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말 그대로 적었다(전일환 편저, <고전시가선독>, 1997, 영인본). 단 띄어쓰기를 하였다.
# ( )는 고등학교 국어(하), 교육 인적 자원부, 2008년 판에서 참고.
# 편의상 일련번호를 붙였다.
* (1) 江강浩호에(애) 病병이 깁퍼 竹듁林님의 누엇더니
(2) 關관東동 八팔百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3) 어와 聖셩恩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다
(4) 延연秋츄門문 드러(리)라 慶경會회南남門문 라보며
(5) 下하直딕(직)고 물(믈)러나니 玉節이 알 셧다
(6) 平평丘구驛역 을 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7) 蟾셤江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 (8) 昭쇼陽양江강 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9) 孤고臣신去거國국에 白髮발도 하도 할샤
(10) 東동州 밤 계오 새와 北북(븍)關관亭뎡의 올나니
(11)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峯봉이 미(마)면 뵈리로다
(12)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鵲쟉이 지지괴니
(13)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다 몰다
(14)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시고
(15) 汲급長댱儒유 風풍彩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 (16) 營영中듕이 無무事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17) 花화川쳔 시내길히 楓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18) 行裝장을 다 덜()티고 石석逕경의 막대 디퍼
(19) 百川쳔洞동 겨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20) 銀은 무지게 玉옥 龍용(룡)의 초리
(21) 섯들(돌)며 () 소 十십里리의 자시니
(22) 들을 제 우레러니 보니 눈이로다
* (23) 金금剛강臺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24) 春츈風풍 玉옥笛뎍聲셩의 첫을 돗던디
(25) 縞호衣의 玄현裳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니
(26) 西셔湖호 녯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
(27)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28) 正졍陽양寺 眞진歇헐臺 고텨 올나 안마리
(29) 廬녀山산 眞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다
(30)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헌토 헌샤
(31) 거든 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32) 芙부蓉용을 고잔(잣) 白玉옥을 믓것
(33) 東동溟명을 박 北북極극을 괴완(왓)
(34) 놉흘시고 望망高고臺 외로올샤 穴혈望망峯봉이
(35) 하의 추미러 므 일을 로리라
(36) 千쳔萬만 劫겁 디나록 구필 줄 모다
(37) 어와 너여이고 너 니 잇가
* (38) 開心심臺 고텨 올나 衆중(듕)香향城셩 라보며
(39) 萬만 二이千쳔峯봉을 歷녁歷녁히 혀여니
(40) 峯봉마다 쳐 잇고 긋마다 서린 긔운
(41) 거든 조티 마나 조커든 디 마나
(42)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고쟈
(43) 形형容용도 그지업고 體톄勢셰도 하도 할샤
(44)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然연이 되연마
(45)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졍도 有유情졍샤
* (46) 毗비盧로峯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47)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야 놉돗던고
(48)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 모거든
(49)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디()야 젹닷 말고
(50) 어와 뎌 디위 어이면 알 거이고
(51) 오디 못거니 려가미 고이가
* (52) 圓원通통골 길로 獅子峯봉을 자가니
(53) 그 알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여셰라
(54) 千쳔年년 老노龍룡이 구구 서려 이셔
(55)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예 니어시니
(56)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 디련다
(57)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라
* (58) 摩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59) 외나모 근 리 佛블頂뎡臺 올라니
(60) 千쳔尋심絶졀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61) 銀은河하水슈 한 구 촌촌이 버혀 내여
