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8월
7일 (수) - 오사카 간사이 공항, 난바, 도톤보리
8일 (목) - 신사이바시, 오사카소니쇼룸, 유니버셜 스튜디오
9일 (금) - 나라 사슴공원, 도다이지, 가이유깐
10일 (토) - 도쿄 하네다 공항, 아메요꼬시장, 도쿄소니쇼룸, 긴자, 신주쿠, 가부끼죠
11일 (일) - 우에노공원, 도쿄국립과학관,국립박물관, 오다이바 아리아께,메가웹,세가조이폴리스
12일 (월) - 아끼하바라, 신주쿠 다까시마야, 기노꾸니야, 세까이도, 하라주꾸
13일 (화) - 도쿄 나리타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20020807수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일본은 우리보다 비가 더 많은 나라라던데 여행기간 동안 비맞으며 흐린 하늘만 봐야 되는건 아닌지 슬슬 걱정이 된다. 하계역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1시간 30분이 지나 인천 국제 공항에 도착해, 보딩패스를 받고 면세점에 들려 이것저것 구경을 했다. 아시아나를 타고 오사카 간사이 공항으로 출발. 한시간 삽십분 후 간사이 공항에 도착. 간사이 공항은 왜이리도 인천공항과 비슷한지. 모든 시설물과 인테리어가 정말 똑같다. 인천에 다시온 것 같은 기분. 입국심사 받으러 줄을 섰는데, 여권을 내미니 나보고 뭐라뭐라 한다. 물론 일본어로. 근데 신기한 것은 느낌으로 알아들었다. 안경을 벗어보라는 얘기였다. 인천공항 사람들과는 다르게 굉장히 친절하고 상냥한 말투. 출국세를 내고 난 영수증에 무료통화 3분 카드가 있다. 잘 도착했다고 집에 전화하는데 어떻게 하는지 잘 몰라 전화통을 붙들고 동생이랑 둘이서 한참 헤맸다. 전화 통화에 성공하고 나서 곧바로 숙소가 있는 난바로 출발. 난바의 거리는 지져분하고 담배 투성이다. 사람들은 정말 담배를 많이 피운다. 특히 여자들이 더 많이 피우는 것 같다. 체크인하러 갔더니 역시나 호텔직원이 일본어로 말한다. 내가 영어로 말해달라고 했더니만 아침식사를 언제 할거냐고 묻는다. 나도 영어로 대답했다. 역시 영어는 세계 공용어. 숙소에 짐을 풀고, 근처 거리로 나왔다. 오사카의 유명한 먹거리 골목 도톤보리. 도톤보리는 음식점이 무지 많다. 근데 다들 규모가 매우 작고 서민적인 왁자지껄한 분위기다. 맛있다는 긴류라멘을 먹었다. 자판기에서 표를 산 후 주문을 하면 길거리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건데, 사람들은 줄서서 먹는다. 근데 윽 정말 느끼함 그 자체다. 반찬으로 김치를 주는데 김치가 아니라 ‘짠 배추 고춧가루 버무림’같은거다. 돼지고기와 기름이 둥둥 뜬 라면을 먹으며 주위 사람들을 구경했다. 일본인들은 이 라면이 진짜 맛있나보다. 정말 맛있게 후루루 먹는다. 100엔 샾에 들려 뭐 살게 없나 보는데, 역시나 일본도 싼 물건은 모두다 메이드인 차이나다. 그리 쓸만한 물건은 없어보였다. 구경만하고 나와 편의점 am pm에 들려 딸기푸딩이랑 음료수를 샀다. 과자를 구경했는데 정말 우리나라랑 똑같은 제품이 많다. 새우깡, 빼빼로 같은 것도 있다. 말만 일본어로 써있고 포장 디장인도 비슷하다.
