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차 밀림지대 늪 속으로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을 느낀 학산 계곡 산행
산행지 : 학산약수터-탑사-학산계곡-보광재-학산정상-학소암-약수터
산행일시 : 2008년 6월24일 화요일 흐림 17:30-19:30
참여 : 교장선생님, 전귀옥, 김지선, 최성복, 권양택, 김몽현, 김수영(7명)
차량 : 권양택, 김수영
오늘도 예보상으로는 오후에 비가 온다는 예보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만반의 산행준비
를 하고 출근하면서 하늘을 살펴보니 짙은 회색이다.
방과후 시간까지도 비는 오질 않고 흐리기만 하기에 물병에 물을 가득 채우고 나서니
교장 선생님이 산행 차림으로 나타나시면서 오늘 깜박 산행 준비를 하질 못해서 송천
동 댁까지 가셔서 준비를 해 오셨다 한다.
출발하려는데 김자미님이 예쁜 평상복 차림으로 우리 모임 장소에 나타나서 오늘까지
공문을 전송해야 하는데 컴퓨터 시스템이 말썽을 부려 전송이 되질 않아 정보부장의
도움을 받으러 간다고 하기에 그냥 부탁하고 가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니
“나의 일을 남에게 맡기고 산행한다면 부탁 받은 분이 어떤 심정이겠어요?”
“그 분 성향으로 보아 충분히 대행하여 주실 분이다.”
라고 우리 모두 지원 사격을 해도 도저히 그럴 수 없다며 잘 다녀오시라고 하며 종종
걸음으로 공문 처리하러 가는, 자신의 임무에 성실히 임하는 모습이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학산 약수터 앞에 우리는 만나 주차하고 나서는데 하늘은 그저 계속 회색만 뿌리고 있
다.
약수터에 이르니 장마 중이라서인지 약수가 콸콸 힘차게 뿜어댄다.
커다란 소나무아래 수목장한 길을 따라 오르막길을 오르노라니 간간이 나뭇가지에 빨
간 리본에 ‘계단’이라고 쓴 것을 보니 아마 계단공사 계획 중인가 보다.
일명 학산 1봉이라는 곳에서 잠시 땀을 식히면서 전귀옥님의 새로 구입한 시커먼 신형
디카 앞에 포즈를 취하니 번쩍거리는 빛이 학산을 놀라게 한다.
최성복님의 티타늄 일자형 스틱 한 벌을 한 번씩 만져보며 평을 한다.
참으로 가볍다. 은근한 견물생심이 발동하기까지 한다.
쉼을 마치고 탑사로 접어드는데 산행로가 깔끔히 정비되어 있어 산뜻한 느낌이 든다.
전에는 이 곳을 지나려면 우거진 풀에 보행이 부자연스러웠는데 오늘은 상쾌감이 든
다.
거기에다가 방향을 알려 주는 이정표가 곳곳에 세워져 있어 초행자라도 길을 헤맬 일
이 없을 것 같다.
학산은 산행로가 유난히도 많아 길을 삐끗 잘못 들면 주차한 지점의 정반대 길로 접어
들어 힘들어하던 때가 여러 번 있었지 않았던가.
이러한 곳을 처음 찾아온 교장선생님, 김몽현님은 전주 근교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너
무 좋다며 오늘 산행에 참여하길 잘 했다라며 아주 흡족해 한다.
계곡 길로 바로 내려가질 않고 잘 가꾸어진 탑사 길을 따라 가니 비로소 돌로 쌓은 탑
이 있고 뒤엔 묘가 둘 있는 곳이 있기에 이 곳에 잠시 쉬면서 기념촬영도 하고 간식을
들면서 쉬고 있는데 아주머니 두 분이 나타나기에 떡을 드시라고 하니 고맙다며 떡을
조금만 떼기에 좀더 많이 떼라고 하니 우리를 생각하며 그걸로 만족해한다.
전에는 모르는 여자들 앞에서는 부끄러워 절대로 이런 청을 하지 않았는데 요즘엔 나
이를 먹어 부끄러움도 줄었는지 아니면 뻔뻔스러워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러
한 가상스런 용기(?)가 생겨 스스럼없이 이런 청을 하곤 한다.
낯모르는 여자 분들은 탑사에서 되돌아가고 우린 계곡 쪽으로 가는데 권양, 김몽현님
은 잘 닦아놓은 곳에 나무로 만든 운동 기구를 가지고 시연해 보인다.
철제품이 아닌 나무로 솜씨 좋게 설치하여 놓은 게 이 자연과 참 잘 어울린다.
권양 선생은 보행 중에 이러한 말을 던진다.
"인간의 보폭은 불과 40-60cm인데 이러한 보폭을 가지고 높은 산을 거침없이 오르고
내리는 게 참으로 희한한 일이 일이다."
이 말을 들으니 문득 근세조선시대 양사언(陽士彦)의 고시조 한 수가 떠 오르는 이유
는 웬 일일까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우린 오르고 올라 드디어 계곡 길로 접어드는 순간 서늘한 느낌이 들 정도로 공기 차이
가 난다.
장마 중이라 계곡의 수량이 많아 물소리도 힘차다.
숲으로 우거진 물기가 촉촉한 산행로를 따라 걷는데 교장 선생님은 마치 아마존의 원
시림 속에 들어온 것 같다며 아주 좋아라 하신다.
작년에 이 곳을 처음 찾은 권영창님은 마치 타잔이 사는 밀림 속에 온 것 같다며 타잔
의 특유한 소리를 질러 우리를 잠시 즐겁게 했던 기억이 새록 떠오른다.
