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로마 10,17)
교회는 오늘 예수님의 열 두 제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교회의 초석이 되는 베드로 사도의 동생인 성 안드레아 사도를 기억하고 기념합니다. 갈릴래아의 벳사이다에서 태어난 안드레아는 그의 형 베드로와 함께 물고기를 잡는 어부였습니다. 요한복음이 전하는 안드레아 사도의 모습은 안드레아가 예수님을 만나기 전 이미 세례자 요한의 가르침을 받는 제자였다고 합니다. 어느 날 요한이 예수님을 보고 그 분을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 그 분의 뒤를 따라 간 안드레아는 나중에 자신의 형을 그분께 데리고 가게 되고 이를 통해 베드로와 예수님의 만남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한편, 공관복음 그 중에서도 오늘 복음인 마태오 복음은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물고기를 잡기 위해 그물을 던지는 베드로와 안드레아 형제를 예수님께서 부르시고 그들을 제자로 삼았다고 전합니다. 이후 이 두 형제는 예수님의 제자, 사도로서 그 분과 언제나 함께 하고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후에는 하느님이 보내주시는 성령을 통해 모든 이에게 복음을 전하며 교회를 세우는 일에 앞장서는 사도가 됩니다. 전승에 따르면 안드레아 사도는 예수님이 승천하신 후, 스키티아와 그리스 지방으로 전교 여행을 떠나고 그리스 아카이아의 파트라이에서 순교하였다고 합니다. 4세기경의 문헌에 의하면 십자가에 못 박혀 순교했다고 하나, 중세 말에 덧붙여진 이야기로는 X자 형태의 십자가에 매달려 순교했다고 합니다. 성인이 순교한 날이 바로 11월 30일 오늘이며 이에 교회는 11월 30일을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로 지냅니다. 이 같은 오늘, 우리가 듣게 되는 복음 말씀은 베드로와 안드레아 형제를 부르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전합니다.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어부로 일하던 두 형제에게 예수님께서 다가가십니다. 그리고 물고기를 잡기 위해 어망을 던지고 있던 두 형제를 예수님은 부르십니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마태 4,19)
그러자 베드로와 안드레아 형제는 그 말씀을 듣는 즉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 나섭니다. 한편, 예수님은 그들과 함께 길을 더 가시다가 제베대오의 아들 요한과 야고보 또한 부르시는데, 이들 역시 예수님의 부름을 들은 즉시 그들의 모든 것 배와 아버지마저도 버려둔 채, 자신들을 부른 예수님을 즉각 따라 나섭니다.
자신의 생계의 모든 것이었던 배와 그물을 버리고, 심지어 아버지마저도 버려둔 채, 자신을 부르는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 한 걸음에 그 분을 따라나서는 제자들의 모습은 과연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이 같은 의문에 오늘 독서의 바오로 사도의 말씀은 그 해답을 제시해 줍니다.
예수님을 부활하신 주님이라 믿어 고백하는 이는 누구나 구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바오로 사도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는 이는 모두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로마 10,13)
그런데 바오로 사도는 과연 자기가 믿지 않는 분을, 그리고 들어본 적 없는 분을, 아무도 선포하지 않는 그 분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고 반문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오늘 화답송의 시편을 구절을 인용하며 하느님의 아들 메시아를 전하는 소리가 마치 낮은 낮에게 말을 전하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전하듯 온 누리에 퍼져 나가 모든 이들이 그 분의 말씀을 전해들은 사실을 지적합니다. 그리하여 다음의 사실, 곧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부터 이루어진다’는 믿음의 선행 단계를 분명히 지적함으로서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의 말씀인 복음을 통해 믿음을 갖게 되었음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그러므로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로마 10,17)
바오로 사도의 이 말씀처럼 우리의 믿음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우리의 삶과는 전혀 무관한 그 무엇이 결코 아닙니다. 우리의 믿음은 우리가 있기 그 이전, 사도들에 의해 이미 온 세상에 울려 퍼져 땅 끝까지 전해진 예수님의 복음 선포에 근거하며, 바로 그 복음 선포에서 비롯됩니다. 오늘 교회가 기념하는 예수님의 제자들의 부르심 역시 그 분 곧 예수님의 부르심이 먼저 있었기에 제자들 역시 그 분을 따라 나설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주님께서 우리 모두를 부르십니다. 그리고 그 부르심이 온 땅으로 퍼져 모든 이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맡겨진 것은 그 부름의 음성을 듣고 그 음성에 따라 주님을 따라 나서는 것, 오직 그것뿐입니다. 고기 잡던 어부들을 사람 낚는 그래서 모든 이들을 구원으로 이끄는 어부로 부르신 예수님의 음성을 따라 여러분 역시 그 분의 음성을 따라 나서 그 분과 함께 구원을 은총을 누리게 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주님이 말씀하신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리라.”
(마태 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