20020808목
첫날 피곤해서 그런지 늦잠을 잤다. 아침을 7시30분에 예약해 놨는데, 결국은 11시에 일어나서 아침도 못먹고 신사이바시로 갔다. 신사이바시는 상점이 양쪽으로 쭉 나열된 쇼핑몰이다. 이것저것을 구경하다가 소니쇼룸에 가려고 거리를 한참 헤맸다. 그러다가 한 일본남자에게 쇼니쇼룸을 영어로 물어봤더니만 못알아들어서, 책에 있는 사진을 보여줬다. 그 일본남자는 우리보러 따라오라고 하더니만 상점으로 들어갔다. 보아하니 자신도 잘 몰라서 상점점원에게 쇼니쇼룸이 어디냐고 물어보는 듯 했다. 그 여직원은 자신도 모르는지 갑자기 2층으로 달려가서 다른사람을 또 불러왔다. 얼마나 미안하던지. 그리곤 한참을 자기들끼리 말하더니만 종이를 꺼내 약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만 그 일본남자에게 설명을 해주고 그 일본남자는 우리를 소니쇼룸까지 데려다 주었다. 같이 20여분을 걸었다. 꽤 먼 거리였다. 이 남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었는데, 이 사람이 아쉽게도 영어를 하나도 못했다. 내가 쉽게 천천히 말했는데도 아쉽게도 전혀 못하는 눈치였다. 분명 우리랑 반대쪽에서 걸어오고 있었는데 그 먼 거리까지 에스코트를 해 주다니, 정말 얼굴도 잘생기고 마음씨도 곱다. 감동하며 소니쇼룸을 천천히 구경했다. 자그마한 노트북이랑 디카가 정말 예뻤다. 구경하고 나와서 맥도날드 (‘마쿠도나르도’라고 한다)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신기한건 일본인은 모두 감자에 케찹을 안찍고 그냥먹는다는거다. 우리가 케찹을 달라고 했더니만, 깊숙한 창고로 들어가서 한참만에 찾아줬다. 점심을 먹고 근처 전자상가에 가서 구경한 후, 유니버셜 스튜디오 저팬으로 향했다. 가는데 전철을 세 번이나 갈아타야되서 역무원에게 물어봤더니 진짜 친절히 알려준다. 일본 전철은 앞쪽에 운전사가 보이게 투명 유리로 되어있다. 정류장에서 우리가 안내리니까 갑자기 운전사 아저씨가 전철 밖으로 나와서는 우리에게 갈아타는 곳을 알려주셨다. 고맙기도 해라. 유니버설스튜디오저팬 USJ에 도착하니 4시반무렵. 5시부터 입장하면 섬머나이트패스를 끊을 수 있다. USJ는 좀더 할인된 가격의 섬머나이트패스를 끊어서 보는게 훨씬 좋다. 낮엔 사람이 너무 많아 줄서는데만 하루종일이다. 처음 간 곳은 <USJ매직>이라는 곳이다. 물론 일본어로 하기 때문에 전혀 알아들을 수 없지만, 대충 감으로 찍어보면 헐리우드 영화의 여러장면을 편집해서 보여주고 나서 ‘영화는 꿈이아니라 현실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다. 물론 추측이다. 그리고는 갑자기 스크린이 걷혀지면서 스크린 뒤로 들어가게끔 되어있다. 그 안에는 영화속 여러 무대장치가 마련되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으로 들어가는 기분. 출구로 나오면 관련 기념품샾이 있다. 모든 어트렉션 출구에는 언제나 기념품샾으로 연결되어있다. 사람들은 다들 뭔가 하나씩 잔뜩 사들고 나온다. 다음으로는 ET관. 사람 진짜 많아서 1시간반가량을 줄섰다. 막상 들어가니 그리 흥미롭진 않았다.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날으며 구경하는 것. 우주 공간처럼 만들어 놓은 곳은 정말 진짜같았다. 다음으로는 터미네이터관. 3D로 보는건데 정말 우리의 서울랜드 3D와는 차원이 다르다. 영화와 실제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실감난다. 실제 배우들이 무대에 나와서 연기했다가 다시 스크린 속으로 들어갔다가... 그리고 영화속의 장면을 시각 뿐만 아니라 촉각, 청각까지로도 느끼게 해준다. 마지막 드라이아이스속으로 확 들어가는 것은 정말 깜짝 놀랐다. 