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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페 / 한낮
태훈 앉아서 곰곰히 생각에 잠겨 있다.
정연모 E 잘 지냈니?
태훈 (보는, 반가움) 어머니.
시간 경과
태훈 (진지한) 설명을 .. 해 주셨으면 해요.
정연모 (찻잔 내려놓는 손 흔들리는) 그래.. 병원에 갔었구나.
태훈 …
정연모 (한숨) 그래. (결심한 듯) 이야기를.. 해야 겠지. 네 아버지와,
어머니… 내 친구들의 이야기를.
태훈 ?!!
회상 시작
------- 1974년 겨울
정연모 N 재현씨랑 나, 원래 결혼하기로 집안끼리 말이 있던 사이였어. 그치만 대학 동아리에서 재현씨가 지인이를 알게 되면서 상황은
바뀌었지.
# 산부인과 병실
지인 아기안고 누워 있고 재현 그 옆에서 연실 웃음짓고 있다.
지인 아기. 너무 이쁘다.
재현 그래. 너두 너무 고생했어.
지인 (푸욱) 이제 어머니만 오시면 소원이 없겠어.
재현 (풋, 웃는) 걱정마. 이렇게 이쁜 손주 보시면 어머니도 생각이 달라지실 테니까.
딸깍. 문열리며, 재현모 들어선다.
지인 (놀라서 일어나는) 어머님.
재현모 (무뚝뚝하니 다가오는) 애가.. 태훈이냐?
재현 네. (조심스레 아이 재현모에게 안겨주는)
재현, 지인 긴장해서 재현모 살핀다.
재현모 조심스레 태훈 얼굴에 손 가져가면, 태훈 방실 웃고.
재현모 (어색함 숨기고, 애써 무뚝뚝) 수고했다. 아가.
지인, 재현 활짝 웃는 모습.
정연모 N 너 낳으면서.. 네 할머니 마음 풀리셨어. 지인이, 재현씨, 너.
누가 봐도 부러울 단란한 가정이었지.
# 겨울 / 병원
지인 의사 앞에 앉아 있고, 재현 충격어린 표정으로 그 옆에 서 있다.
재현 서,선생님. 지금.. 뭐라고..
의사 (사무적인) 원래 이 병이 그렇습니다. 잠복기가 꽤 길어요. 갑자기 이런식으로 발병하면 손쓸 도리가 없죠.
재현모 (한걸음 나오며) 그,그럼. 우리 며늘아기..
의사 그나마 다행인건 여성의 경우 사망률이 그다지 높지는 않습니다.
재현, 지인 등 안도하는.
의사 (안경 치켜 올리며) 저.. 혹시.. 아이가 있진 않으시겠죠?
지인 ! 세.세살된.. 남자 아이가 있는데.. 잘못됐나요?
의사 (낭패다 싶은) 유전성 질병이기 때문에…
재현모 그대로 기절하는..
재현 (황급히 부축하며) 어머님!
지인 (입술만 달싹이는) 그럼.. 우리 태훈이도..
의사 (시선 피하며) 남자아이일 경우 위험 부담이 더 큽니다. 하루빨리…
정연모 N 네가 세살 때, 지인이의 병이 밝혀 졌고, 너희 할머니.. 그 성품에 참으실수가 없었겠지. 쫓겨나듯, 지인이 나가고, 그 다음해에 나
재현씨랑 결혼했어.
사랑한다 하지는 안했지만, 난..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던 거 같아. 지인이 아이인 너, 내 자식만큼 사랑할 거라고 자신했었어.
# 태훈집
재현과 5살정도의 태훈, 정연모 주위에 둘러 앉아 있고, 정연모 어린
정연 안고 얼르고 있다. 화목한 모습.
정연모 N 네가 다섯살 때 정연이가 태어났고, 넌 날 친엄마로 알고 따라줬었지. 그땐 나.. 많이.. 행복하다고, 행복할거라고 믿었다. 우연히,
지인이를 다시 보기 전까진.
# 태훈집
정연모 재현 추궁하는 모습.
