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년 씩 진급한 후배님들, 그리고 새로이 명지라는 이름을 달게 된 새내기 후배님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명지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선배입니다. 막상 졸업을 하게 되니 수 많은 일들이 머리속을 스치면서 만감이 교차하네요.
학교를 졸업하면서 후배님들에게 많은 좋은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지만, 제가 후배님들에게 드릴 수 있는 이야기는 가련하다는 말 뿐입니다.
여러분은 명지대학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신입생들은 명지대학교를 처음 본 순간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아마 대부분 그다지 좋지 않은 말들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비좁은 캠퍼스, 열악한 교통 등 외견상으로 보이는 것만 해도 명지대학교는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있는 동안 명지대학교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1개뿐이던 건물이 행정관까지 3개로 늘어났고 제가 졸업한 이 시점에선 기숙사까지 짓는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런 것들이 정말 명지대학교를 위하는 필수요소일까요? 이런 겉모습이 아닌 명지대학교의 내부 상황을 보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학교, 학생의 두 이유로 설명드리겠습니다.
* 학교
먼저 학교의 외적 시설들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시설이 뭐가 중요하냐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하시지만, 맹모삼천지교의 예를 보더라도 공부하는데 환경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명지대학교는 서울은 문과 용인은 이과, 예체능 계열의 이원화 된 캠퍼스입니다. 하지만 학교 소식을 접하다 보면 학교측에서는 투자는 거의 용인쪽에만 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번번이 파행 운행되는 서발특위도 그렇고 들리는 소문에는 서울캠퍼스의 기숙사를 짓는 문제도 용인쪽의 교수님들의 반대가 굉장히 심했다고 합니다. 과연 명지대학교 서울캠퍼스는 그저 학교가 서울에 있다는 이점만을 노리기 위해 최소한의 투자만 하는 곳으로 되어버린걸까요?
예전의 서울 캠퍼스는 굉장히 넓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학교 근처를 자주 지나다녔는데, 어느날 제가 입학하고 보니 아담한 크기로 바뀌어져 있더군요. 훗날 그 이유가 재단 이사장님인가가 이혼 위자료로 학교 부지를 전 사모님에게 주었기 때문이란 걸 알았을 때는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네, 학교 캠퍼스의 크기가 학교의 경쟁력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요소는 아닙니다. 하지만 공강시간에 잠시 앉아 쉴 잔디밭이나 팀 프로젝트 때마다 이야기 할 공간이 없어 빈 강의실을 찾아다니는 학우들의 모습은 안쓰럽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나마 있는 학교의 시설들도 대부분 낙후되어 있습니다. 작년, 경상대 전산실의 컴퓨터 중 약 반 정도가 새로운 컴퓨터로 교체되었습니다. 하지만 경상대 뿐만 아니라 본관, 경상대 전산실의 컴퓨터 숫자를 모두 합해도 전체 학생수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한 숫자입니다.
하지만 시설 중에서 다른 학교에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곳은 바로 명지대학교의 도서관입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보신 학우들은 아실겁니다. 명지대학교 도서관의 장서 수는 턱 없이 부족할 뿐더러, 그나마 있는 책 중에서도 지금은 돈 주고 사려고 해도 살 수도 없는 Photoshop 5.0 같은 책이 버젓이 아직도 책장에 꽂혀 있습니다. 이런 책들을 제외한다면 정말 명지대학교에 보관중인 장서 중 유효한 것은 얼마나 될까요?
우리가 다니는 곳이 명지대학교 서울 캠퍼스입니까? 아니면 명지교회 부설 명지학원입니까? 학교의 모든 자원을 학교 발전에 쏟아 부어도 성공하기 힘든 이 상황에서 도대체 무슨 기독교 모임, 행사가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미션스쿨이라 하나 이는 정도가 지나친듯 싶습니다.
여러분은 전공 강의를 들으실 때 어떻습니까? 다른과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경영학과는 중, 고등학교 보다도 못한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전공 전임 교수님들이 부족하니 전공 강의를 채우기 위해 한 강의에 수십명의 학우들이 바글대는 강의를 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많은 인원에게 강의를 하다보니 교수님들께서도 학생 개개인을 위한 심화학습보다는 그저 교재와 판서를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 해 나가시기에 바쁘십니다. 이런 강의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마지막으로 교수님들을 들겠습니다. 전임교수, 강사를 구분하지 않고 총칭으로 교수님이라고 하겠습니다. 실명은 거론치 않겠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계속 강의를 맡는 교수님들이 있습니다. 학교측과 당사자 분께서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해당 교수님들에 대한 평가는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어쩔 수 없이 학점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앞에서는 아무 말 않는 것입니다. 정말 이 분들이 계속 강의를 맡 수 있는 이유는 미스테리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 학생
어느 학교나 학생회에 대한 관심과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명지대학교의 학생회의 모습을 보면 참 한심합니다. 작년, 등록금 투쟁의 경우 학생회 내분은 정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마디로 '지들끼리 놀고 있구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학생회가 무조건 투쟁 하라고 있는 곳인가요? 저도 한 때 생회에 몸 담았었지만, 제가 입학하면서 부터 졸업때까지 점점 학생회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투포하세요'라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으면 과연 투표율은 얼마나 될까요? '지지 부탁 드립니다'라는 말 한마디 없으면 과연 여태까지의 후보들이 입후보나 할 수 있었을까요?
언젠가 저녁때 본관 지하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도대체 여기가 지성인이라 불리우는 대학교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쓰레기통이더군요. 각 방과 복도에 넘쳐나는 쓰레기와 뒹구는 술 병, 진동하는 술 냄새. 학교가 술 먹으로 오는 곳입니까? 술 문제는 반드시 명지대학교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명지대학교 서울 캠퍼스가 발전을 하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배척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그나마 나아졌지만 매번 축제때마다 반복되는 주점은 반드시 학생회에서 강제적으로라도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축제가 술 먹으라고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주점 운영으로 돈을 벌기 위함이 목적입니까? 이 두가지 이유가 축제의 목적이 아니라면 반드시 주점은 폐지해야 합니다. 또한 해마다 동아리 신입회원들을 모집하는 포스터들을 보면 빠지지 않는게 술과 밥입니다. 술과 밥 사주고 얻어먹는게 동아리입니까? 정말 우리 학교의 동아리 중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동아리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후배 여러분. 제가 여러분들을 입학 전에 알았다면 명지대학교를 추천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비록 지난 세월보다 많은 발전이 있었으나 정말 학교의 발전을 위해 행해졌떤 것인지 아니면 그저 이름값을 유지하려는 최소한의 노력들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학교와 학생 모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나중에 자랑스럽게 '저는 명지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라고 말을 할 수 있으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만약 그런 노력을 하실 수 없으시다면 학교와 학생 모두에게 win-win의 방법이 있습니다. 학교는 서울 캠퍼스 폐지해서 서울 캠퍼스에 들어가는 돈을 모두 용인으로 돌리고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흔히 말 하는 명문대학교로 편입을 하시거나 유학을 가시기 바랍니다. 이대로 간다면 서울캠퍼스는 반드시 망하고 말 것입니다.
후배 여러분. 직접 말씀드리지 못하고 졸업하고 나서야 이렇게 글로써 여러분들에게 말씀을 드리는 이 용기없는 선배를 용서 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