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시 : 2024년 11월 2일(토)
2. 날씨 : 맑음
3. 등반지 : 도봉산, 두꺼비바위
4. 등반형태 : 시스템 교육 및 슬랩연습 (정규등반은 아니고 나머지 공부라 산행후기에 남깁니다.)
5. 참석자 : 허웅영, 문상연, 장소문
반항아 기질이라기 보다는 한크랙 공식 쫄보로 <한크랙 알파인클럽> 이라는 산악회의 정신에 매우 위배되는 행보로 나아가고 있어 개인적으로도 매우 죄송스럽고 고독합니다만, 암벽화만 신으면 자꾸 집에 가고 싶은 저를 불러내서 바위에 묶어두시려는 허웅영 대장님 덕분에 도봉산, 두꺼비 바위에서 시스템 교육 및 슬랩연습을 하고 왔습니다.
원래의 계획은 허대장님과 상연이의 비밀프로젝트 수행을 염탐하기 위해 금토 양 일간 선운산에 갈 예정이었으나 태풍으로 일정이 취소됐고, 허대장님이 신차를 받으시는 바람에 콧구멍에 가을 바람이라도 넣어보자 하여 금요일 조비산 하드프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11/1(금) 눈썹이 킹받는 조비산가든 강아지한테 못생겼다고 놀리다가 암장에 도착할때까지 두번이나 입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고 -____- 앞뒤로 허대장님과 상연이의 호위를 받으며 무사히 등반을 마쳤는데요. 금요 등반 보고에도 있지만 북한산 클라이밍 센터 선생님 한분과 인사를 나누게 되면서 뜻하지 않은 기회로 상연이와 대장님이 더욱 씐나는 등반을 하셨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는 아직 등반보다는 구경이 더 재미있는 나이라(?) 바위에 많이 안 붙고 밑에서 구경만 해도 너무 재미있는데 제 등반이 너무 부족했다고 느끼셨는지 허대장님께서 굳이 제가 원치 않던 AS등반을 위해 내일도 만나자! 하셔서 이토록이나 사랑이 넘치는 한크랙에 진땀이 났습니다. ^___^
마침 허대장님이 새차도 받으셨겠다! 그로탐 가을가을한 드라이브 등반을 떠나볼까 했는데 어프로치도 가깝고 슬랩연습에도 좋은 도봉산 두꺼비바위로 왔습니다. 날씨가 아주 기가 막히고! 코가막히게 좋고! 가을정취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등반이었습니다.
도봉산 두꺼비바위는 원도봉주차장에서 등산로를 따라 짧은 어프로치(약 10분~15분)로 오르면 등산로 바로 우측에 붙어 있어 등반하는 내내 등산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재미가 있습니다. 적십자, CAC 등 여러 곳에서 시스템교육 및 슬랩훈련을 위해 찾는 곳인만큼 난이도별 슬랩이 있어 훈련하기에 아주 좋았는데요. 지난 하나되는길에서 저의 우상으로 급부상한 상연이도 선등 슬랩연습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습니다.
상연이는 참 신기한게 무섭다면서 잘 빼지를 않습니다. 대장님이 "상연이가 선등해 볼거야?"라고 물으면, "네? 무서운데, 해 볼게요." 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 무서운데" 이러면서 잘도 갑니다. 무섭긴 한건지, 무서운 척을 하는 건지 정말 신기합니다. ㅋ
"너는 진짜 무서운거야? 아님 무서운 척을 하는거야?"라고 물으면, "네? 저도 무서운데요." 이러고 웃습니다. 그렇담 공포가 컨트롤이 되는 범위 내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 스릴을 즐기는 경지에 달한 것인지 또 궁금해 집니다. (최근 한크랙에는 이런 맑눈광의 등반 괴물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서 이젠 정말 신기해집니다.--;;)
"상연아, 거기에 로프를 한 동 픽스해두자고."
"네, 퀵드로를 걸까요?"
대장님이 1을 말하면 2를 알잘딱깔쎈(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으로 척척 해내는 모습이 아주 든든합니다.
예전에는 겁에 질려 즐길새도 없던 풍경이 이제는 점점 편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등반하다 셔터를 누르는 여유도 곧잘 생기고요. ㅎ
처음 한크랙에 게스트 등반 왔을 때, 등반욕심은 없고 그냥 풍경이나 보러 다니며 평생 체험등반 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그 때 허대장님이 "나도 그래. 등반욕심은 없고 그냥 사람들이랑 경치 보고 구경시켜주고 그런 게 좋아.", "그런데 소문씨 있잖아? 처음엔 나도 등반욕심이 없었는데 그게 이제 생길거야. 등반이라는 게 그래. 참 신기하다니까?" 라고 하셨던 말들이 정말 신기하게도 공감이 되어집니다. 하다 보면 자꾸 부족한 자신을 깨닫게 되고 조금 더 잘하고 싶어지는 마음도 자라나는 것 같숩니다. -.,-
가을의 끝자락이어서 일까요? 사람도 없고 한적합니다~
전세 등반이라 좌측에 1줄을 반자씩 2개 루트에 픽스해두고 이번에는 대장님이 오릅니다.
그리고 이 날, 저에게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부렀습니다.
지난 설악 그리움 등반에서 허대장님과 천화대 스피드 등반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며 '마이크로트랙션'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이후 형복과 두영이 마이크로트랙션을 장비고리에 차고 있는 걸 목격했고, 두영에게 이유를 물으니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샀다'는 심플한 대답을 들었습니다. 이후 장비점에서 괜히 알짱거리며 이래저래 만져보기도 하고 검색해보기도 했는데요. 용도에 대한 확신이 없어 고민하던 중 영란언니와 민구고문님이 "소문이 쟤는 절대 마이크로트랙션을 알려주면 안된다."는 강경한 반응에 더욱 사고 싶어지는 강렬한 욕망이 생기던 차에 허대장님이 좌측 픽스로프에 마이크로트랙션을 이용한 등반법을 전수해주셨습니다.
하하하하.
이제 저에게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습니다. ^___^
더더욱 <알파인> 정신과 멀어지는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앞으로는 시스템을 활용한 보다 지능적 등반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___^
그리그리/마이크로트랙션을 활용한 셀프 빌레이, 하강중 정지를 통한 문제해결(등산학교에서 다 배운 건데 까먹어서 다시 배움+신기술 배움), 슬랩 훈련(볼트따기도 알려주려고 하셨으나 제가 완강하게 거부함...ㅋ) 등을 하다보니 금새 해가 저물어서 더 일찍 만날 걸 하고 모두 아쉬워했습니다.
같이 찍은 사진이 이상한 사진밖에 없네요 ㅋ
그나마 제일 잘 나온 걸로 올리며 마무리하겠습니다. ㅎ
첫댓글 볼트따기 훈련을 거부하다니! 거봉길 추천합니다.
ㅇㅋ. 내년. 첫바위로 소문 모실께
ㅋㅋ
볼따는 필수입니다!
자신감 뿜뿜
두렵움이 없어 하는 것이 아니라 두렵움에도 불구하고 하는 것이 알피니즘 ~~~~|. 상연이는 알피니스트가 되어 가고 있는중 ~~^_^
대사들이 다 음성지원돼요 ㅋㅋㅋㅋㅋ 등반보고의 신 소문님 ! 👍 날씨도 엄청좋았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