(62) 실티 플텨 이셔 뵈티 거러시니
(63) 圖도經경 열 두 구 내 보매 여러히라
(64) 李니謫뎍仙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 게 되면
(65) 廬녀山산이 여긔도곤 낫단 말 못 려니
# 지면 형편으로 (66)부터는 다음 호에 게재함.
# 현대어로 읽어 보자
관동별곡
주제 : 금강산과 관동팔경의 구경
형식 : 3 ∙ 4조를 기조로 한 4음보연속체
문체 : 운문체
갈래 : 서정적 기행가사, 정격가사
(원문의 음보율에 맞춰 현대어로 옮기려 노력했다)
(4음보 율에 따라 읽고 음미해보자)
* (1) 강호에 병이 깊어 죽림에 누었더니
(2) 관동 팔 백리에 방면(方面)을 맡기시니
(3) 어와 성은이야 갈수록 망극하다
(4) 연추문 달려들어 경회 남문 바라보며
(5) 하직하고 물러나니 옥절(玉節)이 앞에 섰다
(6) 평구역 말을 갈아 흑수로 돌아드니
(7) 섬강은 어디인가 치악이 여기로다
* (8) 소양강 내린 물이 어디로 든단 말고
(9) 고신(孤臣) 거국(去國)에 백발도 많고 많아
(10) 동주(東州) 밤 겨우 세워 북관정(北寬亭)에 올라보니
(11) 삼각산 제일봉이 하마터면 보이겠네
(12) 궁왕(弓王) 대궐 터에 오작(烏鵲)이 지저귀니
(13) 천고(千古) 흥망을 아느냐 모르느냐
(14) 회양(淮陽) 네 이름이 공교롭게 같구나
(15) 급장유(汲長孺) 풍채를 다시 아니 볼건가
* (16) 영중(營中)이 무사하고 시절이 삼월인 때
(17) 화천(花川) 시내길이 풍악(楓岳)으로 뻗어 있다
(18) 행장(行裝)을 다 떨치고 돌길에 막대 짚어
(19) 백천동(百川洞) 곁에 두고 만폭동(萬瀑洞) 들어가니
(20) 은 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의 꼬리
(21) 섞어 돌며 뿜는 소리 천리에 잦았으니
(22) 들을 때는 우레더니 보면 눈이로다
* (23) 금강대(金剛臺) 멘 위층에 선학이 새끼 치니
(24) 춘풍 옥적성(玉笛聲)에 첫 잠을 깨었던지
(25) 호의(縞衣) 현상(玄裳)이 반공(半空)에 솟아 뜨니
(26) 서호(西湖) 옛 주인을 반겨서 넘나들듯
(27) 소향로(小香爐) 대향로(大香爐) 눈 아래 굽어보고
(28) 정양사(正陽寺) 진헐대(眞歇臺) 고쳐 올라 앉으니
(29) 여산(廬山) 진면목이 여기서 다 보인다
(30) 어화 조화옹(造化翁)이 야단코 야단쿠나.
(31) 날거든 뛰지 말고 섰거든 솟지 말지
(32) 연꽃을 꽂았는 듯 백옥을 묶었는 듯
(33) 동해를 박차는 듯 북극을 괴었는 듯
(34) 높을시고 망고대(望高臺) 외로울사 혈망봉(穴望峯)
(35) 하늘에 치밀어 무슨 일을 사뢰려고
(36) 천만겁 지나도록 굽힐 줄 모르는가
(37) 어와 네로구나 너 같은 이 또 있는가
* (38) 개심대(開心臺) 다시 올라 중향성(衆香城) 바라보며
(39) 만이천봉을 역역히 헤아리니
(40) 봉마다 맺혀 있고 끝마다 서린 기운
(41) 맑거든 조티 마나 조커든 맑지 마나
(42) 져 기운 흩어내어 인걸을 만들고자
(43) 형용도 그지없고 생김새도 많고 많네
(44) 천지 생겨날 때 자연히 되었지만
(45) 이제 와 보게 되니 유정도 유정하다
* (46) 비로봉(毗盧峯) 꼭대기에 올라 본 이 그 뉘신가
(47) 동산(東山), 태산(泰山)이 어느 것이 높다던가.
