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이 시급 기준으로 올해보다 16.4% 오른 7천530원으로 정해지면서 사회 전반에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사업주 측은 인건비 상승이 기업 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내비치지만, 근로자 측은 기대에 못 미치는 인상 폭이지만 일단 받아들이겠다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교과서에는 노동에 따른 임금의 관계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노동자의 권리와 시장경제의 균형 사이에서 청소년이 생각할 지점은 무엇일지 알아본다.
취재 심정민 리포터 request0863@naeil.com
도움말 김규태 교사(경기 이목중학교)·박은정 강사(푸르미경제교실)
자료 알바천국·잡코리아·최저임금위원회·통계청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는 문재인 정부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약으로 내세운 정책이다. 2018년엔 7천530원, 2019년 8천682원, 2020년까지 1만 원으로 인상한다는 것이 골자다. 적용 대상은 1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이다. 최저임금은 노·사·공익위원 각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매년 인상안을 의결해 정부에 제출하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8월 5일까지 결정해 고시한다.
경기 이목중 김규태 교사는 “최저임금이 상승했다는 것은 그만큼 근로자들에게는 희소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영세 규모 자영업자들은 생산성은 같은데 인건비가 상승해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 우려하기도 한다”고 전한다.
김 교사는 “최저임금 상승을 단순하게 바라봐서는 안 된다. 거시적으론 경제의 선순환을 얘기할 수 있지만, 다른 한쪽으론 노동자의 권리를 살펴볼 기회이기도 하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중·고교 단계에서 노동과 임금의 관계를 다양한 측면에서 배울 기회가 적다는 것. 중학교 2학년 사회 교과서와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에서 각각 한 단원씩 일부분에서만 다룬다고.
김 교사는 “최저임금은 청소년이 직면할 현실이기도 한 만큼 노동자의 권리와 고용주의 경영 환경, 국가의 복지 정책 등과 연계해 균형 잡힌 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자는 주장의 주된 논리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계의 소득이 높아져 소비가 촉진되고, 이것이 기업 매출 증가로 이어지면 기업의 이익과 투자도 는다는 것. 따라서 경기가 활성화되고 근로자들의 고용과 소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을 구축해 산업 구조 조정 촉매로 기능하는 긍정적 효과를 기 대한다.
김 교사는 “하지만 그런 인과관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적정하다는 전제 아래 가능한 이야기다. 단기간에 1만 원으로 인상할 경우, 현실적으로 그 같은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고 전한다. 저소득층의 빈곤 해소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취약 근로자들의 고용 위기를 초래하고 영세 사업자의 생존기반을 위협함으로써 되레 불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근로자의 80%를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은 최저임금 1만 원에 대한 준비가 아직 돼 있지 않은 것이 그 이유다. 김 교사는 “정부가 근로자의 권리와 함께 물가나 생계비, 생산성, 기업의 지급 능력,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유연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안한다.
정부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이나 세금·금융 부담 완화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임대차 계약 갱신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려 임대료 상승을 방지하는 방안이 대표적.
푸르미경제교실 박은정 강사는 “하지만 사업주들은 정부 정책과는 별개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건비 증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인 자동화’ 시스템을 적극 도입할 것이다”라고 예측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극장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보편화한 ‘ 키오스크(무인 정보 단말기 시스템)’다. 요즘엔 분식점이나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도 시스템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박 강사는 “물론 인건비 상승에 따른 무인 자동화 시스템의 확산이 실업과 연계될 것이라는 예측이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하지만 시급 1천60원 상승하는 것이 단순히 임금이 오른다는 것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는 점, 더욱 큰 시각에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라고 조언한다.
TIP 최저임금 인상에 고용주 80% “아르바이트생 채용 줄이겠다”
구인 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은 7월 19일, 전국 고용주 352명과 아르바이트생 5천804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 결과에서 이같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설문 조사 세부 결과를 보면, 내년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대폭(50%) 줄인다’는 답변이 24.4%로 확인됐고, ‘아르바이생 고용을 어느 정도(10~20%) 줄이겠다’는 답변이 23.9%로 나타났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아르바이트생 고용 대신 가족 경영을 고려하겠다’가 20.2%, ‘혼자 가게를 꾸려나가겠다’는 응답이 9.7%를 기록했다.
좀 더 생각해보기! 최저임금, ‘을과 을’의 싸움 되나?
김 교사는 최저임금 상승은 “을과 을의 밥그릇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고 설명한다.
편의점과 프랜차이즈업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본사 브랜드를 빌려 수익을 올리려는 대표적인 산업.
한데 본사의 수익을 위해 우후죽순으로 점포를 늘리면서 수익성은 줄어드는 상황에 임대료는 매해 올라간다. 여기에 아르바이트생 임금까지 더 줘야 하니 결국 한푼이라도 더 받고 싶은 아르바이트생과 마른 수건이라도 짜고 싶은 자영업자 간 갈등이 증폭하면서 결국 ‘을과 을의 싸움’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상대적이겠지만 내년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7천530원은 미국(8천145원)과 일본(8천200원), 캐나다(9천606원), 영국(9천904원) 등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국내 경제 구조상 자영업자 비중이 높다는 사실이다. 2013년 기준 OECD 국가 중에서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중(27.4%)이 평균치의 2배 수준. 아르바이트생이 가져가지 않는 나머지 비용이 자신의 임금이 되니 영세 자영업자들은 아르바이트생과 임금을 두고 겨뤄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최저임금 이하 소득 노동자의 비율이 14.7%로 다른 OECD 국가의 5.5% 수준보다 높다는 점, 임금보다 임대료 상승이 매출에 더 위협적이라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할 지점이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