한참동안 계곡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사람살이의 흔적이 보이는 평평한 곳에 고
추밭이 나옴으로 말미암아 밀림속이라는 것이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한참 오르는 중에 약수터 길을 피하고 지름길의 가파른 오르막 길을 올라서니 전귀옥
님이 약수터의 산수국을 보고 가자기에 다시 후진하여 내려가니 꽃이 활짝 핀 산수국
군락지가 나온다.
자그마한 파란 꽃들을 에워싼 하얀 꽃잎 이게 바로 벌나비를 유인하기 위한 가짜 꽃이
다. 본꽃들이 너무 작아 볼품이 없어 벌나비들이 찾지 않을 것 같으니 눈에 확 띄는 하
얀 꽃잎으로 유인하는 삶의 위대한 순수성 전략.
정말로 자연의 신비로움에 그저 놀랍기만 하다.
우리 인간도 이러한 자연처럼 순수한 전략성을 가져야 하는건데 그저 삶의 전략이 교
활하기가 그지없다.
오늘 산행도 자연의 가르침을 한 수 느끼고 보광재로 헉헉거리며 오르니 우람한 느티
나무 두 그루가 정겹게 우릴 맞아준다.
또 느티나무 앞에 전에는 없던 벤치가 설치되어 편안함을 준다.
고덕산을 오르기 전에 이 곳에 잠시 쉬었다 가라는 의미로 설치한 것이 아닐까.
옛날 보부상들이 등봇짐을 지고 이 곳을 지났으리라.
우린 땀을 식히고 그냥 보광재로 하산할 게 아니라 이왕 나선 김에 학산 정상에 오르자
는 전귀옥님의 제의에 한마디 이의 없이 나서는데 계단과 밧줄이 설치되어 있어 안전
하고 편하게 오를 수 있다.
중간 지점에서 고덕산을 보는데 고덕산은 부끄러운지 우리에게 알몸을 구름으로 감춰
버리고 말아 관음증에 걸린 사람처럼 이리저리 살피건만 구름과 안개로 겹겹이 감춰
틈새 하나가 없어 아쉬움을 안고 그냥 정상으로 오르니 마치 백록담처럼 분화구의 형
체를 띤 구덩이가 있어 우린 빙 둘러 서 사진촬영을 마치고 모악산을 모악산도 역시 희
미한 자태만 보여줄 뿐이다.
이윽고 하산을 하는데 교장선생님이나 김몽현님은 우리가 주차한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만 같다고 하니 전귀옥님은 김수영님은 이 곳 길을 훤히 알고 있으니 그냥 따라 가기
만 하면 된다고 한다.
교장선생님은 어떻게 이 곳 길을 잘 아느냐교 물으시기에 방학 때면 매일 이 곳을 찾는
다고 하니 그제서야 우리가 가는 길을 믿으시는 것 같다.
아닌 게 아니라 이 학산은 산행로가 수 십 갈래로 나 있어 헷갈 리가 쉽다.
그렇다고 해서 이 학산에서 길을 잃어 조난당한 일은 한 건도 없다.
군데군데 가로등까지 설치되어 있어 아주 산행하기 좋은 곳이라며 아주 흡족해 하신
다.
힘들만 하면 우리 최성복님의 걸죽한 말담에 웃음꽃이 힘듦을 즐거움으로 바꾸어 버린
다.
학소암에 이르러 화장실에 들러 인사하고 새로 학소암에서 새로 낸 길을 따라 약수터
앞에 이르니 ‘아하, 바로 이러한 길이구나’ 하신다.
전에까지는 이 약수가 부적합수였는데 2008년 6월 적합수로 판정되어 주변 주민들이
나 산행객들이 안심하고 마시며 주변에서 쉬고 있다.
하산을 마치니 19시30분이다, 두 시간 산행, 아주 적당한 산행이었다고 모두 흡족해 한
다.
이 흡족한 마음을 가지고 오늘의 마지막 三樂코스를 즐기기 위하여 근처 쌈밥집에 가
쌈밥 정식을 주문하는데 음식이 아주 맛깔스럽기가 그지없다.
오늘 공문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김자미님하고 같이 식사하고자 전화했으나 사정이 여
의치 않아 참석지 못한다고 하여 못내 아쉽다.
전에 김자미님도 이 곳에서 식사하고는 음식맛이 깔끔하고 참 맜있다고 하였는데······.
교장 선생님은 특히 시원한 홍어무침이 아주 맛있다며 조심스레이 한 접시 부탁하니
여주인이 우리 교장 선생님에게 반했는지 미소까지 머금으며 흔쾌히 가져다주니 교장
선생님은 6천원으로는 타산이 맡지 않겠다고 걱정까지 해 주시며 푸짐한 리필에 고마
움을 아낌없이 표하며, 이 집 음식 맛이 토속적이어서 입맛에 딱 맞는다며 한 그릇을
깨끗이 다 비우신다.
그런데 김몽현님은 처음엔 식사량을 줄인다며 공기밥을 덜어 놓더니만 홍엄무침으로
밥을 비비기에 주인에게 참기름을 청하니 큰 사발과 함께 가져다 준다.
김몽현님은 곧바로 던 공기밥에다가 내 밥까지 덥썩 섞어 맛있게 버무린 다음 나에게
한 그릇을 건네 주기에 나도 덩달아 게 눈 마파람 감추듯 맛있게 먹어 치웠다.
식사를 마치고 전귀옥님이 한마디로 오늘 산행의 總評을 한다.
"산행을 마치고 이렇게 맛있게 식사를 하면서 마냥 즐거운 담소로써 함박웃음꽃을 맛
본다는 게 이 얼마나 행복한 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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