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많은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발가벗은 아름드리 은행나무들과 갖가지 나무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한두 번 와 보긴 했으나 오늘은 마냥 새로운 느낌이다. 이런 행사 에 참여해 보는 것은 처음이다. 친구의 권유로 향교에 온 것이다. 그저 친구가 하라는 대로 서문 행랑방에 들어가 전교님 이하 여러 어르신들께 인사부터 드리라고 하여 같이 동행한 친구와 둘이서 공손히 큰절을 하고 두 손으로 수줍게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모두 웃는 낯으로 반갑게 맞아 주었지만 좀 쑥스러운 생각이 들어 밖으로 나왔다. 조금 있다가 모두 회색빛 두루미기로 갈아입고 머리엔 갓을 쓰고 다리엔 행전을 차고 일렬로 서서 샘문으로 걸어 나갔다. 향교 정문 오른쪽 문으로 들어가서 중앙에 있는 대성전을 향해 콘크리트 사각형으로 표시 해놓은 곳 양쪽으로 줄을 맞춰 늘어섰다. 대충 헤아려 봐도 50명 정도 되었다. 두 집례자의 구령에 맞춰 빨간 제복을 입은 초헌관과 그 시중을 드는 향관 2인과 제주를 따라 바치는 제관 팀 2인이 앞뒤에서 수행하고, 대성전 안으로 들어가 집례자의 구령에 따라 예를 올렸다. 집례자 한 분은 대성전 문 왼편에 서서 한자로 된 제문으로 말을 하면 유림들 앞 왼편에 서 있는 집례자는 그것을 한글로 풀이해서 말을 해주면 그대로 초헌관 일행이 예를 올렸다. 다 끝나고 나오면 왼편에서는 아헌관 일행이 나오고 오른편에서는 종헌관 일행이 나와서 먼저 아헌관이 예를 올리고 다음에 종헌관이 예를 올린다. 아헌관과 종헌관은 파란 제복을 입었다. 3헌관들의 예가 끝나면 모든 유림들이 일제히 4배를 올리고 끝을 맺는다. 그리고 오던 순서대로 되돌아와 왼편 문으로 나간다. 옷을 갈아입고 교육장으로 가서 교육을 받았다. 교육장에 놓인 책걸상자리가 부족하여 양 옆으로 의자를 놓고 앉을 만큼 많은 분들이 오셨다. 아마 조금 늦게 와서 교육에 참례한 분들이 더 있는 것 같앴다. 60대 후반부터 90대까지여서 참으로 놀라웠다. 내용은 대학에 대해서 강의를 하였다. 대학은 유교의 근본정신을 가장 체계적이며 조직적으로 기술해놓은 것이며 공자의 사상을 증자가 일부 적어 놓은 것이다. 유교(儒敎)는 공자님의 가르침을 모태로 하는 것으로 주로 인(仁)으로써 사람이 행해야할 모든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오늘은 2014년 갑오년 새해 첫날이다. 음력으로는 12월 초하루다. 향교에서는 초하루와 보름날 제례식을 갖고 제사를 올리고 공부도 한다. 향교는 공자를 비롯한 여러 성현께 제사를 지내고 지방 백성들의 교육과 교화를 담당했던 국립교육기관이었다. 또 유교문화이념을 수용하기 위해 중앙의 성균관과 연계시켰으며 과거제운영을 유교교육과 연계시키려 했다. 전주향교는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고려시대에 처음 지었다고 전하며, 원래 지금의 경기전 자리에 있었지만 조선 태종 10년(1410) 화산동으로 옮겼다고 한다. 그 뒤 선조 36년(1603)에 순찰사 장만과 유림들이 힘을 합쳐 현 위치로 옮겼으며 지금 남아 있는 건물들은 이때에 세운 것으로 추정한다. 그중 대성전은 선조 때 지은 건물로 순종 융희 1년(1907)에 당시 군수 이중익이 수리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성전에는 서울 성균관과 같이 공자를 중심으로 4성과 10철학자 송나라의 6현을 모시고 있다. 앞면 3칸으로 되어 있으며 공식 명칭은 전주향교 대성전이라 하고, 1971년 12월 2일자로 시도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공자의 제자 자공이 유교의 핵심인 인(仁)을 실현하는 방법을 묻자 공자님이 말씀하셨다. "기술자가 자기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연장을 예리하게 잘 갈아야 하듯이 한 나라에 살면서 그 나라의 대부(大夫) 중에서 현명한 사람을 섬기고 그 나라 선비 중에서 인(仁)한 자와 벗해야 한다." 즉 인은 개인의 수양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든 백성의 행복과 평화를 구현하는 것이 그 목표이므로 지혜로운 자공이 인의 실현 방법을 먼저 물은 것이다. 이에 공자님은 현실 정치에 인의 정신을 실현하려면 실력자 대부들 중에서 어진 사람을 섬기면서 정책에 반영토록 해야 하고. 인을 하고자 하는 선비들을 벗하여 동지를 만들고 같이 힘을 길러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 것이다. 2014년은 국내에서는 6월 4일에 전국지방 동시선거가 있고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인천광역시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국제적으로는 2월 7일부터 23일까지 러시아 소치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6월 13일부터 7월 14일까지 브라질에서는 FIFA월드컵이 열리는 중요한 해다. 이러한 중대한 행사들을 잘 치러서 공자님의 말씀처럼 모든 국민이 행복과 평화를 이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201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