정연모 (무너지는) 지인이.. 다시 만나요?
재현 …미안해.
정연모 (울부짖는) 나랑, 정연이.. 생각 조금도 안했어요? 여태까지 살아온 8년.. 당신한테 아무것도 아니네요?
재현 (눈감는) 나… 지인이 사랑해. (입술깨무는) 헤어지자.
정연모 N 그때.. 난 제정신이 아니었던 거 같아.
# 허름한 주택가 / 반지하방
단칸방이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방.
지인 흥얼거리며, 빨래 개고 있고, 한켠에 놓인 기타.
벌컥. 문 열리는 소리
지인 누구..?!!
정연모 들어서는, 망연히 방안 둘러본다.
정연모 N 누가봐도 행복한 가정이라고 생각할 집이었어. 여기저기 놓여진 그 사람의 물건들.. 그 사람이 애지중지하던 기타. 행복해 보이는
지인이.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정연모 다짜고짜 지인 뺨 갈기는.
정연모 (떨리는) 너..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이럴거면.. 떠나질 말았어야지. (울부짖는) 어머님이 아무리 뭐라 하셔도 잡초같이 버텨냈어야지, 이 바보야!
지인 (무너지는) 너무.. 보고 싶었어. 재현씨… 너무 보고 싶어서… 미안해…
재현 E (놀란) 지인아?
정연모 돌아보면, 재현 가방 들고 놀란 표정으로 서 있고, 정연모 그대로 뛰쳐나간다.
정연모 N 그날 이었어. 거리를 헤매다가 밤에서야 집으로 돌아왔었는데… 재현씨와 지인이.. 차사고로 죽었다고. 아마.. 널 만나러 가는 길이었던 거 같아.
----------현재
정연 (희미하게 떨리는) 나는.. 몰랐어. (울음 참는) 정말 그대로.. 그렇게 죽을 줄은. 그럴 줄 알았으면 그렇게 모질게 대하는 게 아니었는데.
태훈 (!! 마음 다잡으며 지인 위로하는) 아니에요. (정연 손 잡는) 누가
뭐래도 어머닌 제게 있어 최고의 어머니셨는걸요.
정연 (울음 터뜨리는) 너,너마저 그 병 걸려 아프면…먼저간 지인이한테 미안해서 어떡하니. 흐흑..
태훈 (눈깜빡여 눈물 참는) 괜찮아요. 저.. 괜찮으니까 걱정 마세요.
태훈, 정연 손 다독이는, 그 시선에서.
# 까페 / 낮
신화, 지민 만나고 있다.
지민 (웃는) 덕분에 살았어요.
신화 잘됐네요.
지민 근데,정말 어떻게 아는 사이세요?
신화 (곤란하다는 듯) 그게…
지민 (반짝반짝) 어우, 비밀 지킬께요. 친구에요? (갸웃) 아닌데, 나이가..
신화 (난처한 듯 웃는) 정연이 오빠에요. .
지민 에엣? 정연… 아, 한정연씨?
신화 (미소) 네. 정연이한테 부탁했었어요. 다른건 몰라도 한태훈씨
동생은 끔찍하거든요.
지민 으응.. 역시. (웃는) 형제란 좋네요.
신화 지민씬.. 외동딸인가 봐요?
지민 (멈칫, 곧 활짝 웃는) 몰라요,
신화 ??
지민 (웃는) 어머니가 어릴 때 돌아가셔서요. 키워주신 분이 따로 계시거든요. 그래서..
신화 아버진요.?
지민 (으쓱) 원래 아버진 안계셨구요.
신화 원래..?
지민 (웃어보이는) 뭐, 그래요.
신화 네에..
시간 경과
같은 자리에 신화 혼자 앉아 있다.
정연 들어와 앉는다.
신화 (반가운) 얼굴 보기 힘들다?
정연 (미소) 잘 지냈어?
신화 지민씨 봤어. 고맙다고 전해달랜다.
정연 그래? 잘됐다면 다행이고.
