리의 말이다. 특히 미니홈피의 얼굴에 해당하는 ‘미니룸’의 경우 이용자가 자신의 방을 꾸미듯이 아이템을 사서 꾸밀 수 있게 돼 있다. 이 미니룸을 중심으로 PPL이 전격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동형 SK커뮤니케이션즈 본부장은 “미니홈피를 통해서 PPL서비스를 할 계획”이라며 “싸이월드의 디지털 아이템이 대개 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미지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PPL은 고객에게 부담 없이 다가설 수 있는 마케팅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PPL서비스의 전초 단계로 싸이월드에서는 몇몇 캐릭터 업체들의 미니홈피 장식용 아이템을 선보였다. 현재 바른손, 모닝글로리 등 20여개 업체가 ‘스킨’(미니홈피 바탕화면 장식 아이템) 등의 미니홈피용 아이템을 싸이월드에 공급하고 있다.국내에서 아바타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도했던 네오위즈의 경우도 비슷하다. 채팅사이트 세이클럽 아바타아이템숍에 실제 오프라인 브랜드 제품을 입점시키는 형식으로 PPL마케팅을 도입했다. 나이키, 휠라 등 패션브랜드 제품이 이와 같은 마케팅 방식에 적극 참여했다. 네오위즈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이용자층이 주요 타깃인 영캐주얼 브랜드업체에서 선호한다”면서 “특히 신제품이 출시됐을 경우 아바타를 통해 먼저 선보이면 홍보효과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홈쇼핑도 동참지난 3월 초 홍성원 현대홈쇼핑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PPL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디지털방송 등 새로운 미디어 환경 하에서 PPL사업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에서 추진하는 PPL은 마케팅 차원을 넘어 말 그대로 새로운 사업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회사측은 홈쇼핑을 유통망인 동시에 방송사업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시대 콘텐츠 강화 차원으로 PPL전략을 채택하겠다는 이야기다. 한류열풍이 뜨거운 중국과 일본 시장을 겨냥해 철저하게 드라마 기획단계에서부터 제작진과 함께한다는 계획이다. 김의준 기획팀 차장은 “글로벌시대에는 ‘그레이스 캘리 핸드백’처럼 국내제품도 세계적으로 통하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면서 “PPL에 대한 이해도가 비교적 높은 일본과 중국에서 노하우를 쌓아 국내에서도 시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영화보다 드라마 강세미국의 경우 PPL은 영화제작 지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작비의 상당부분을 보충해 주는 게 PPL이다. 하지만 국내는 상황이 다르다. 우리나라 영화관객들은 상업적인 느낌이 나는 장면에 대해 강한 거부반응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특히 최근 한국영화의 인기몰이로 제작 투자자들이 늘면서 영화사에서도 PPL을 통한 제작지원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또 영화 제작기간은 드라마와 달리 길어 제품 생명주기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적용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이유로 영화 PPL은 다소 주춤한 상태다. 반면 TV드라마에 등장하는 PPL은 드라마의 인기를 등에 업고 활기를 띠고 있다. 지상파 방송 3사에서 1년 동안 방영하는 드라마는 무려 70여편에 이른다. 그만큼 소재도 다양하고 보는 계층도 다양한 것이 국내 TV드라마다. 국내 PPL시장을 말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도 TV다. 현재 국내 PPL시장은 약 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최근에는 개별제품보다는 기업의 이미지를 알리는 브랜드 PPL(BPL)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아예 드라마의 배경을 특정기업으로 하는 케이스다. 올해 초 종영한 <발리에서 생긴 일>은 의류회사 파크랜드가 협찬기업으로 나서면서 주인공이 일하는 회사이름을 발음이 유사한 ‘팍스그룹’이라고 붙였다. 역시 올 초 끝난 <천국의 계단>은 롯데월드가 드라마의 배경이 됐다. 흔히 BPL(Brand Placement)이라고 부르는 브랜드 PPL은 친근한 기업이미지를 만드는 데 효과적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전통적 굴뚝산업인 건설업계에서도 BPL을 통해 이미지를 부드럽게 바꾸기도 한다.
