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 구하고 산화한 6학년 형님들
"형들이 발로 차고 얼굴을 때리며 '빨리 나가라'고 했어요. 그런데 형들은 모두 어디 갔죠?"
지난달 26일 발생한 충남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 화재 사건과 관련, 숨진 어린이 8명 중 5명이 6학년생으로 고학년이 많아 '의문'으로 남았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 의문이 풀려가고 있다.
고학년생들은 화재가 발생하자마자 후배들을 깨우고 대피하게 한 뒤 자신들은 미처 대피하지 못했다는 부상자들의 진술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 천안 단국대 병원에 후송돼 사흘만에 의식을 차린 나종우군(12·5학년)은 "형들이 발로 얼굴을 차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고 말했다.
- 천안초 참사 희생자 1일 장례
충무병원에 입원중인 이경진군(11)은 "당시 불 타는 소리가 너무 커 형들의 목소리를 듣지는 못했지만 여기 저기 뛰어다니는 것 같았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유가족 대표 김창호씨(43·숨진 김바울 군 아버지)는 "부상자들은 '불이야' '빨리 일어나'라는 고학년생들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말하고 있다"며 "동생들을 깨우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이들의 고귀한 죽음을 길이 새길 수 있도록 이들 이야기를 교과서 등에 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유가족들은 이와 별도로 사망한 어린이들의 소망인 축구 국가대표의 꿈을 영혼으로나마 이루기 위해 이들에게 '명예 국가대표'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사고대책반은 화재 당시 생존자들의 기억과 정황 등을 종합하면 이들에 관한 이야기가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우형식 사고대책반장(충남도교육청 부교육감)은 "진위를 좀더 파악한 뒤 도교육청에서 발행하는 교과서에 우선 게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명예 국가대표 인정 문제에 대해서도 축구협회에 적극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 Dong 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