(48) 노나라 좁은 줄도 우리는 모르지만
(59) 넓고도 넓은 천하 어찌하여 작단 말고
(50) 어와 저 지위를 어이하면 알 것인가
(51) 오르지 못하거니 내려감이 괴이할까
* (52) 원통(圓通)골 좁은 길로 사자봉(獅子峯)을 찾아가니
(53) 그 앞에 너럭바위 화룡소(化龍沼)가 되었구나
(54) 천년 늙은 용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55) 밤낮으로 흘러 내어 창해(滄海)에 이었으니
(56) 풍운(風雲)을 언제 얻어 삼일우(三日雨)를 내리려나
(57) 음애(陰崖)에 시든 풀을 다 살려 내려무나
* (58) 마하연(摩訶衍) 묘길상(妙吉祥) 안문재(雁門재) 넘어들어
(59) 외나무 썩은 다리 불정대(佛頂臺)에 오르니
(60) 천 길 절벽을 반공(半空)에 세워 두고
(61) 은하수 큰 굽이를 마디마디 베어내어
(62) 실같이 풀어서 베같이 걸었으니
(63) 도경(圖經) 열두 굽이 내 보기엔 여럿이라
(64) 이적선(李謫仙) 지금 있어 다시 의논 하게 되면
(65) 여산(廬山)이 여기보다 낫단 말 못하리니
<관동별곡>의 저자 송강 정철(1536〜1593, 중종 31〜선조 26)은 당대의 석학 고봉 기대승에게 배우고, 율곡 이이와도 교유(交遊)하였다. 고산 윤선도와 함께 조선 시가문학의 대가로서 쌍벽을 이루었다. 벼슬은 좌의정까지 올랐다. 이 작품은 그가 45세 되는 해에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하여 그해 3월에 내금강과 외금강, 해금강, 관동팔경을 유람하며 그 경치와 감흥을 표현한 기행가사이다.
우리는 지금 남북으로 분단되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는 처지여서 휴전선 이남에 있는 관동팔경을 제외하고는 관광다운 관광을 하기가 어렵다. 관동은 지금의 대관령 (大關嶺) 동쪽, 즉 강원도를 이름이다. 대관령은 강원도 명주군과 평창군의 군계에 있는 고개(해발 865m, 총연장 13km)로서 99개의 굽이를 이룬다고 한다. 태백산맥 중 서울과 영동을 잇는 관문이며, 서울〜강릉간 고속도로가 이 고개를 통과한다. 적설량이 풍부하여 우리나라 최대의 스키장이 여기에 있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강산은 의구(依舊)하여 오늘을 사는 우리가 옛 가사인 이 <관동별곡>을 펼쳐놓고 감상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묘미를 느끼게 한다. 바로 이 점이 문학을 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이제 가만히 앉아서 내금강부터 여행해보자.
(1)〜(7)은 정철이 임금의 부름을 받고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하는 과정을 노래하고 있다. 자연을 얼마나 사랑하였기에 병이 깊었을까? 당시 선비들의 삶을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조정의 출사가 아니면 강호에 묻혀 자연을 즐기는 일 외에 무엇이 있었겠는가? 또한 자연을 즐긴다는 것은 그들 선비에게 있어서는 곧 문학으로 가는 통로일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에게는 시가문학이 있었다 할 것이다.
임금의 부름을 받자 단숨에 연추문(경복궁 서쪽 문, 영추문이라고도 함)으로 달려 들어가 경회 남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인사하고 신표로 받은 옥절(玉節)을 앞세워 임지로 행차하는 작자의 당당한 모습을 그려보라. 재미있지 않은가? 평구역에서 말을 갈아타고 흑수로 돌아들어 섬강과 치악산을 바라보는 그 기분을 우리 함께 누려봄이 어떨까?
(8)〜(15)에서 우리는, 임지에 발을 내딛으면서 임금님 계시는 쪽으로 흐르는 소양강을 바라보며 임금을 생각하는 외로운 한 신하의 걱정스런 모습을 보게 된다. 동주(철원의 옛 이름)에서 겨우 밤을 새우고 북관정에 올라 (한양에 자리한)삼각산 제일봉(현세의 권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음)과 까막까치가 우짖는 태봉국 궁예의 옛 궁궐터를 바라보는 그 시대 작자의 골 깊은 심정을 읽노라면 무상한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작자는 회양에 이르러 중국의 한나라 때 회양(골 이름) 태수(太守)인 급장유(汲長孺)라는 사람이 펼쳤던 선정을 떠올리며 자기도 그만한 선정을 한 번 해봐야겠다고 다짐한다.