빽투더퓨터관은 움직이는 자동차를 타고 화면을 보는 것. 역시 실감난다. 빽드래프트는 불길과 사다리 넘어지는 것이 스릴 넘친다. 죠스는 배를 타고 가다보면 물속에서 죠스가 막 나타나서 배를 공격한다. 물 진짜 많이 튄다. 스누피 슬라이더는 캐리비안베이보다 짧고 시시하다. 아이들용인 듯. 하지만 스누피관은 아기자기하게 정말 귀엽다. 쥬라기파크는 무서워서 안탔다. 끝에 높이서 떨어지는 게 있어서... 정말 모든 어트랙션이 너무나 실감나고 재미있게 꾸며져있다. 현실과 영화가 구분이 안간다. 일본인들은 기념품샾에서 기념품을 정말 한보따리 사간다. 전철을 타고 호텔로 돌아오는데 정말 너무나 다리가 아팠다. 좀 앉고 싶은데, 일본 전철역에는 정말 의자가 하나도 없다. 사람들이 서있는 걸 좋아?하나보다. 전철안에서도 자리가 있는데도 다들 서있다. 신기해. 전철역 안에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춤추는 청소년들이 있다. 그들은 진짜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다. 얼굴엔 너도나도 여기저기 피어싱. 윽 징그러. 돌아오는 길에 야참으로 무슨 빵이랑(이름을 알려줬는데 진짜 길어서 못외다) 음료수를 사왔다. 빵 속에 무슨 크림이 들어있고 약간 덜 익혀 느글느글하다. 일본인들은 덜 익은걸 좋아하나보다. 아 느글느글해.
20020809금
날씨가 계속 맑아서 좋다. 무지 덥긴하지만. 어리버리 남매 남바역에서 나라행 익스프레스를 타고 나라 사슴공원으로 가다. 오늘은 일찍 일어나서 아침도 먹었다. 샐러드, 소시지, 계란스크렘블, 빵, 커피. 그래도 생각보단 괜찮은 아침이었다. 사슴공원에 도착하니 정말 사슴이 거리를 막 뛰어다닌다. 사슴먹이를 팔길래 무심코 하나 샀는데, 그 순간 온갖 사슴들이 다 달려들었다. 아 무서워. 감당이 안되서 먹이를 가방에 얼른 넣고 도망갔더니만 쫓아와서 얼굴로 막 민다. 윽 무서워라. 도다이지에 가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절의 규모가 무지 크더라. 여기저기 한국인 관광객도 굉장히 많다. 한국말이 많이 들린다. 다시 전철역으로 와서 지하도 상가에서 오므라이스와 햄버거스테이크를 먹었다. 근데 고기는 역시나 느끼하다. 그리고 밥 먹고 나면 그 즉시 빨리 치워준다. 다들 빨리 먹고 빨리 나가는 분위기. 오후엔 동양 최대 수족관이라는 가이유깐에 갔다. 가이유깐은 동양 최대라고는 하지만 수심만 깊지 그리 좋진 않다. 물고기 종류는 차라리 63수족관이 더 많은 것 같고, 인테리어나 구성은 코엑스아쿠아륨이 훨씬 낫다. 하지만 기이한 해파리는 볼만했다. 가이유깐 옆에 정말 큰 대관람차를 타고 오사카를 구경했다. 높이에 따라 맞게 상세히 설명해주는 안내방송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일본어와 영어였기에 전부 알아듣진 못했다. 오사카엔 자가용이 별로 없다. 주로 트럭이나 승합차가 많고 차도 정말 작다. 우리나라 차가 크고 둥글둥글하다면, 일본차는 작고 각이 져있다. 그리고 차들이 진짜 천천히 다닌다. 또한 횡단보도 보행신호가 진짜 길다. 세 번은 건널 수 있을 정도로. 호텔로 들어와서 근처 도톤보리 가서 다꼬야끼 줄을 섰다. 다꼬야끼가 일본에서 요즘 가장 인기있는 먹거리이게에 줄이 길다. 6개를 사서 먹었는데, 예전에 서해 오션파크에서도 처음 먹어본 것 보다 훨씬 맛있다. 그동안 먹은 음식이 다 이상?해서 그런지 더욱더 맛있게 느껴지더라. 저녁으로는 초밥 도시락을 사서 먹었는데, 윽 정말 비릿하다. 와사비도 거의 안넣고, 밥도 조금 넣고, 생선 진짜 크게 넣은 일본 스시. 우리 초밥이 새콤달콤한 양념맛으로 먹는다면, 일본은 생선 특유의 맛을 느끼려고 먹나보다. 역시나 느끼하고 비릿해서 반은 버렸다. 오늘도 배고픈 하루. 컵라면이라고 싸올걸...
