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에 이어, '햇살'도 글을 올려주셨어요. 모임 하는 즐거움 '아, 따뜻해~~ '라는 말이 저절로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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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바다>
비워낼 대로 비워낸 가을은 겨울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오후 다섯시. 태양이 주황빛을 띠며 밤을 준비했다.
아이들은 한 달 남은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며 도자기 공방에서 원데이클래스를 즐겼다. 아들은 알록달록 크리스마스트리를, 딸은 빨간 목도리를 한 동글동글 눈사람을 주제로 접시를 만들었다. 흙놀이와 물레질의 여운에 신이 난 아이들과 집으로 출발했다.
차창 밖에 동그란 달이 보였다.
"얘들아, 저기 달 좀 봐. 엄청 크지. 보름인가 봐."
아파트 불빛과 가로등이 겹겹이 둘러싸인 도로 위에서 나는 아이들과 달빛을 쫓았다.
스무 살의 언젠가, 나는 달이 세 개인 다른 행성에서 왔다고 생각했다. 달이 세 개나 되는 밤은 아무리 겁을 줘도 무섭지 않을만큼 밝을 것만 같았다.
나보다 똑똑하고 잘나 보이는 동생이나 고교비평준화 지역이었던 고향의 여고동창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지나온 십 대. 열등감에 사로잡혀 타인에게 인정받길 간절히 바라던 어린 소녀.
스스로 빛나지 못한 채 태양빛에 의지한 달이 꼭 나를 닮아 보였다.
카메라 렌즈를 힘껏 당겼다.
찰칵.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은 내게 울퉁불퉁 상처 난 빛나는 달을 보여주었다. 어딘가에 떨어져 움푹 파인 것만 같은 어두운 곳.
그곳은 '달의 바다'다.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가 망원경으로 달을 관찰하던 중 물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달의 바다'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실제로 물이 있지 않지만, 달의 바다라 불리는 곳.
그곳이 없다면 달은 그저 빛으로만 보일 거다. 울퉁불퉁한 모양에 어둡고 밝은 빛을 가르는, 옥토끼 이야기를 만드는 그곳이야말로 진정한 달의 매력이 아닐까.
나는 가끔 이 어두컴컴한 달의 바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나에겐 여러 개의 바다가 있다.
열등감에 흔들리던 지난날의 상처에도, 나와 다른 존재인 쌍둥이들을 키우면서도 부딪히고 넘어진다.
그때마다 움푹 파인 달의 바다가 하나씩 늘어난다.
누군가 그랬다. 우리가 사랑하는 드라마와 소설의 주인공들에겐 결핍이 있다고. '해리포터'가 부모를 잃고 친척 집 벽장에 사는 아이가 아니었다면, '더 글로리'의 주인공이 학폭을 당하고 부모의 버림을 받지 않았다면, 대중은 그들을 사랑하지 못했을 거라고.
나는 이따금 마음속 어느 곳에 숨겨진 달의 바다를 찾아 착륙해보곤 한다. 이리저리 탐사하고 발견해 기록을 남길 때도 있다. 그럴 때면 결핍의 상처가 남긴 달의 바다는 나를 가장 사랑스럽게 하는 매력이 된다.
얼마 전, 함께 그림책을 읽는 엄마들에게 내 '달의 바다'를 고백했다. 나를 어른이라 불러준 엄마, 진실된 이야기를 이기는 건 없다며 응원해 준 엄마, 함께 울어 준 엄마들과 나는 달의 바다에서 마음껏 헤엄쳤다. 우리가 함께했던 유영은 여자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동지애 같은 게 아니었을까. 그러면서 우린 엄마가 아닌 그림책 읽는 '여자'가 된 것만 같았다.
올 한 해 햇살 스스로 마음껏 빛나게 해 준 그녀들도 달의 바다를 마음껏 탐사할 수 있길, 햇살보다 더 따스하게 빛나는 달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