(16)〜(22), 작자의 금강산 유람이 시작된다. 행장을 다 떨치고 지팡이 하나에 의지하여 금강산이 뻗어 내린 화천 시냇길 따라 백천동을 옆에 끼고 이른 곳이 만폭동 계곡이다. 은 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의 꼬리가 섞여 돌며 내뿜는 폭포소리는 한 마디로 장관이다. 멀리서 들으면 우렛소리요, 가까이서 보면 눈 같이 흰 물보라가 휘날린다. - 우리가 경험하듯 폭포소리는 가까이에서 듣는 것보다 조금 떨어져서 들으면 바위에 부딪히는 잡소리가 들리지 않아 그 우람하고 순수한 폭포소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가까이에서는 귀로 듣는 것보다 눈으로 보는 것이 더 즐겁다. 대상의 원근과 위치에 따라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작자는 이를 시적 ∙ 언어적 묘사에 잘 응용함으로써 독자에게 즐거움을 한층 더해주고 있다. 정 선(鄭敾, 1676〜1759)의 <萬瀑洞> 그림(견본수묵담채, 33⨯22cm, 서울대학교 박물관 소장, 종이에 담채, 56⨯42.8cm, 간송 미술관 소장))을 감상해보라. 부드럽고 굵은 선과 미점(米點)을 자유로이 구사하고 있다. 평평한 바위 위에서 두루마기차림에 갓 쓴 두 사람의 선비와 동자가 장엄한 경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이 그림의 초점이다.
(23)〜(37), 금강대 꼭대기에는 학이 새끼를 치고, 봄바람 옥피리 소리에 선잠을 깬 학이 흰 저고리 검은 치마로 단장하고 반공에 높이 뜨니 마치 서호 옛 주인(임포)을 반기듯 노니는구나. - 작가는 여기서 은근히 임포를 자기와 동일시하고 있다. - 주(26) 참고.
소향로, 대향로봉을 눈 아래 굽어보며 정양사 진헐대를 다시 올라 앉으니 여산(廬山)의 진면목이 여기서 다 보이는구나. - 안개와 구름에 가려 볼 수 없는 여산의 참 모습을 이 금강산에 와서 다 본다는 뜻이니 금강산이야말로 조물주의 작품 중 으뜸이 아니겠는가? 날거든 뛰지나 말든지, 섰거든 솟지나 말든지, 연꽃을 꽂아 놓은 듯, 백옥을 묶어 놓은 듯, 동해를 박차는 듯, 북극성을 괴어놓은 듯. - 조물주의 솜씨를 어찌 이보다 더 아름다운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작자의 언어적 표현기법과 문학적 스케일을 찬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뚝 솟은 망고대, 외로이 서 있는 저 혈망봉이 하늘을 치밀어 무슨 일을 아뢰려고 천만 겁이 지나도록 굽힐 줄 모르는가? - 선비의 기상과 지조를 은근히 찬양하고 있다.
(38)〜(45), 개심대 다시 올라 중향성 바라보며 만이천봉을 뚜렷하게 세어보니 봉마다 맺혀 있고 끝마다 서린 기운, 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든지, 저 기운 흩어내어 인걸을 만들고자 형용도 끝이 없고 생김새도 다양하구나. - 금강산 일 만이천봉을 누가 다 세어보았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만봉>이 아니라 <만이천봉>이라는 이 표현이 언어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미학적 짜임새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최초의 기록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조상들의 뛰어난 문학적 기질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하나의 좋은 예가 아닐까?