20020810토
아침을 일찍먹고 부랴부랴 뛰어서 리무진 버스를 간신히 탔다. 우리가 뛰어가니까 다행히도 아저씨가 기다려줬다. 우리가 버스 안에서 서 있었더니 운전사 아저씨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만 우리에게 와서 배낭을 올려주고 앉을 자리까지 안내해준다. 다 앉은 후에야 버스가 다시 출발한다. 오사카 하네다 공항으로 가서 동경가는 JAL을 탔다. 스튜어디스한테 ‘플리즈, 기브 미 워러’ 그랬더니 잘 못알아 듣는다. 내 발음이 이상한가? ‘워러~워러~’한참 했더니만 ‘오,워터’하더니 물을 갔다줬다. 그 다음부터는 어딜가서든 꼭 워!터!라고 콕 집어 말했다. 동경에 도착하니 날씨가 더 더웠다. 오사카와는 또 다른 분위기. 수도답게 복잡하고 시끄럽고 사람도 많고...역시 여기 사람들은 도시인같이 생겼다. 모노레일타고 하마마추초역에 내려 야마노테센으로 갈아탄 후 호텔이 있는 우에노로. 야마노테센은 정말 우리의 2호선 분위기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긴자로 가서 동경 소니쇼룸을 봤다. 오사카보다 규모가 크고 사람도 많다. 점심은 한국식당에 가서 먹었다. 한국 음식을 얼추 비슷하게 재현해 놓은 곳. 보리차를 줬는데 진짜 반가웠다. 근데 보리차 진짜 진해서 쓰기까지 했다. 파를 송송 썰어 넣은 미역국, 참기름에 절인? 시금치, 밍숭밍숭한 김치, 이상야릇한 맛의 육개장, 달짝지근하고 느끼한 불고기... 그래도 한국 음식 먹으니까 기분 좋다. 사람도 꽤 많다.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 잠시 쉬고 저녁 먹으러 신주쿠에 가다. 우리의 명동 분위기. 사람 진짜 많고 음식점 쇼핑몰도 많다. 저녁 식사후 웬디스에 가서 커피를 시켰는데, 점원은 내가 한참동안 ‘핫 커피, 핫 커피’ 했건만, 결국 ‘핫 티’를 줬다. 윽 이럴 수가. 차라리 코피라고 할걸... 그럼 알아들었으려나. 차를 마시고 신주쿠를 한바퀴 돌았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려서 이상하게 생긴 과자랑 음료를 샀다. 무슨 매실 말린 것 같은 건데 쓴맛,신맛,짠맛이 복합된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음식. 결국 다 버렸다. 고쿠리라는 음료는 자몽쥬스인 것 같은데, 쓴맛 쌕쌕이 같은 거다. 맛없는 음식을 먹고 나서 내뱉는 동생의 말 ‘윽, 누나 도저히 못먹겠어. 오늘도 배고픈 하루다.’
