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돛단배와 영산포 장
우리 마을 갯머리에서
영산포 장을 가려면
배를 타야 했다.
지금처럼 다리가 놓여 있던 시절이 아니었다.
그때는 영산강이
사람들의 길이었다.
동네 강가에는
꽤 큼직한 돛단배가 한 척 있었다.
그 배는
우리 마을 사람들에게
세상으로 나가는 길과도 같은 것이었다.
영산포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마을 사람들은 새벽부터 분주해졌다.
일 년 동안 농사지은
벼와 보리,
그리고 손수 엮은 가마니들이
차례로 배에 실렸다.
배는 조용히
강물 위로 밀려 나갔다.
노를 젓는 소리와 함께
물결이 갈라졌다.
나는 어린아이였지만
그 배를 타는 날이
무척 기다려졌다.
영산포 장터에는
세상에서 처음 보는 것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강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면
멀리서 영산포 포구가 보였다.
포구에는 이미
여러 배들이 모여 있었다.
사람들의 목소리와
짐을 나르는 소리가
어지럽게 섞여 있었다.
영산포 장터는
그야말로 사람들의 세상이었다.
농사꾼, 장사꾼,
이웃 마을 사람들까지
모두 그곳으로 모였다.
어른들은
농사 지은 것을 팔고
집에 필요한 물건들을 샀다.
그러나 어린 나에게
장터의 기억은
다른 곳에 있었다.
식혜 였다.
식혜와 함께 먹던
따뜻한 붕어빵.
그리고
보리를 넣고
기계로 돌려 “뻥” 하고 터뜨리던
뻥튀기.
그 소리가 터지면
아이들은 모두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고소한 냄새가
장터 가득 퍼졌다.
겨울이면
장터 어귀에서
군고구마 냄새가 먼저 풍겨왔다.
두 손에 쥐고 먹던
그 따뜻한 맛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영산포 장으로 가는 길에서 먹던
동지죽의 맛도
지금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음식들은
아주 소박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속에는
장터의 사람들,
강바람,
그리고 어린 시절의 기쁨이
함께 담겨 있었다.
해가 기울면
장터의 소리도
조금씩 잦아들었다.
사람들은
다시 배에 짐을 실었다.
팔고 남은 물건과
장터에서 사 온 것들.
배는 다시
영산강 위로 떠났다.
짐을 가득 실은
돛단배였다.
어느새
하늘에는 달이 떠 있었다.
배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
달과 별이
강물 위에 함께 떠 있었다.
나는 가끔
내가 마치 달 위에 걸터앉아
낚시를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했다.
동네 아저씨가 노를 저을 때마다
물살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그저 강을 가르는 소리가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소리는
가족과 삶을 위해
묵묵히 살아가던 사람들의
삶의 소리였는지도 모른다.
배 안에서는
어르신들이 막걸리를 나누며
얼씨구 덜씨구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어린 마음에도
어떤 따뜻함을 느꼈다.
비록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은 서로 기대며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강바람은
시원하면서도 부드러웠다.
마치 누군가의 손길처럼
내 이마를 스치며 지나갔다.
그러다
멀리 작은 불빛 하나가 보였다.
우리 동네 갯머리의 호롱불이었다.
그 불빛을 보는 순간
배 안의 사람들은
말없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고향이
가까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배가 포구에 닿으면
그곳에는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동네 아낙네들과
아이들이었다.
그 가운데에는
우리 동생들도 있었다.
동생들은
무엇을 사 왔는지보다
어머니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작은 장면 속에
우리 가족의 마음이 모두 담겨 있었다.
영산강을 건너
갯머리 포구에 도착하는 그 순간은
언제나
따뜻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