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통 사극이나 영화를 보면 젊은 남녀가 화초가 아름답게 어우러진 정원이나 주랑을 걸으면서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흔히 등장한다. 이런 집들은 보통 크고 작은 방들이 정원을 둘러싸고 있으며, 방과 정원 사이에는 방들을 연결하는 주랑이 있어 전체적으로 사각형의 평면을 이루고 있다. 이것이 중국인들의 가장 전형적인 주택인 사합원(四合院)의 모습이다.
사합원의 모습을 좀더 자세히 보자. 먼저 정원을 둘러싸고 남쪽을 향하여 집의 주건물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는 집안의 주인이나 웃어른의 일상거처와 사당, 어른들이 모여서 회의하는 방들이 있다. 주건물 양쪽에는 세로로 2개의 건물이 마주 보고 있는데, 자녀나 아랫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다. 주건물과 마주 보는 곳에 배치되어 있는 건물은 손님을 접대하는 곳이나 하인들이 거주하는 방이다. 주건물과 마주보는 쪽에 건물이 배치되지 않은 구조는 삼합원이라고도 한다.
집 바깥은 높은 담장을 둘러 외부인들이 안을 들여다 볼 수 없게 했고, 정남이나 동남 방향에는 대문을 설치했다. 전체적으로 주건물을 중심으로 남북 종축선을 따라 좌우대칭의 구조를 이룬다.
사합원의 형태는 명대에 와서 완성되었지만, 종축선을 중심으로 좌우대칭으로 건물을 배치하는 사각형 구조는 최초의 도성유적인 상대(商代)의 건물에서부터 이미 나타나고 있다.
농촌에 거주하는 가난한 백성들의 집은 사합원 구조가 아니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중국 전통 건물은 궁전에서부터 이반 민가에 이르기까지 사합원의 형태로 지어졌다. 다만 그 빈부와 신분에 따라 규모가 다를 뿐이었다. 일반 백성의 집은 정원을 중심으로 하나의 사합원 구조였지만, 대저택의 경우에는 세로 방향으로 몇 개의 정원이 있고, 각 정원을 둘러싸고 건물들이 배치되어 있다. 대저택은 대문에서 부터 가장 안채까지 들어가려면 몇 개의 정원과 문을 거쳐야 한다.
사합원 내 각 건물의 배치 양식은 대가족이 질서를 이루고 살아가기 적합하게 되어 있다. 집 안의 가장 중심이 되는 주건물은 웃어른과 주인이 거주하며 조상들의 위패를 모셔놓은 곳으로, 아랫 사람이나 하인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이는 가족 내 위계질서를 유지하려는 뜻이었다.
또 주건물과 자녀들이나 아랫사라들이 거주하는 측면의 방을 분리하여 대가족 생활 내에서도 각 세대의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게 했다. 큰 저택에는 후원에 여성들만 모여 사는 거처를 따로 만들어 손님이나 바깥 사람들이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게 했다. 유교적 남녀 유별의 관념이 작용한 탓이다.
주건물을 정남향으로 배치한 것은 풍수지리사상의 영향 때문이다. 대문은 보통 길한 방향으로 생각되는 정남이나 동남쪽에 설치했으며, 북부지역에서는 서남향을 흉하다고 여겨 주로 이곳에 변소를 설치했다. 베이징과 같은 평원에서는 길하고 흉한 방향을 잘 지켜 집을 지을 수 있었지만, 산이 많은 남쪽 내륙지역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흉하고 길한 방향은 지역마다 다소 달랐으며, 자연 조건에 맞게 사합원을 여러 가지 형태로 변형시켰다.
베이징과 같은 화베이 지역은 겨울이 길고 춥기 때문에 보온을 위해 벽과 지붕을 두텁게 만들고 햇빛이 잘 들 수 있도록 남북으로 긴 구조를 이루고 있다. 또 화베이 지역은 평지가 많고 남쪽지역에 비해 인구 밀도가 낮아 대부분의 사합원은 단층이며 넓은 정원을 만들어 각종 화초를 가꾸기도 했다.
친링(秦嶺)과 화이수이 유역을 경계로 그 남쪽지역의 사합원은 북쪽의 사합원과 구조가 다르다. 남쪽지역에는 산과 물이 많은 자연조건을 고려하여 집을 지어야 했기 때문에 대문이 서북쪽이나 동북쪽으로 나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송대 이후 남쪽지역에 인구가 급증했으나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송대 이후 남쪽지역에 인구가 급증했으나 평지가 적어 집을 지을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여 산기슭에 집을 짓기도 하였다. 북쪽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2층 이상의 사합원이 남쪽지역에 많은 것도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뿐만 아니라 남쪽지역은 여름이 덥고 습하기 때문에 더위를 피하기 좋은 구조로 집을 지었다. 북쪽의 사합원이 남북으로 긴 데 비해 남쪽의 사합원은 동서로 긴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햇빛을 가능한 적게 받기 위해서였다. 건축 재로도 벽돌보다는 나무가 주를 이루었으며, 벽이나 천장이 북쪽 사합원에 비해 얇고 높아 통풍이 잘 되게 했다. 벽에는 여러 가지 모양의 창문이 없는 창을 내기도 했는데 이 역시 통풍을 위한 것이었다. 비가 많은 지역에는 배수가 잘 되도록 하기 위해 지붕이 가파른 경사를 이루고 있다.
창장 하류 강남지역에는 크고 작은 강과 하천들이 사방으로 뻗어 있어 이를 연결한 운하가 발달했으며, 오늘날에도 운하가 중요한 교통로 구실을 하고 있다. 창장 일대의 주택들은 운하를 이동하여 이동하기 쉽게 집집마다 작은 부두를 설치하여, 앞문은 거리와 연결되고 뒷문은 바로 운하와 연결된 경우가 많다.
사합원의 모습 - 중정을 중심으로 ㅁ자 형태로 각 건물이 배열되어 있다.
중정의 모습
베이징 종루에서 내려다 본 여러채의 사합원의 모습
(사진이 안떠서 수정하느라 12시 넘겼어요..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