20020811일
동경에 있는 호텔은 그래도 오사카보다 훨씬 넓고 깨끗하다. 바게트와 커피, 계란스크램블, 샐러드를 아침으로 먹고 다시 방으로 와서 늑장을 부리다가 근처 우에노공원에 갔다. 호수 연꽃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역시 일본도 부랑자가 많다. 꼬질꼬질한 복장의 아저씨들이 막 서성인다. 걸어서 국립과학관에 갔다. 여러 전시물들이 굉장히 많고, 물리관 같은 경우는 직접 손으로 만지며 체험해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어린 학생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다들 공책에다가 이것저것 열심히 그리고 적더라. 무엇보다 한글 가이드북이 있어서 좋았다. 과학관레스토랑에서 돈가스 먹었는데, 역시나 달짝지근하고 느끼... 고기라기 보다는 비계가 더 많다. 일본 사람들은 다들 맛있다며 먹는다. 다시 걸어 근처 국립박물관에 갔다. 일본 유물은 조잡하고 화려하다. 기모노의 수는 정말 예술이다. 우리가 곡선의 미라면 일본은 직선의 미랄까. 동양관에는 우리 나라 유물도 많더라. 일본 것 보다가 우리 것 보니까 정말 심플하면서 우아한 미가 느껴진다. 은근한 아름다움... 자판기에서 포도맛환타를 먹었는데 똑같은 제품이라도 나라마다 맛이 다른 것 같다. 맛이 굉장히 흐리고 싱겁다. JR을 타고 오다이바 아리아께로 향하다. 일일 프리패스를 끊었는데, 정말 이곳이 가장 재밌고 신기했다. 건물들이 마치 데몰리션맨에 나오는 미래도시같은 분위기. 후지티브이본사 건물은 정말 특이하게 생겼다. 동경타워와 레인보우브릿지는 야경이 멋있다. 메가웹에 있는 도요타쇼룸에서는 이 차 저 차를 직접 시승해 볼 수 있어서 재밌었다. 그리고 제일 재밌었던 곳은 세가 조이 폴리스. 정말 여러 가지 게임기의 총집합. 게임이라기 보다는 놀이기구 같은 가상현실. 서서 타는 스케이트보드가 정말 신기했다. 물론 나는 무서워서 못타고 구경만했다. 피자헛에 갔는데 피자맛 진짜 이상하다. 소스가 케찹 플러스 마요네즈다. TFT 빌딩에 실내폭포 보러 갔는데 너무 늦어서 못봤다. 코스프레를 하러 몰려든 젊은이들이 많았다. 호텔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렀더니 김치라면이 있는거다. 그것도 직수입. 그래서 얼른 사가지고 왔다. 아, 역시 맛있어. 내일은 두개 사먹을거다.
20020812월
늦은 아침을 먹은 후 뒹굴뒹굴 늑장을 부리다가 걸어서 아끼하바라로 갔다. 우리의 용산같은 분위기. 좋은 전자제품이 많다. 일본 물가에 비하면 값도 제법 싼 편. 우리랑 다른 점은 외제 브랜드가 거의 없다는 거다. 우린 전자제품 사러가면 순 외제브랜드만 있는데 말이다. 삼성 광고가 있긴 했는데 제품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JR을 타고 신주쿠로. 큰 쇼핑몰인 다까시마야에 갔다. 처음에 몰라서 헤맸는데 역시나 친절한 일본인 목적지까지 에스코트해 준다. 점심을 먹고, (난 또 오므라이스를 먹었다. 그래도 고기 안들어간 이게 가장 먹을만 하다) 대형서점 기노꾸니야로 갔다. 일본 책은 휴대가 편하게 매우 작다. 그리고 다 세로쓰기다. 센과 치히로 포스트카드북을 샀다. 아 뿌듯해. 대형 문구점 세까이도를 찾아가는데 영어로 물었더니만 한참 헤매며 대답해 준 일본인의 한마디. ‘(원,투,쓰리,포 손가락을 한참 꼽더니) 포 블럭 고, (오른쪽을 가르키며) 레프트’ 아, 레프트 라이트도 헷갈리나보다. 서점에서 중학교 교과서 봤더니만 우리 수준의 영어 배우더니만 왜이렇게 영어를 못하는건지. 지난번엔 한 일본인이 100미터를 ‘원 허느도리에도 미토’라고 발음해서 이해하느라 한참 걸렸었다. 그래도 이 사람들 정말 친절하다. 세까이도에 가서 여러 문구를 구경했다. 예쁜 편지지와 수첩들이 많다. 근데 정말 비싸다. 엽서 한 장에 150엔. 우리돈으로 1500원이 넘는다. 거기에다 5% 부가세도 붙는다. 다시 전철타고 하라주쿠로 가다. 우리의 돈암동 같은 분위기. 외국인도 참 많다. 이것저것 악세사리를 구경한 후 다시 호텔로. 오늘은 편의점에서 김치컵라면과 김치를 샀다. 직수입 제품이라 맛있다. Tv에서 가을동화를 해준다. 송승헌 목소리 일본어 버전 진짜 촌스럽다. 다시보는 2002월드컵도 해준다. 또한번 감동적이다.
