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실에서 벗어나 모바일 기기나 영상회의 시스템 등의 ICT(정보통신기술,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근무할 수 있는 업무를 '스마트워크’라고 한다. 업무와 인력의 특성이 다양해진 가운데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방법이자, 근로자로서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룰 수 있어 기업 경영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로 대두돼 왔다. 이에 최근 스마트워킹센터와 재택 근무 방식을 적극 활용하며 스마트워크를 활용 중인 KT의 권기재 Professional Service 본부 스마트워크 담당 상무는 제48회 조인스 HR 세미나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길, KT 스마트워크 사례’라는 주제로 지속가능한 경영 및 다양성 관리의 한 방법으로 KT의 스마트 워크 사례를 공유했다.
강연 정리 이선민 기자 ktmin@hrinsight.co.kr
스 마트 워크와 다양성 관리, 그리고 지속가능한 성장은 유기적 관계에 있다. 예측가능성이 낮아진 경영환경의 급속한 변화는 종전의 획일적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존중하고 활용해야 할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다양한 인력의 근로 패턴을 감안하다보니 Anyway, Anytime 근무가 가능한 스마트워크가 대두됐고, 이것은 유휴 노동력 활용도를 높여 생산성을 극대화해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가는 길을 마련할 수 있다. 마침 최근 집권한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 '미래창조’라는 화두를 사회에 던지며 정책의 한 축으로 스마트 워크를 확산하겠다 밝힌 바 있으며, 이전의 정부도 스마트 워크를 강조해 왔다. 우리는 변수가 다양해진 경영환경에 맞서 스마트워크를 활성화 하려는 각종 정책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KT’는 어떻게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 지난 3년 전부터 '스마트 워크’를 추진·실행하고 있다.
불 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는 '산업사회’를 벗어나 '지식정보화 사회’에 있었으나, 지금은 그를 넘어선 '드림소사이어티(Dream Society)’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은 코펜하겐 미래문제연구소장인 롤프 옌센이 명명한 것으로 '드림’ 즉 감성적 스토리, 상상력이 생산력을 갖는 사회를 말한다. 상상력이 발휘되는 공간은 획일적인 관리 방식이 아닌 개인의 자율과 창의·혁신·협업 등이 어우러지고 융합해 새로운 것이 창조되는 곳일 것이다. 농경·산업·지식정보화사회를 거치며 인간의 일하는 방식이 변화돼 왔듯 드림소사이어티, 나아가 새로운 패러다임이 다가올 때마다 근무 방식은 바뀔 수밖에 없다.
드림소사이어티를 맞는 우리의 현 주소는 어떨까. OECD 36개국 연평균 근로시간이 1749시간일 때 대한민국은 가장 긴 노동시간(연 2193시간)을 기록했다. 반면 행복지수는 30개국 중 24위, 노동생산성은 28위다. 가장 많은 시간을 일하나 생산성은 최하고 낮은 보수를 받아 행복지수는 떨어진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획일적 구조, 이로 인한 출퇴근길 지옥대란, 이런 근무 환경은 원료·시간 등의 투입량이 아웃풋을 좌우한다고 봤던 산업사회의 매커니즘에 따르고 있다. 반면 세계 선진국들은 드림소사이어티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자율·창의·혁신·협업을 강화하는 근무환경을 조성 중이다. 어떻게 해야 적은 시간을 투자하고도 높은 생산성과 보수를 얻을 수 있을까.
이 시점에서 다양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을 둘러싼 여러 현실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첫째, 유휴의 여성노동력이 많다. 우리나라는 여성 1인당 1.15명을 출산해 OECD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으며, 여성 경제활동율은 2000년대 중반 50% 정도였던 것을 제외하곤 대부분 40~48%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OECD 평균 여성 고용비율이 59.6%임을 감안할 때 상당히 낮은 수치다. 여성이 임신과 출산으로 커리어 중단이라는 부담을 겪으면서 출산을 망설이고 있다고 보여진다. 둘째, 구인과 구직의 미스매치다. 8% 정도로 추산되는 청년실업난이 가중되는 한편에는 중소기업은 매년 21만 명 정도의 인력난을 겪고 있다. 셋째, 고령화다. 대한민국은 일본보다 더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며 2020년 초고령화사회. 2030년 초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여성·청년·고령자 등 유휴 노동력을 활용할 방안 모색이 요구된다.
대한민국을 넘어 보다 거시적으로 보면 지구온난화 등으로 우리가 모르는 사이 생존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작년 6월엔 지구온난화 방지 등 지구환경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환경 축제 '리우환경정상회의’가 20주년을 맞았다. 성장과 환경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문제를 세계차원에서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이런 세계적 이슈에 우리나라는 아직도 관심이 많지 않다. 우리와는 관계 없는 일로 치부하고 있지만 그 폐해는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사과 산지였던 대구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사과 농가가 줄었고 동해에서는 명태와 쥐치가 잡히지 않은지 오래다.
