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시간에도 일" 압구정현대 퇴직경비원 7억 받는다..임금소송 승소 확정

[태민]

"휴게시간에도 일" 압구정현대 퇴직경비원 7억 받는다..임금소송 승소 확정

"주차대행 등으로 휴게시간 보장 못받아..근로시간 인정해야"
1심 사실상 패소→2심 승소→대법, 지연이자 등 일부 고쳐 확정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구 현대아파트 경비실에 경비원 휴게시간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018.1.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압구정현대아파트 퇴직경비원들이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며 추가 임금을 달라고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압구정현대아파트에서 경비원 업무를 하다 퇴직한 김모씨 등이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자판으로 확정했다.

김씨 등은 압구정현대아파트에서 격일제 교대근무 방식으로 경비원 업무를 수행했는데 단체협약에는 휴게시간의 총량만 정해져있고 휴게시간이 구체적으로 정해져있지 않았다.

김씨 등은 보통 오전 10시30분쯤 점심도시락을, 오후 4시30분쯤 저녁도시락을 배달받아 경비초소에서 식사하고 야간에는 초소 내 의자에 앉은 채 잠깐씩 잠을 잤다.

해당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없어 주차공간이 매우 협소해 단지내 통로 이중주차와 단지 밖 불법주차가 많았다.

입주민들은 밤 늦게 귀가해 주차공간이 없을 경우 주변 도로에 불법 주차를 한 다음 초소 경비원에게 차량 열쇠를 맡기고 단지 내 빈 공간이 생기면 차량 주차를 대신해줄 것을 요청했다. 경비원들은 이중주차된 차량 소유주로부터 차 열쇠를 맡아둔 다음 차량을 대신 이동시키기도 했다.

경비원들은 6시간으로 정한 휴게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데다 매월 2시간의 산업안전보건교육이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2017년 3월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에 8억원대 체불임금을 청구하는 진정을 냈다.

그러나 노동청의 결론이 나지 않자 경비원들은 이듬해 2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임금 일부가 최저임금에 미달한다는 주장만 받아들이고 나머지 주장은 모두 기각해 경비원 46명에게 총 2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사실상 패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경비원들이 휴게시간에 업무를 수행한 것은 일부 인정되지만 그 빈도가 낮았고 대표회의가 휴게시간에까지 경비원들을 지휘·감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경비원들이 받았다는 산업안전보건교육도 실제로 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이후 경비원 34명이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됐다.

2심 재판부는 경비원들이 휴게시간에도 제대로 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한 채 입주자대표회의 지휘·감독을 받았다며 1심을 뒤집고 "총 7억37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표회의가 휴게시간이라고 주장한 식사시간과 야간 휴게시간에 경비원들이 통상적 업무처리와 함께 주차대행 등 입주민들의 돌발성 민원을 다수 처리했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경비원들의 6시간 휴게시간은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 및 자유로운 시간 이용이 보장되지 않은 채 대표회의의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봐야 한다"며 "근로시간에 포함돼야 하기 때문에 대표회의는 이를 전제로 경비원들의 미지급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퇴직금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매월 2시간의 산업안전보건교육 시간이 근로시간이라는 경비원들의 주장도 받아들였다.

대법원도 휴게시간과 산업안전보전교육 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다만 원심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연 20%의 지연이자 지급을 명한 부분을 파기하고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원심판결 선고일까지는 5%, 그 이후부터는 20%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파기자판했다.

형사소송법은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한 경우 소송기록과 1,2심 법원이 조사한 증거에 의해 판결하기 충분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사건을 직접 판결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