작자는 조물주가 만든 이 형형색색의 만이천봉을 내심 다양한 인재(人材)로 상상하여 자신의 치세를 꿈꾸었는지도 모른다. <인걸은 지령(地靈)이다>라는 옛말이 있다. <봉마다 맺혀 있고 (그 봉우리의) 끝마다 서린 기운>이란 말은 다름 아닌 이 <지령=땅에 서린 신령스럽고 영묘한 기운>일깨다. <맑거든 깨끗하지나 말든지,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든지>. - 너무나도 깨끗하고 맑다는 말이다. <저 (깨끗하고 맑은)기운 흩어내어 인걸을 만들고자>, - 작자의 이 노래처럼 이런 인재를 발굴할 수만 있다면 깨끗한 정치를 펼칠 수 있는 희망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오늘의 우리 정치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46)〜(51), 드디어 금강산 제일봉인 비로봉을 바라보며 작자는『孟子』<진심장(盡心章)>의 공자 말을 떠올린다. “孟子曰 孔子登山而小魯 登泰山而小天下, 맹자가 말씀하셨다. 공자께서 노나라의 동산에 오르셔서 노나라를 작다고 여기셨고, 태산에 오르시고는 천하를 작다고 여기셨다.” - 홍성욱 역해,『맹자』, 2005, 고려원북스 - 크고 넓은 공자의 인격적 경지를 무엇이라고 형용할 길 없어 안타까워하며 비로봉을 오르지 못하고 내려오는 작자의 심정은 오늘 우리의 심정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52)〜(57), 원통골 좁은 길로 사자봉을 찾아드니 그 앞에 너럭바위 화룡소가 있는데 이 물이 밤낮없이 흘러 동해바다로 이었으니 풍운을 언제 얻어 삼일우를 내리려나. 음해에 시든 풀을 다시 살려내려무나. - 작자의 마음이 조급해진 것 같다. 임지의 그늘진 곳에 시달리고 있는 민초들을 보며 어찌하면 저들을 양지로 구해낼 수 있을 것인가? 하고 고민하는 빛이 역역해 보인다. 풍운과 같은 정치력을 언제 얻어서 삼일우(三日雨), 즉 흡족한 단비와 같은 선정을 베풀 것인가 하는 고민 말이다. 나는 여기서 문학은 정치하는 사람이던, 과학을 하는 사람이던 그들에게 꿈을 그리게 하고 그 꿈을 실현할 의지를 불어넣는 마력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58)〜(65), 마하연 깊은 골과 그 동쪽에 있는 묘길상을 지나 안문재를 넘어 불정대(은선대)에 오르니 천길 절벽을 반공에 걸어두고 은하수 한 구비를 마디마디 베어내어 실 같이 풀어서 베 같이 걸어놓았으니 이야말로 산수도경 열 두 굽이보다도 더 되어 보이는구나. 아마 당나라 이백이 지금 살아있어 다시 의론한다 해도 여산이 이곳보다 낫다고 하지는 못할 것이다. - 작자의 문학적 스케일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하는 글이다. --- 다음 호에 계속
<註>
(2) 方面(방면, 관찰사가 다스리던 행정구역). 方面之任(방면지임)의 준말. 관찰사의 임무를 뜻함. 관찰사를 다른 말로 方伯(방백)이라고도 칭함.
(4) 延秋門(연추문) : 경복궁의 서쪽 문. 迎秋門(영추문)이라고도 함.
(5) 玉節(옥절) : 임금이 관직을 내릴 때에 신표(信標)로 주던 옥으로 만든 패, 높은 지위의 관원이 행차할 때에 옥절을 앞에 내세워 표시하였음.
(6) 平丘驛(평구역) : 양주(楊州, 의정부의 옛 이름) 동쪽에 있던 춘천과 원주로 갈리는 길목. 黑水(흑수) : 驪州(여주)에 있는 驪江(여강)의 옛 이름.
(7) 蟾江(섬강) : 강원도 횡성군에서 발원하여 여주 원주 등지를 지나 한강으로 들어가는 강. 雉岳(치악) : 치악산. 강원도 영월군과 원성군 사이에 있는 산. 태백산맥에 딸림.
