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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랑을 전달하는 천사들의 집~! 원문보기 글쓴이: 호박조우옥
정전 협정 60주년(7월 27일)과 6·25전쟁 63주년을 앞두고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그리며...
정전 협정 60주년(7월 27일 )과 6·25전쟁 63주년을 앞두고 참전용사들의 은혜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더욱 진해지는 요즘입니다. 청춘예찬 어머니기자로서 6·25 참전용사 이형덕(86. 부천시 원미구 ) 어르신을 만나러 가는 길은 어느 때보다 숙연했습니다.
6·25전쟁 중이었던 1951년에 입대해 온몸으로 나라를 지키셨던 어르신 댁이 모고등학교 근방이라는 정보를 듣고 찾아 나섰습니다. 골목 어귀에 들어서니 분식집이 하나 있었습니다. 혹 그 어르신을 알고 있는지 물었더니 “이 동네 터줏대감이시지요. 올곧은 성품으로 소문났어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경우에 어긋난 행동을 하면 호통을 쳐요. 순대와 튀김을 좋아하셔서 여기 가끔 들립니다.”라며 길을 안내했습니다.
<6.25 참전용사 조끼를 입고 참전용사 기록물을 보여 주고 있는 이형덕 어르신>
어르신이 좋아하시는 음식을 사들고 일러준 대로 따라갔습니다. 고등학교와 담 하나 사이에 자리한 어르신 댁에는 온통 병영의 흔적이 가득했습니다.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정리한 노트와 훈장 등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습니다. 2004년에 발간한 자서전 <내가 걸어온 길>에는 3년여 군 생활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6·25전쟁에서 벌어진 전투 중 가장 치열했던 백마고지 전투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습니다.
“비 오듯 날아오는 총탄 속에서 전술적 요충지였던 백마고지를 사수한다는 결심과 각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생각 뿐이었다. 이 전투는 1만4,389명의 중공군이 사망했고 아군 3416명이 전사했다.”
<6.25 전쟁 중 입대해 격랑의 시기를 보낸 어르신은 86세에도 꼿꼿한 자세로 당시를 회고했다>
최근 충무공 이순신의 <난중일기>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국제자문위원회(IAC)에 따르면 “난중일기는 개인의 일기 형식 기록이지만 전쟁 기간에 해군의 최고지휘관이 직접 매일 매일의 전투 상황과 개인적 소회를 현장감 있게 다루었다. 역사적으로나 세계사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기록물”이라고 등재이유를 밝혔습니다.
<63주년 기념식에서 6.25 참전용사 부천지회 대표 공로자로 꽃다발을 받은 이형덕 어르신. 앞줄 두번째>
<김만수 부천시장과 악수를 나누는 참전 용사들..>
<자랑스러운 역전의 용사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찰카닥 ..>
이형덕 어르신의 기록정신도 놀랍습니다. 6.25를 회상하며 매일 A4용지에 칸을 그려 참전기를 써내려 갑니다. 아침 5시 30분이면 어김없이 기상해 집 앞 학교 운동장을 20바퀴를 달립니다. 계산해보니 대략 4km를 25분간 뛰는 셈입니다. 힘에 부치지 않느냐는 질문에 “심폐기능이 좋아진다. 2008년에는 마라톤대회도 참가했다. 지난 현충일에 참전유공자 모임이 있었다. 지팡이 없이 계단 오르는 이는 나밖에 없었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통일이 된 세상을 보지 못하고 떠나는 전우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전우에게 쓴 편지를 읽었다>
그가 운영위원으로 있는 6·25참전용사 부천지회는 300여명의 회원이 있는데 후속 모임 시마다 회원이 줄어든답니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지만 물리적인 나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여든을 훌쩍 넘긴 참전용사들의 사망 소식에 통일을 못 보고 보낸 것이 한이라고 했습니다.
어르신은 입대 일이 1951년 11월 20일이라며 똑똑히 기억했습니다. 제대 후에는 미8군 시설 공병대에서 냉난방기사로 일했습니다. 그 때 어깨 너머로 배운 영어는 생활회화가 가능할 정도입니다. 6.25 참전용사로 근무지도 미군부대였으니 군에 대한 애정이 남 다릅니다. 그래서 지금도 군 생활을 회상하며 글을 씁니다.
<자서전 '내가 걸어온 길'을 발 하기도 한 어르신의 방에는 병영 기록이 가득하다>
1985년 실시된 제1회 공인중개사자격증을 비롯, 냉난방기사 자격증 등 국가기술자격증을 4개나 보유한 어르신은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무척 많습니다. 다가구주택의 관리자로 작가로 참전 용사들의 도우미로 하루해가 짧은 청년정신을 가진 어르신이 젋은이들에게 일침을 놓습니다.
“나라 없이 내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나 이전에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우선입니다. 자기 몸만 생각하면 인간의 도리가 아니지요. 목숨 내 놓고 싸운 선조들의 정신을 기억해야 합니다. 군대 환경이 참 좋아지고 평화로워졌는데 군대 안 가겠다고 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속이 상해요.”
<어르신 집이 내다보이는 학교로 자리를 옮겨 병영 이야기를 들었다>
<공동취재:청춘예찬 조우옥, 최정애 어머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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