1999~2003년“안녕하세요. SK텔레콤 소리샘입니다. 신규메시지 한 개가 있습니다.”“중원씨, 나 명현이야. 지금 경기장 앞이야. CTX는 로열박스 위쪽….”지난 1999년 개봉된 강제규 감독의 영화 <쉬리>의 클라이맥스 부분에 나오는 대사다. 북한 공작원 신분을 밝히는 여주인공의 말 바로 앞에 이동통신사의 이름이 등장한다.
이처럼 99년 이후 시기의 특징은 PPL전략이 ‘제품’에서 ‘대사’로 옮아갔다는 사실이다. 흔히 제품을 화면상 노출이 잘되는 위치에 놓아두는 정도로 여겼던 데서 벗어나 아예 영화대본상에 제품명을 넣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이는 바로 다음해 개봉된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에서도 적용됐다. 북한경비병으로 나오는 송강호가 읊는 대사에는 ‘초코파이’라는 제품명이 등장한다. 초코파이는 남북 경비병을 연결하는 매개체의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이 시기의 또 다른 특징은 PPL이 공연무대에도 진출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선보인 뮤지컬 <더 플레이>가 대표적인 예다. 이 작품은 무대세트와 의상, 소품뿐만 아니라 역시 대사에 까지도 상품광고와 기업로고를 사용했다.
수입자동차들의 안방공세도 눈여겨볼 만하다. 2000년대 들어 수입차의 국내 상륙이 본격화됐다. 따라서 수입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고 잠재수요를 늘리기 위한 TV드라마 PPL이 늘어났다. 실제로 수입차업체들이 차량을 제공한 드라마가 인기를 얻자 실제 구입에서도 효과가 나타났다는 후문이다. 이에 국내 자동차업체들도 단순 차량지원에서 벗어나 배역에 맞는 차량 이미지 선택에 신중을 기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의 수입차 PPL 사례일수록 세단보다 스포츠카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 홍기옥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PR담당 대리는 “최근에는 ‘검정색 고급승용차’라는 수입차의 고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스포츠카처럼 틈새시장을 노린 제품을 제공하는 추세”라며 “드라마를 통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함으로써 수입차시장을 조금씩 키워가는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1992~1998년우리나라에서 처음 선보인 PPL마케팅은 1992년 영화 <결혼이야기>에 삼성전자에서 가전제품이 등장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인공 최민수와 심혜진이 신혼 가전제품으로 삼성전자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그려 초기단계의 PPL로 기록됐다. 당시 효과에 대한 입증은 크게 이슈화되지 못했다.
본격적인 PPL은 97년 영화 <접속>에서부터다. 주인공 한석규와 전도연을 이어주는 전자메일은 유니텔이라는 PC통신을 통해서 전달됐다. 따라서 내용상 유니텔의 첫 페이지가 자주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이밖에도 <네온 속으로 노을지다> <꼬리치는 남자> 등이 이 시기에 PPL을 시도한 영화들이다. 역시 제품과 브랜드가 주인공들의 배경화면으로 등장하는 정도였다. 이처럼 로고 노출 정도의 수준이었던 PPL은 국내에 선보인 지 10여년 만에 온라인과 홈쇼핑에 진출하는 다양한 변화시도를 통해 생존해 가고 있음을 2004년 현재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다.
[ 돋보기 해외사례 ]
PPL 본격적 시작은 ‘ET’의 초콜릿 캔디PPL의 시작은 194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워너브라더스가 제작한 <밀드리드 피어스>에서 보여 준 ‘버번(Bourbon) 위스키’가 최초다. 하지만 본격적인 PPL사례로 보는 것은 82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다. 이 영화에 등장한 M&M사의 ‘Reese’s Pieces’라는 초콜릿 캔디는 ET가 지구에 와서 지구 어린이들과 만나는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 당시 이 제품은 영화개봉 3개월 만에 매출이 66%나 늘어나 PPL의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미국 역시 PPL이 점차 모습을 달리하면서 TV드라마뿐만 아니라 퀴즈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 구석까지 파고들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검색엔진사이트가 퀴즈쇼에 등장해 이와 같은 PPL을 선보이기도 했다.