신화 뭐 시켜야지. 더운데
정연 (웃는) 오오. 유신화가 손수 챙겨주다니, 며칠 잠적하는 것두 꽤
해볼만하다?
신화 (웃는)
정연 마주 웃으며 메뉴판 집어드는데
달각.
떨어지는 지민 펜던트.
정연 (집어드는) 어..?
신화 (보는) 어랏, 지민씨건가?
정연 (자세히 보는) 지민씨..?
신화 (보는) 그래. 전에도 지민씨 지갑에서 본거 같다. (웃는) 아무튼..
전화해줘야겠어.
신화 전화기 꺼내드는데, 정연 파앗! 일어나는
신화 ?? 정연아?
정연 (다급한) 나,나.. 급히 가봐야 할데가..
신화 ???
정연, 그대로 카페 나가는, 신화 다급히 뒤 쫓는다.
# 정연집
정연, 다급하게 뛰어 들어오고, 신화 당황스레 뒤따라 들어온다.
가정부 (놀란) 아가씨?
# 정연모방
벌컥, 문 열리면서 정연 들어온다.
정연모 (담담히 침대에서 몸 일으키는) 태훈이.. 만났어. 다.. 이야기해줬다.
정연 (아랑곳않고 지민 펜던트 들이대는) 이거.. 오빠꺼랑 같은거 맞지?
정연모 (안색 변하는) 어디서 났니?
신화 차마 들어오지 못하고 방 밖에 서있고.
정연 이거.. 누구한테 줬었어?
정연모….
정연 (발악하듯) 아빠 유품이랬잖아! 근데 왜 이게 지민씨한테 있는건데?!!
정연모 ! (보는) 지민.. .이? 설마.. 윤 지민…?
정연 (무너지듯) 알아? 정말.. 오빠랑 관계 있는거야, 그럼?
정연모 설마…
# 달리는 차안 / 밤
태훈 무표정한 얼굴로 차 달리고 있다.
차키에 꽂힌 열쇠고리, 지민과 같은 펜던트 달려 있고.
# 지민집 / 밤
지민 이리저리 집안 뒤집고 있다.
지민 (미치겠다) 어우씨, 어디갔지?
지갑 다시 한 번 들어 탈탈 털어보지만, 고리만 달랑이고.
지민 으~~~악!!!
따르르릉
지민 (신경질적으로) 여보세요? 아,. (긴장) 태,태훈씨? (사이) 지금요?
울상으로 어질러진 집 둘러보는 그 시선에서.
시간 경과
비교적 말끔하게 정리된 지민 집. 태훈 들어선다.
태훈 (태연) 늦은 시간에 미안해요.
지민 (얼버무리는) 아,아뇨. 근데..무슨..?
태훈 (펜던트 식탁에 내려놓는) 이거, 신화가 전해달라더군요. .
지민 (환호성) 우와!! 다행이다.
태훈 (풋_) 하여간.. 잘좀 간수해요.
지민 (허둥지둥) 자,잠깐만요. 차라도..
태훈 (놀리듯) 아아. 이제서야?
지민 (발끈) 이제라도! 어디에요? (그러면서도 부산하게 움직이는)
차 마시며 이야기 나눈다.
태훈 (슬며시) 어머니.. 유품이라고 했죠?
지민 (끄덕이는) 네.
태훈 궁금하지 않아요?
지민 네?
태훈 (펜던트 손바닥에 올려놓는) 반쪽이잖아요. 기타의 반쪽.
펜던트 클로즈업 되면, 조그만 기타 모양의 쇠붙이, 반쪽만 잘려져 매달려 있는 모양.
지민 으음.. 글쎄요. (피식 웃는) 아버지가 가져가셨을수도 있구요.
태훈 찾아보고 싶단 생각 안해요?
지민 글쎄요. (웃음) 잘 모르겠어요. (둘러보는) 가끔씩 외로울땐 가족이라는게 있었으면 좋겠다고는 생각하지만요. (씁쓸) 환영받지 못할지도 모르니까요.
태훈 !!