20020813화
오늘은 집에 가는 날. 아침을 먹고 아침 드라마를 시청했다. 내용은 잘 모르겠는데, 중고등학생들이야기다. 한 아이가 왕따를 당하는 내용. 다른 말은 잘 모르겠고. ‘이지메’라는 단어는 분명히 들리더군. 일본 TV광고 정말 재밌고 귀엽다. 앙앙 거리는 목소리랑 잘 어울린다. NHK에서는 한국어 한마디라는 프로도 있다. 우리가 볼 때, ‘취미가 뭐에요?’를 가르치고 있었다. 설명하는 사람은 이봉원이었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캐릭터와 목소리가 이봉원이다. 한참 웃었다. 이봉원 일본어 진짜 잘하더라. 드라마 본 후 체크아웃하고 게이세이센을 타고 나리타 공항으로. 면세점에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모찌(찹쌀떡)을 몇 개 샀다. 역시나 달다. 비행기에서 기내식으로 먹은 따끈한 밥 정말 맛있었다. 집에 가자마자 칼칼한 김치찌개를 먹고 말리라.
일본인들은 우리랑 참 비슷하다. 거리도 그렇고. 다만 좀더 상냥하다. 물론 내가 외국인이라서 그런건지도 모르겠지만, 길 물어보면 정말 미안할 정도로 시간을 들여 정성스레 알려준다. 그리고 어디서건 담배를 진짜 많이 핀다. 심지어는 롯데리아에서도 재떨이를 갖다놓고 다들 담배를 핀다. 특히 아줌마들이 많이 핀다. 아이를 유모차에 앉혀두고 엄마랑 아빠랑 같이 담배를 피워대는 모습은 좀 이상하더라. 그리고 신기한 것은 신호등 카운트 다운이 우린 초록불인데 일본은 빨간불을 카운트다운 한다. 일본인도 성질 무지 급하나 보다. 빨간불이 하나 둘정도 남고 파란분 켜지기 5초전에 다들 횡단보도를 건넌다. 차들이 미리 서 있어서 그런가? 파란불도 굉장히 길더만. 그리고 전철에선 대부분 핸드폰으로 뭔가를 한다. 책읽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편. 우리나라 TV프로에서 일본인은 전철에서 다 책읽는다고 하는 말은 정말 너무 과장이다. 반은 졸고, 반의 반은 핸드폰하고, 반의 반은 만화책본다. 음반가게에서는 보아의 인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음악잡지 같은 곳에서도 보아가 많이나오고, 라디오에도 많이 나오고, 음반도 많이 팔린다. 일본인의 인기 가수는 대부분 어린 소녀들이다. 일본 학생들은 교복을 이상하게 입는다. 치마는 접어서 짧게, 머리는 부스스 또는 양갈래로 묶는 걸 좋아한다. 양말은 무릅까지 오는 긴 것을 신고, 토시처럼 주름을 잡기도 한다. 그리고 피어싱을 즐겨한다. 머리는 대부분 염색을 했다. 일본의 만화책이나 오락실은 주로 성인들이 많이 애용한다. 양복입은 아저씨들이 보물섬 같은 두꺼운 만화책을 갖고 다니며 읽고, 아줌마 들이 오락실에서 게임에 심취해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린 대부분 이런 것들이 청소년 문화인데 반해, 일본은 성인문화인가보다. 청소년들은 코스프레, 춤추기 등을 즐겨하는 것 같다. 일본 음식은 밍밍하고 느글느글, 달짝지근하며 우리보다 약간 싱겁다. 우린 양념이 굉장히 많아 보통 양념맛으로 음식을 먹는데, 일본인은 양념은 거의 없고 재료 그대로의 맛을 살리는 것 같다. 고기도 고기 그대로의 느끼함이 많이 느껴지고, 생선도 생선 그대로의 비릿함이 많이 느껴진다. 일본의 전철은 진짜 복잡하다. 대략 50개 정도의 노선이 있는 것 같다. 한번 이동하려면 노선도를 한참봐야한다. 처음엔 많이 헷갈렸는데 자주 타다보니 이젠 좀 알겠다.
일본 사람들, 우리랑 많이 다른 면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랑 똑같은 것 같다. 역시 사람 사는 것은 어딜가나 비슷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