간접광고 규제가 엄격해 PPL 기반이 약한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PPL이 발달해 있다. 최근에는 아예 특정 브랜드에서 영화만을 위한 제품을 만들어 영화 속에 브랜드를 노출시키는 수준에 이르렀다. 아우디는 지난 4월 뉴욕모터쇼에서, 7월 개봉예정인 영화 <아이, 로봇(I, Robot)>에 제공할 미래형 차량을 처음 공개했다. 회사측은 “기존 차량이나 일반시판용 차량을 영화촬영에 제공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영화를 위한 차량을 새로 개발했다는 점에서 PPL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 PPL담당자의 하루 ]
방송사·기업간 이해조율 우선돼야 스타마케팅 ‘직결’… 캐스팅 단계서부터 기획 들어가
최근 들어 TV드라마에 관한 기사가 방송란이 아닌 경제란에도 종종 등장한다.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고 PPL마케팅도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TV드라마는 PPL마케팅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PPL마케팅은 대개 어떤 절차를 거쳐 현실화될까. TV프로그램 PPL을 주로 담당하는 대행사 관계자 남승현 굿윌커뮤니케이션즈 과장의 하루를 통해 PPL 현장을 점검해 봤다.
오전 9시30분 팀회의출근하면 오전회의를 통해 일ㆍ주ㆍ월단위의 스케줄을 체크한다. 오전 11시 방송국 담당자 미팅과 드라마 세트 확인드라마 또는 영화일정에 따라 이동지가 달라진다. 오늘은 드라마 세트촬영이 있어 방송사 스튜디오에 가야 한다. 고객사의 제품이 제대로 배치돼 있는지 확인하는 게 남과장의 임무. 노출이 잘될 만한 위치에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세트를 확인한 후에는 앞으로 방영될 또 다른 프로그램과 관련해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만나야 한다. 어떤 분위기의 세트가 필요한지, 어떤 제품이 필요한지 의견을 나눈다.
오후 2시 제작사 미팅미리 약속한 외주제작사와 미팅을 갖는다. 최근 PPL마케팅이 활기를 띠게 된 주요 배경 중 하나는 외주제작 드라마의 확대 편성이다. 제작비용에 부담을 갖는 외주제작사들은 최근 아예 마케팅PD를 따로 둬 PPL마케팅을 강화하는 추세다. 제작사와의 미팅에서는 캐스팅은 누가 됐는지, 촬영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확인한다. 2∼3년 전부터 패션분야의 PPL시장이 커지고 있다. PPL이 자연스레 스타마케팅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TV에 나온 스타의 모든 것이 마케팅 차원에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캐스팅에 대한 점검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후 4시 고객사 미팅국내 PPL대행사는 약 50개 정도. 이들 대행사는 각 기업에 맞는 PPL 전략을 구상해 제안한다. 하지만 기업 쪽에서 대행사로 먼저 연락을 하는 경우도 있다. 차량용 블라인드회사 개발실장과의 미팅자리도 이렇게 마련됐다. 세계 최초의 차량용 블라인드라는데 이해가 잘 안됐다. 개발실장 역시 PPL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것 같아서 일종의 ‘강의자리’가 마련됐다.
오후 5시30분 결과보고서ㆍ제안서 작성몇 건의 미팅을 마친 뒤 방송사와 영화사에서 새로 기획 중인 드라마 시놉시스ㆍ영화 시나리오를 검토한다. 대개 PPL대행사들은 향후 6개월간 진행될 방송 프로그램과 영화의 각종 자료들을 갖고 있다. 따라서 드라마ㆍ영화의 제작단계에서부터 주인공의 직업과 상황 속에 특정 기업의 제품을 삽입할 수 있는지 진단해 본다. 드라마의 지난 방영분을 보고 노출도를 점검한다.
오후 7시 전략회의와 제안서 작성한 방송사에서 기획 중인 드라마의 주인공이 사진기자다. 디지털카메라회사에 제안서를 넣어봄직하다는 이야기가 회의 중에 나왔다. 새로운 미니시리즈에는 휴대전화를 넣는 방안을 제안해 볼 예정이다. 최근 PPL에 가장 관심을 보이는 업종 중 하나는 이동통신회사다. 가전업체나 외식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간접광고 규제가 엄격한 국내 환경하에서는 컬러마케팅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브랜드가 직접 노출되지 않아도 컬러가 분명해 회사의 이미지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회사가 유리하다는 얘기다.
|
첫댓글 좋은 내용이네요. 퍼 갑니다~
감사합니다~^^
좋은내용 담아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