지민 (애써 웃으며 태훈 보는) 그렇잖아요. 날 환영해줄 가족이라면,
남의 손에 세살짜리 어린아일 맡겼겠어요? 처음부터 날 받아들였어야죠.
태훈 …. (말없이 차만 마시는)
시간 경과
태훈 현관에서 구두 신고 있고, 지민 배웅하고 있다.
지민 (웃는) 고마웠어요. 다음에 또 인연되면 뵈요.
태훈 (보는, 조금 미소) 나.. 오래 못볼거 같은데.
지민 에에?
태훈 외국에 나가요. 조금 오래 있을거 같은데..
지민 흐음.. 하긴 이번에 한국 들어온게 기적이라고들 하더니. (씨익
웃으며 손 내미는) 잘 다녀오세요.
태훈 (보는, 풋 웃는) 지민씨. 학습능력 제로라는 소리 안들어요?
지민 ?? (자신 손 보는, 그러다가 앗차. 기억나서 손 거둬들이는데)
아..
태훈 (움츠리는 지민 손 잡는)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요.
지민 (난처한. 그러면서도 태훈 진지한 어조에 어쩔줄 모르고 있는데)
태훈 (조심스럽게, 지민 보면서) 한 번.. 안아봐도 되요?
지민 예…에? (난처한)
태훈 말없이 지민 보고, 지민 어쩐지 마음 아파오는.
지민 (쑥스러움 감추듯) 에잇. 뭐. 펜던트도 찾아주고, 기타 연주도 들려줬으니까 인심 쓴다.
지민 짐짓 큰누나인 양 두 팔 크게 벌리면,
태훈 풋 웃는, 그러다가 조심스레 지민 끌어안는다.
태훈 팔 조심스럽게 지민 감싸안으면, 지민 묘한 기분에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태훈 허리에 팔 두르는…
그렇게 마주 안고 있는 두 사람 모습에서.
# 대학 동아리방
정연, 구석 소파에 움츠리고 앉아 있다.
신화 (봉지 들고 들어온다) 이거좀 먹어라. 죽이야.
신화, 캔 딴다.
정연 (투욱) 우리 엄마가 항상 하시던 말씀이 뭔지 알아?
신화 (죽 호호 불면서 수저 건네는) 뭔데?
정연 (수저 보기만 하는) 짝사랑은 하지 말기.
신화 (미소, 정연에게 수저 쥐어주며) 어머니.. 마음고생이 많으셨나
보다.
정연 (수저 쥔채로) 그래서 나 네가 이러는거 조금 부담스러워.
신화 (보는, 웃음기 없다) 왜?
정연 (수저 내려놓는, 시선 피하며) 뜻대로 되는게 아닌거 같아서.
난.. 우리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아.
신화 (담담) 그러면 되잖아.
정연 그러니까! 괜한 기대 갖게 하지 말란말야.
침묵.
신화 담담히 다시 새로 죽 떠 정연 입에 가져간다.
신화 (담담히) 먹어.
정연 (찡그리는) 유신화.
신화 (정색하는) 괜한 기대 아니야. 이 둔탱아. 말 안해두 좀 알아차리라구.
정연 …?? (엉겁결에 수저 받아먹는)
신화 일어나 기타 가져오며 자세 취한다.
신화 (조금씩 기타 줄 튕기며) 나 여기 들어온 이유, 너 떄문이야. (장난스레) 4년동안이나 쫓아 다녔으면 알아차려야지.
정연, 벙해서 신화 보다가, 마주보는 시선에 조금씩 미소 떠오른다.
# 길거리 / 한낮
정연, 악기점 앞에서 이리저리 구경하고 있다.
띠리리리
정연 (무심히) 여보세요….아, 오빠..?
태훈 E 오랜만이다.
정연 (반가운) 어디야, 연락도 없이 잠적하구..
태훈 (웃음) 이번엔 내가 부탁좀 해야 될거 같은데?
# 태훈집 2층 태훈방
정연 기술자들에게 이것 저것 지시하고 있고, 녹음 설비 모습 갖추며
드러낸다.
