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전 특집기사] 2011 고연전 럭비, 우리가 꿈꾸는 기적
‘신사들이 펼치는 훌리건 스포츠’, 럭비의 매력 속으로
영화 ‘우리가 꿈꾸는 기적 : 인빅터스’를 본 적이 있는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에 배우 모건 프리먼 주연의 영화 ‘인빅터스’는 넬슨 만델라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인종 차별을 극복하고 국민들을 통합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스포츠를 통한 화합’이라는 식상한 레파토리를 다루고 있지만 그 속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스포츠 ‘럭비’가 그 소재이기 때문이다. 사실 서양 국가들 사이에서는 국민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데에 반해 아시아,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럭비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저조한 편이다. 몸싸움을 통해 공을 쟁취해야 하는 매우 격렬한 스포츠인데다가 동양인에게는 찾아보기 어려운 신체적 요건이 요구되는 탓이다. 하지만 스포츠 ‘럭비’에는 다른 스포츠들보다 몇 배는 더 전투적인 몸싸움을 통해 관중들을 단시간에 집중시키고 통합하는 힘이 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조직력과 강인한 스포츠맨십, 그리고 스크럼, 라인아웃 등의 세트플레이를 통해 다른 스포츠와는 차별화된 매력을 관중들에게 선사한다. 이번 2011 정기 고연전에서 올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고려대를 80분 만에 하나로 모을 ‘럭비’에 빠져보자.
▼송추 훈련구장에서 훈련 중인 럭비부 선수들
우리학교 럭비부가 주로 훈련하고 있는 송추 럭비구장을 찾았다. 서울에서 두 시간 가량 떨어진 송추 럭비구장에는 단체 훈련이 있기 전, 선수들이 개인 훈련에 한창이었다. 뜨거운 햇볕 아래 코치와 함께 체력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훈련을 하고 있었다. 럭비 경기에서는 몸싸움이 거센 만큼 개인별 체력 훈련을 통해 파워 싸움에서 밀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성남 감독은 “연세대 선수들에 비해 우리 선수들이 체격과 체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기도 했으며 선수들의 체력 증진에 많은 훈련을 할애하고 있는 듯 보였다.
곧이어 스크럼을 비롯한 세트 플레이 훈련이 이어졌다. 선수들과 코치 모두 스크럼 기계를 통해 대형을 견고히 하는 훈련에 집중했다. 럭비 경기에서 스크럼은 게임 재개 시에 볼 쟁취를 위한 전초전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성공 여부가 팀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우리 학교의 경우 올해 몇 차례 치러진 경기를 통해 스크럼 약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성남 감독은 “연세대 선수들이 체력과 체격이 좋아 파워 싸움에서 유리하다면 고려대 럭비부는 스피드로 승부를 볼 것”이라며 연세대와는 차별화된 경기 운영 방식에 대해 예고했다.
▼스크럼 훈련 중인 고려대 럭비 선수들
포항으로의 전지훈련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선수들의 표정은 결의에 가득 차 있었다. 럭비부 선수들의 훈련 거점은 주로 송추와 화정을 중심으로 두 차례에 걸쳐 포항에서 전지훈련을 거듭했다. 김명환(08 체교, PROP) 선수는 포항 전지훈련에 대해 “선배들과 함께 해서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럭비부 선수들은 포항에서 스크럼을 집중적으로 훈련했으며 이번 정기전 대부분의 전력이 포항에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불어 이번 년도 우리 학교 전력은 08학번 뿐만이 아니라 새내기 11학번 에이스들의 투입으로 한층 더 연세대를 교란에 빠뜨리기 쉬울 것으로 보인다. 국가대표 최민석 주장(08 체교, LOCK) 김남욱(08 체교, C.T.B)을 중심 축으로 지난 학기 춘계럭비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장성민(11 체교, F.B) 선수의 활약 또한 기대된다. 김성남 감독 역시 “조커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연습경기 중인 선수들
취재를 하며 눈에 띈 점은 감독과 선수들의 짧은 머리칼이었다. 이유를 물어보자 김성남 감독이 이번 정기전에 대한 의지를 밝히며 머리를 자르자 선수들도 함께 잘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이들의 관계는 다른 어떤 운동부보다 두터운 듯 보였다. 선수들 모두 감독과 코치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르고 있었다. 선수들의 훈련을 직접적으로 도와주는 김용회 코치 역시 뛰어난 성품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엄격한 지도자로서 운동장을 함께 뛰었다.
▼선수들과 함께 훈련 중인 코치
김성남 감독은 연세대 선수들 중 백스의 제갈빈 선수와 스크럼에 강한 김종렬 선수를 견제할 만한 선수로 꼽았다. 김종렬 선수는 신장과 체중에 있어 우위를 보이고 있고 제갈빈 선수는 현재 부상당했으나 매번 좋은 성적을 보여 왔다. 이 둘이 이번 정기전에 있어서도 가장 변수가 될 예정이다. 물론 이 외에도 연세대학교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이 뛰어난 것이 사실이지만 럭비는 조직력으로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인 만큼 시종 일관 밝은 훈련 분위기의 우리학교 럭비팀이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학교의 럭비부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 수준을 유지해 왔다. 수많은 국가대표 럭비 선수들을 배출한 것은 물론이고 고연전 효자 종목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그러나 2007년부터 승리에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슬슬 전문가들도 연대의 우위를 점치기 시작했고 각종 대회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승리는 늘 굶주린 자의 것. 이번 2011 고연전을 시작으로 럭비부의 우위가 지속되었으면 한다. 제 7회 럭비 월드컵이 열리는 럭키의 해 2011, 승리의 여신은 고려대를 향해 미소 지을 것이다.
작성자 성혜란 : bz6642@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