2002년 전 세계 탄소배출량이 40기가 톤으로 확인됐고 이 추세로 간다면 2020년에는 52기가 톤의 탄소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학자들은 문명발전과 환경발전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되려면 연평균 30기가 톤 정도에서 관리가 돼야 한다고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 정보통신이라는 IT로 쓰일 때가 많음) 분야의 탄소배출량은 2002년 전체 40기가 톤 중 0.5기가 톤, 2020년 예상 배출량은 1.5기가 톤으로 낮은 수치를 보인다. 기존의 산업 구조에 ICT를 잘 활용한다면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창의 존중, 낮은 노동생산성 개선, 유휴 노동력의 활용, 저탄소 요구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어떻게 개인·기업·사회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것인가의 답은 결국 '일하는 방식의 변화, 즉 혁신’에 있다.
지 금까지 일이란 한정된 시간과 장소 내에서 정해진 일에만 집중하는(Focus) 생산적 자본이라고만 여겨졌다. 그러나 오늘날 '일’이라 불리는 활동에는 다양한 인간들과의 사회적 교류 및 친교 활동(Socialise), 학습 등의 개발(Learn), 협업(Collaborate) 등 복합적 양상이 혼재돼 있다. 일은 하는 활동이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이지, 특정 장소에 출근하는 것은 일이 아니다.
스마트 워킹이라는 개념은 앞에서 말한 '일의 정의’의 변화에 맞춰 사무실 기반의 고정근무(Fixed office) 방식뿐만 아니라, 자가(自家) 기반의 재택근무(Home Based), 모바일 중심의 이동근무(Nomadic)방식을 포괄한다. 그리고 이 세 가지의 특징들이 결합해 <그림 1>과 같은 다양한 방식의 근무 형태를 도출한다.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일’의 개념과 방식의 변화에 맞춰 스마트 워킹의 도입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한편으론 기존의 조직·인사·업무 프로세스와의 호환성, 평가나 통제상 어려움, 투자비용 및 보안상 문제 등 다양한 우려도 있었다.
그 러나 KT는 사업의 궁극적 미션이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CSR을 실현하는데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전사적 관점에서 회사와 문화의 Work 프로세스 혁신을 이루기로 결정한다. 이에 ▲기업문화 ▲제도 및 프로세스 ▲ICT솔루션 ▲공간 이라는 4 영역에 걸쳐 스마트워킹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기업문화 혁신에 있어선 Action 가치 정립 및 실행, 열린 회의 및 협업 문화 실현, 성과중심 비대면 업무 문화 정착, Great Work Place 프로그램 가동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우 선 임직원의 사고와 행동 방식의 기준이 되는 Action 가치를 정립하고 실행하는 것부터 시작해, 고객·협업·신뢰·혁신·주인의식·실행을 강조했다. 회의에 있어선 신입사원부터 임원에 이르기까지 격의 없는 토의를 통한 결론 도출이 가능하도록 하고, 관련 조직간에 소통과 협업이 활성화 되도록 했다. 성과 중심의 비대면 업무 문화 정착을 위해 Object Based self Working(WITH, ERP) 및 KPI Alignment를 강화했다. Great Work Place를 실현하기 위해 가족친화적인 다양한 이벤트와 제도를 추진하고 부서별 자율 프로그램이 가동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 직의 유연성과 다양화를 위해 HR 구조의 변화를 꾀했다. 첫째, 조직의 Mobilization을 강화하기 위해 프로젝트 중심으로 팀(PEG, Project Expert Group)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팀제의 유연성을 보다 활성화 시키기 위해 소팀제와 1인팀제도 운영한다. 둘째, 직급을 폐지하고 팀원<팀장<담당<본부장<부문장 식으로 직책 중심 Flat화를 했다. 입사 연도 기반의 사번도 변경했다. 셋째, 직무특성에 맞춰 근무 스타일의 다양성을 인정한다. 사무실뿐만 아니라 재택·유연·이동식 등 공간 차원에서 벽을 허물었다. 출퇴근 시간을 유연화 하고 직출직퇴제를 도입했다. 마지막으로는 스마마트워킹을 촉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활성화 시키고 있다. 육아휴직기간을 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할 수 있게 하며 복직프로그램도 그에 맞춰 수정했고, 육아기근로시간 단축제(Part time) 및 스마트 패밀리제, Life Care 프로그램 등을 실시 중이다.