그위로 태훈 E 녹음을.. 하고 싶어. (웃음)아니, 그렇게 크게 말구. 그래.. 그냥 좀.. 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정연 땀닦아 내며 숨돌리는 모습
문득, 정원 응시하는, 한숨 쉰다..
------ 2002년 가을
# 태훈집 / 정원 / 한낮
결혼식 피로연 진행중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가든 파티 무르익어 가는데.
지민, 애라 짝지어 돌아다면서 살금살금 음식 집어먹고 있다.
정연 E 지민씨.
지민 (소스라쳐 돌아보다가 배시시웃는) 아, 정,정연씨… 결혼 축하해요. .
정연 (미소) 고마워요. 잠깐 이야기좀 해요.
지민 그,그러죠. 뭐.
# 뒤뜰.
정연, 지민 걸어온다.
정연 심플한 웨딩 드레스 차림. 지민 정연 눈치 조금 살피며 뒤에서 걸어온다.
정연 (멈춰서는) 혹시.. 태훈 오빠 만난 적 있어요?
지민 ?? 한태훈씨..? 외국 가신다고 들었는데요?
정연 (잠시 보는) 그게.. 언젠대요?
지민 (생각하는) 작년.. 겨울인가? 촬영 끝나고 나서 였는데. 음.. 아,
펜던트 돌려주러 왔더라구요. 왜 그때, 유신화씨가 부탁했다고 하면서…
정연 그 후로는.. 소식 못들었나요?
지민 (끄덕이는) 네에. (의아) 왜요?
정연 (조금 미소) 아뇨. 혹시라도 만나면… 많이 반가워해줘요. 오빠,
지민씨 많이 보고싶어했으니까.
지민 그,그럼요. (포옹하던 생각 나는) 그래야죠. 하하…
# 지민 사무실
지민 멍하니 유리창에 붙어 서서, 사진 응시하고 있다.
사진 클로즈업 되면, 애라가 찍은 태훈과 지민의 포옹 모습.
지민 후우.. 도대체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이 있어야 말이지.
시선 들어 창밖의 낙엽 떨어지는 모습 바라보는데.
흥수 E 윤지민씨! 일 안하나?
지민 (헉 해서 재빠르게 자리로 돌아가며) 네,네. 일한다구요. 일 해.
(궁시렁)아무튼, 사람이 감정 좀 잡을려구 하면…
흥수 슬그머니 웃고.
정연 E 저.. 윤지민씨. 계신가요?
지민 (?? 고개 드는) 한 정연씨?
# 달리는 차안
지민 혼자 운전중이다.
그 위로 정연 E 부탁이 있어요.
# 태훈집앞/ 늦은 오후
지민 차 세우고 대문 열고 들어가는 모습.
정연 E 들어.. 줄거죠?
# 2층 태훈 방
지민 들어선다.
지민 어..랏? 가구가…
지민 둘러보는 시선, 휑뎅그렁한 방.
구석에 레코드 판만 돌아가고 있을 뿐.
열려진 창문으로 바람 들어와 지민 머리 날리고.
들려오는 기타소리.
아!
오후의 햇살 방안에 가득하고
하얀 커튼 바람에 나부끼는.
귀에 익은 기타 소리.
지민 설마 하는 표정으로 창으로 다가가 확 커튼 젖혀본다.
!!!
아무도 없는. 지민 역시나.. 하는 허탈한 표정.
문득, 생각난 듯 주머니 뒤적여 봉투 꺼내는.
정연 E 오빠가.. 집으로 와달라고 부탁했어요. (잠시 쉬는) 혹시.. 오빠가 보이지 않으면…. (사이) 그럼, 조금만 기다려줄래요? 기다리면서… 이거 읽고 있어요.
지민 (부욱 찢는) 흐음. 뭐지?
바스락 거리는 종이소리.
지민 !!!
태훈 N 오랜만이에요. 지민씨… 아니, 지민아….
(웃음) 영.. 어색하네..
