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에 드리운 '미적분 공포'… 이렇게 벗어나라
수리 나형 출제 범위 확대… 인문계 수학 공부법
현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르게 될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2011년 11월 10일 시행)부터는 인문계 학생도 미적분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인문계 학생들이 주로 치르는 수리 나형의 출제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올해까지 수리 나형은 수학Ⅰ에서만 30문항이 출제되지만, 2012학년도에는 '미적분과 통계 기본' 과목이 추가돼 15문항씩 출제된다. 이에 따라 인문계열 학생들의 부담도 더욱 커졌다. 내년 수능까지 앞으로 1년 6개월 정도가 남은 지금부터, 인문계 고2 학생들은 수학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범위 넓어진 만큼 난도는 낮아질 가능성 커… 단원별 기본개념과 핵심유형 공략
미적분과 통계 기본이 수리 나형으로 편입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이 단원은 대학의 상경학부, 정경학부 공부에서 필요한 부분이라 고교에서 배우지 않으면 대학에서 새로 가르쳐야 하는 문제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둘째, 수리 가형 학생의 35%가 수리 나형으로 옮겨오는 철새 현상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다.
2012학년도 수능 수리 나형은 수학Ⅰ에서 15문제, 미적분과 통계 기본에서 15문제가 출제되므로 출제경향이 완전히 바뀐다. 현재의 수리 나형과 비교했을 때 행렬 단원에서 '그래프와 행렬', 미적분과 통계 기본에서 '함수의 극한' '다항함수의 미분법' '다항함수의 적분법'이 새롭게 가미된다. 따라서 수리영역 성적에서 개인적인 수준 차와 실력 차가 매우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위권 학생들의 경우에 성적의 명암이 가장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한다. 또 2012학년도에는 탐구영역의 반영과목이 2과목으로 축소되면서 언/수/외의 영향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수리영역이 다른 영역에 비해 변별력이 높아 입시 당락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가 수학에 가중치 50%를 두는 등 상위권 대학일수록 수리영역 반영비율이 높기 때문에,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에는 수학이 특히 중요하며 수능시험 변화에 따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우형철 강사 "공식 암기보다는 출제의도 파악하라" / 이경민기자 kmin@chosun.com
하지만 학생들에게 불리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 중앙대부속고 이금수 교사는 "출제범위가 넓어져 공부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나,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난도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기본 개념과 원리, 그리고 핵심유형문제만 정리해도 지금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수리영역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형철 비타에듀 강사 역시 "수리 나형의 경우, 한 단원에서 깊이 있는 문제를 내서 난도가 높은 것이 아니라 여러 단원의 기본 개념을 섞어서 내기 때문에 어렵게 느끼는 것이다. 앞으로 출제될 미적분에서도 마찬가지이므로 기본개념을 벗어나는 공부를 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교과서ㆍ익힘책 등 기본서 중심의 공부 필요
범위가 늘어나면서 수리영역에서 학생들이 공부해야 할 분량이 1.5배가량 늘었다. 박승동 메가스터디 강사는 "올해까지는 고3 1년 동안 집중하면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고2 학생들은 선배들 말만 듣고 '2학기부터 공부하자'고 안이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신승범 메가스터디 강사 역시 "인문계열 학생이 수리영역 공부를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가 지금이다. 대개 인문계열 학생들은 수학을 소홀히 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시작한다면, 수능에서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부터 수리영역 공부를 시작한다면 우선, 10-가ㆍ나 과정에서 함수, 방정식 단원을 다시 한 번 복습하며 완전히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올해 12월까지 수학Ⅰ, 미적분과 통계 기본 출제 범위까지 진도를 한 번 마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고2 말까지 수학Ⅰ, 미적분과 통계 기본까지 교육과정을 마치므로 학교수업을 충실히 들으며 기본개념을 다잡도록 한다. 12월까지 진도를 마쳤다면, 내년 1~5월 5개월간 출제범위를 반복 학습하고, 6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치른다. 그런 다음 9월 모의고사 전까지 6~8월 3개월 동안 출제 범위를 한 번 더 복습한다. 상위권 학생이라면 이보다 2개월 정도 빠른 속도로 공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승범 강사는 "기출문제 풀이는 진도를 한 번 마치고, 내년 1월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박승동 강사 "수학익힘책이 문제은행 될 듯", 이금수 교사 "범위 넓지만 난도는 낮아질 것", 신승범 강사 "진도 끝낸 뒤 기출문제 풀어라"(왼쪽부터).
또 수능시험까지 1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있다. 짧은 시간 동안 성과를 내려고 하기보다 장기적으로 보고 '이해력'을 높여야 한다. 우형철 강사는 "공식을 외우려고 하지 마라. 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왜 그럴까'라고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금수 교사는 "기출문제를 풀 때도 한 문제 속에 들어있는 수학의 개념이 무엇인지, 출제자는 왜 문제를 이렇게 낼 수 밖에 없었는지, 나라면 이 개념을 이용해 어떤 문제를 출제할지 등을 생각해 보라"고 귀띔했다.
가장 어려운 점은 확대된 범위의 경우 기출문제가 없어 수능문제의 수준이나 집중해서 공부해야 할 부분 등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수리 가형에 나온 미적분 기출문제는 참고자료로 볼 수는 있지만, 난도가 높기 때문에 인문계열 학생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박승동 강사는 "지금까지 출제된 적이 없는 단원이기 때문에 수학 익힘책이 수능의 문제은행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교과서와 익힘책 등 기본서 중심의 공부가 필요하다. 그는 또 "반드시 서술식ㆍ논술식 학습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학 익힘책에는 단원 끝에 서술형 문제 3~4문항과 수능형 문제인 대단원 평가 등이 있어요. 수리영역 공부에 필요한 내용이 다 담겨 있고, 여기에 해답이 있습니다. 다른 것보다 수학 교과서와 익힘책 풀이에 정성을 기울이세요."
조선일보 201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