KT 는 공간적 개념에서 근무장소의 벽을 허물고 업무상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을 할당하자는 목표를 실현하고 있다. 서초 본사의 올레 캠퍼스는 건물 전체를 개방하고 협업 혹은 창의의 공간으로 설계했고 공동 임원실을 만들었다. 소셜한 공간과 조용한 공간을 구별해 둠으로써 다양한 임직원의 근무 환경 수요를 충족하고자 했다. 서초 및 광화문 사옥의 임원 공간은 종래 20평에서 4평으로 축소하며 축소된 공간을 직원 협업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분당·서초·광화문 등 16개소에는 250여 명이 이용 가능한 스마트워킹센터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사무실과 동일하게 업무처리를 할 수 있는 공용 오피스인 이곳은 재택근무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설계됐고, 직원의 거주지와 니즈를 반영해 활동 동선과 가까운 장소에 구축했다. 공통적으로는 Hot Desking를 활용해 개인별 고정좌석을 없애고 예약제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부서에 따라서는 인원대비 65%~80%까지 좌석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 마트워크를 위해선 기술적 기반이 중요한데 KT는 자사가 가진 유무선 통신망과 클라우딩 컴퓨팅 등 핵심 IT인프라, 기업프로세스 역량을 최대 활용하고 있다. ▲Collaboration ▲Mobility ▲Cloud ▲Big Data라는 4개의 축을 기반으로 '협업(Collaboration)’을 위해 UC(Unified Comm.)이라는 올레비즈톡, 올레 전화 및 화상회의, 화상전화국(VES, Video Exchange Service)을, '이동성(Mobility)’의 안정화를 위해 모바일 보안(MDM, Mobile Device Mgnt.), 영업솔루션(SFA, Sales Force Automation), 페이퍼리스를 실현하는 오피스 미팅을 활용 중이다. Cloud 차원에선 서버, VDI, 스토리지를 보완했고 '대용량 데이터(Big Data)’의 실시간 분석 및 활용을 위해 통합 플랫폼와 융합데이터서비스 및 소셜 분석(Social Analytics)를 사용하고 있다. 이 네 축이 네트워크와 디바이스, 보안이라는 인프라 기반에 따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게 노력 중이다.
KT 는 재택근무, 스마트워킹센터근무 등의 방식으로 2012년 2만 명에게 스마트 워킹을 시행했다. 원격근무는 1년간 4.3배가 증가했다.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81.6%가 만족, 15.8%가 보통, 2.6%가 불만을 표했다. 만족한 이유로는(복수응답 가능했음) 77.9%가 출퇴근피로도 감소, 59.6%가 여유시간 확보, 42.9%가 업무 집중도 향상, 19.3%가 스트레스 감소 등이 있었다. 60% 가까이 만족한 이유로 응답한 여유시간에 개인은 34.0%가 가족돌봄, 23.1%가 휴식, 20.2%가 자기계발, 17.5%가 업무 등으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성과적인 면에선 일반사무실에서의 고정근무보다 집중도와 생산성이 향상된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집중도는 115.7%, 업무 생산성은 115.2%로 증가, 반면 스트레스는 79,8%로 감소해 긍정적이었다. 실제 성과 평가(KT 업무관리시스템 WITH, 15천 과제 대상 조사결과)에서도 <그림3>과 같이 성과가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원들의 조직소속감도 상승해 유지전략(Retention)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미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젊은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 5점 만점의 만족도 조사에서 35세 이하는 평균 4.26점, 50세 이상에서는 평균 3.97점을 얻을 수 있었고, 이들 중 스마트워킹 기업에 대한 적극 추천의사가 있다는 사람은 76%에 이르렀다. 또한 스마트워킹 시행여부의 환산가치를 설문조사한 결과 평균 연봉 240만원으로 산출됐는데, 이는 스마트워킹을 할 수 있다면 연봉 240만원을 적게 받더라도 관계없다는 뜻이다. 이것은 신입 사원 등 젊은 직원의 잦은 이직 문제 등을 해소할 방안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스마트워킹을 실시할 때 자녀가 있는 여직원은 <그림4>와 같이 절감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 여직원 1인당 연 353만원의 절감효과가 있으며 자녀가 어릴수록 절감효과는 크게 나타났다.
저 탄소 효과로 지속가능한 경영에 앞장설 수 있다는 점도 큰 이점이다. 출퇴근 거리를 1달 33.4만 km씩 절감하면 20톤의 이산화탄소가 절감되는 효과가 있는데 이는 잣나무 6천 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KT는 3년 전부터 스마트워킹을 지속적으로 시행해 온 결과 2012년 9월 다우존스가 선정하는 2년 연속 지속가능경영대상의 최우수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환경분야 점수가 특히 68점에서 90점으로 대폭 상승해 그동안의 스마트 그리드, 스마트워킹, 저전력 데이터센터 구축 등 환경 보전과 녹색 성장을 위한 노력도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