지금쯤.. 내 연주를 듣고 있겠지?
지민 둘러보는, 역시 아무도 보이지 않고 음악만 들려온다.
몰랐어.
어릴 때 본 그 작은 꼬마가 너였을 줄은.
그리고,
그 작은 꼬마가… 내 소중한 누이였을 줄은.
지민 !!!
네가 들은 기타 연주는
내가 연주했던 거야.
그날은.. 아버지의 장례식 이었어.
# 삽입
태훈 집
상복차림의 사람들,
여기 저기서 수군대는 소리.
창백하게 영정 지키는 정연모. 그 옆의 어린 정연.
- 어우, 글쎄 딴 여자랑 같이 죽었대잖아. 세상에 무슨 관계래요?
- 그러게 말야. 사람 그럴줄 몰랐는대.
- 남겨진 부인 불쌍해서 어쩐대요?
그 날, 아버지와 함께 돌아가신 분이 내 친어머니라는 건 최근에서야
알았어.
내게 같은 피를 물려받은 예쁜 누이가 있다는 것도.
지민, 조용히 눈물 흐르는.
후우, 조금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해.
그랬더라면, 내 작은 누이, 조금 더 아끼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었을텐데.
아, 참. 지금 듣고 있는 연주, 정연이한테 부탁해 놓았으니까 가져가도록 해.
(웃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거니까, 소중히 간직하기다?
지민아.
내 소중한 누이.
행복하게 살아. 오빠 몫까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줘.
지민 흐흑, 주저앉아 울음 터뜨리는.
발자국소리.
정연 E 기억.. 나요?
지민 (울먹이며 끄덕이는) 정연씨도.. 알아요?
정연 (조심스레 옆에 다가와 앉는) 왜냐면, 그날.. 저도 여기 있었으니까요.
지민 ?
정연 (약한 미소) 오빠 내내 나한테 끔찍했어요.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라구.. (지민 보는) 이제 내가 지민씨한테 해줄 차롄거 같네요.
지민 ??
정연 (웃는) 피는 반밖에 섞이지 않았지만, 잘 부탁해요. 이래뵈도 언닌데.
지민 그럼…?
정연 (걸어가 레코드 판 꺼내 오는, 음악 멈추고) 이거.. 오빠가 딱 한
장 녹음한 거에요. 지민씨 계속 듣게 해주고 싶다고.
지민 (다시 울음 복받치는, 레코드판 감싸안는) 나는… 그 기억이 왜
슬펐는지… 몰랐어요. 그날이 엄마 장례였다는 것두… 낯선 집에서
엄마 장례를 치루는 것도… 다 잊고 싶어했었는데, 오빠가 연주해줬던 기타 소리만큼은… 잊혀지지 않았나 봐요.
정연 (조심스레 지민에게 펜던트 내미는) 오빠가 가지고 있던 거에요.
지민 (!! 받아들고)
정연 항상 반쪽짜리라구 궁금해했었는데, (미소) 이제야 짝을 만났에요.
정연 말없이 토닥이고, 일으켜 나간다.
정연 아래에서 기다릴께요. 정리하고 내려와요.
지민, 말없이 펜던트 보는,
자신 지갑에서 자신의 펜던트 꺼내어 조심스럽게 대본다.
자석이 끌리듯 딸깍 소리 나면서 맞아 들어가는, 기타 모양의 펜던트.
지민 천천히 일어나 레코드 판 다시 걸어 놓으면,
익숙한 기타 연주 시작되고
지민 시선 돌려 창문 바라보면,
기억 속의 풍경 그대로이다.
지민, 천천히 커튼 바라보는, 바람에 부푼 하얀 커튼, 화면에 가득차고.
나는,
아직도… 그 뒤에 오빠가 있을 거라고…
그렇게 믿을래.
지민 조용히
흐르는 눈물
그래서 나 행복하게 사는 모습,
오빠가 계속 보고 있을 거라고..
믿을께.
첫장면과 동일한 풍경 그대로
기타 소리 화면에 가득 차면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