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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달린 탈 것 중 가장 아날로그적이고 적극적인 장르는 단연코 모터사이클이다. 바퀴가 2개이기 때문에 일정속도 이상이 되어야 주행 안정성이 생기고, 코너링을 하기 위해서는 애써 얻은 안정성을 일부분 다시 버려야만 선회하기 때문에, 라이더 자신이 모터사이클 조작에 적극적으로 가담해야만 한다. 더욱이 서킷에서 펼쳐지는 '레이스'의 세계에서는 상당한 테크닉과 미캐닉적인 부분이 뒷받침 되어야만 한다.
모터사이클 레이스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일단 스프린터 레이스와 엔듀런스 레이스로 나눌 수 있는데, MOTO GP, WSBK, AMA, BSB 등처럼 정해진 거리(예를 들어 서킷 32바퀴)를 누가 빠르게 완주하는가를 겨루는 것이 '스프린터 레이스'이다. 그리고 독일의 뉘르부르크링24, 벨기에의 SPA24, 프랑스의 르망24, 일본의 스즈카 8시간처럼 정해진 시간동안 누가 더 많은 거리를 달리는 지를 겨루는 것이 '엔듀런스(내구) 레이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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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녀온 '스즈카 8시간 내구레이스'는 모터사이클로 통상 2~3명의 라이더가 교대로 주행하며, 타이어 교환과 연료 보충을 통해 8시간을 달리는 내구 레이스이다. 상상해 보라, 30도를 넘나드는 한여름에 가죽 원피스를 입고 헬멧, 글러브, 부츠를 착용하고 스즈카 서킷(5.821Km)을 8시간동안 200Laps(이하 랩)이상을 달려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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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2012년에 우승한 F.C.C. TRS HONDA 팀은 215Laps, 베스트 랩 타임 2:08.633초를 기록했다. 지난 2002년 살아있는 전설인 발렌티노 롯시가 기록한 2:06.577초가 서킷 레코드임을 감안하면 내구 레이스가 결코 만만치않은 경기임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아프릴리아 공식 수입원인 '오버 레이싱'은 2012년부터 스즈카 8시간 내구레이스에 참전하기 시작했다. 오버레이싱은 'OVER & MotoItaliana SUZUKA'라는 팀으로 출전했으며, 올해는 63개의 팀 중 예선 31위로 통과해, 향후 보다 우수한 성적을 기대해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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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8시간 내구 레이스를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메인 스폰서였다. 스즈카 8시간 내구 레이스의 메인 스폰서는 '코카콜라 제로'. 시로코 역을 나오자 마자 보이는 코카콜라 제로의 깃발, 서킷을 가득 채운 그 상표를 보면서 한국의 레이스 문화를 생각하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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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뿐, 피트 이곳 저곳의 다양한 볼거리로 시선을 빼앗겼다. 피트워크 타임에 참가하는 팀의 머신은 놀라웠고, 아키요시, 키요나리, 카가야마 그리고 전설의 레이서인 케빈 슈완츠를 보면서 더욱 놀랐다. 그리고 라이더를 위한 풀장, 슈트, 헬멧 건조기 등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꼈고, 올드 모터사이클이 만화의 한 장면과 함께 놀라울 만한 컨디션으로 전시되어있는 것을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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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왕년의 전설적인 레이서인 케빈 슈완츠(1964년생)는 이젠 아저씨라는 칭호가 딱 떨어지는 상황인데, 경기에 참전했고 심지어 팀 카카야마와 함께 3위로 경기를 마감했다. 이번 레이스에서 이슈가 되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전성기 시절 케빈 슈완츠의 라이벌이었던 웨인 레이니의 헬멧을 쇼에이가 X-12로 제작해 케빈 슈완츠가 쓰고 달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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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놀라웠던 것은 레이스팀에 타이어를 지원하는 브랜드가 가져온 타이어의 양이었다. 레이스에 참가하는 팀들은 타이어를 갖고 오지 않는다. 현장에서 휠을 가져 가면 타이어를 장착해주고 사용 후 반납하면 되는 것이다. 한국 레이스의 현실과 비교하면 부러운 환경임에 틀림없다.
스즈카 8시간 내구 레이스는 시간이 긴 만큼 전도도 많고 변수도 많이 생기는데, 이번 레이스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요시무라 스즈키 레이싱팀의 전도였다. 키요나리 류이치 선수가 전도한 데그너 코너에서 요시무라도 전도 했는데, 전도 이후 카메라가 잡은 화면에서 흙먼지가 사라지기도 전에 바이크를 세우고 이미 올라타고 있었다. 선수와 팀의 집념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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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변수는 종료 30분을 남기고 내린 비였는데, 당시 1위는 무사시 RT HARC-PRO, 2위는 요시무라 스즈키 레이싱팀, 3위는 팀 카가야마였다. 카가야마는 레인타이어로 교환을 하기위해 피트인, 1위 무사시는 슬릭타이어로 계속 주행, 2위 요시무라와는 차이가 타이어 교환으로 인해서 뒤바뀔 수 있어서였겠지만, 그 덕분에 요시무라도 슬릭 타이어로 강행. 보는 것 만으로도 짜릿한 쾌감을 제공하며, 스즈카 8시간 내구레이스는 순위 변동 없이 마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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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카 8시간 내구레이스는 선수, 레이싱 팀, 관중이 함께하는 축제이다. 경기 중 전도한 선수를 보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주행이 불가능한 상태로 피트에 들어오는 선수들에게도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모습에서 레이서와 관중이 교감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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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도중 1위로 달리던 키요나리 선수가 데그너 코너에서 무언가를 밟고 꽤 심한 전도를 한적이 있다. 더 이상은 주행이 어려울 것 같은 상태로 피트에 복귀하는 그 모습에 관중들이 보내는 응원의 박수는 아직도 뭉클함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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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ww.bikersla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