(9) 孤臣(고신) : 고독한 신하. 去國(거국) : 나라, 즉 임금이 계신 한양을 떠난다는 뜻. 여기서 백발은 근심과 걱정을 뜻함.
(10) 東州(동주) : 철원의 옛 이름. 泰封國(태봉국)의 도읍지. 北寬亭(북관정) : 철원 북쪽에 있는 정자.
(11) 三角山(삼각산) : 북한산의 별명. 백운대(최고봉), 그 동쪽의 인수봉, 그 남쪽의 만경대의 3대 봉우리가 있어 삼각산이라 이름.
(12) 弓王(궁왕) : 태봉국을 세운 궁예왕을 이름.
(14) 淮陽(양회) : 강원도에 있는 고을 이름. 공교롭게도 중국 한나라 때 급암(汲黯)이 태수(太守)로 있던 고을 이름과 같다.
(15) 汲長孺(급장유) : 汲은 중국의 姓氏 중의 하나이요, 長孺는 汲黯(급암)이라는 사람의 자(字)이다. 字란 성인식 때 새로 지어 준 이름, 즉 어른이 될 때 본이름 대신 부르기 위하여 지어 준 이름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16) 營中(영중) : 강원도 監營(감영) 내.
(17) 楓岳(풍악) : 가을에 부르는 금강산의 이름. 여름에는 蓬萊山(봉래산), 겨울에는 皆骨山(개골산), 봄에는 金剛山(금강산)이라 부름.
(19) 百川洞(백천동) :玉鏡臺 (옥경대), 明鏡臺(명경대)로 들어가는 골짜기. 萬瀑洞(만폭동) : 表訓寺(표훈사) 위로부터 磨訶衍(마하연) 아래까지의 계곡. 조선시대 정 선(鄭敾)이 남긴 그림(<백천동>과 <만폭동>)이 서울대 박물관과 간송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음. <금강산 전도>와 <비로봉>, 그 외의 금강산의 일부를 그린 그림이 여럿 남아 있다.
(23) 金剛臺(금강대) : 표훈사 북쪽에 있는 석벽.
(24) 玉笛聲(옥적성) : 옥피리 소리.
(25) 縞衣(호의) : 흰 비단 저고리. 玄裳(현상) : 검은 치마. 깃이 희고 날개 끝과 꽁지가 검은 학을 이름. 蘇東坡(소동파)의 <後赤壁賦(후적벽부)>에서 유래하였다.
(26) 西湖(서호) 옛 주인 : 중국 송나라 때 西湖 근처에 살던 시인 林逋(임포)를 가리킴. 그는 매처학자(梅妻鶴子) 즉 매화를 아내로, 학을 자식으로 삼아 살았다고 한다.
(27) 小香爐(소향로) 大香爐(대향로) : 萬瀑洞(만폭동) 입구에서 보이는 향로 같이 생긴 크고 작은 두 봉우리.
(28) 正陽寺(정양사) : 表訓寺(표훈사) 북쪽에 있는 절. 정 선(鄭敾, 1676〜1759)이 정양사를 중심으로 그린 산수화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음. 眞歇臺(진헐대) : 정양사 뒤편에 있는 높은 臺(대).
(29) 廬山(여산) : 중국 江西省(강서성) 九江縣(구강현) 남쪽에 있는 산. 이 산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수많은 골짜기와 바위들이 안개와 구름에 가려져 그 참 모습을 보기가 매우 힘이 든다고 한다.
(30) 造化翁(조화옹) : 조물주.
(32) 芙蓉(부용) : 연꽃.
(33) 東溟(동명) : 동쪽 바다, 동해 바다.
(34) 望高臺(망고대) : 도솔암 북쪽에 있는 높은 석벽. 일명 望軍臺(망군대). 穴望峯(혈망봉) : 금강산에 있는 한 높은 봉우리.
(38) 開心臺(개심대) : 正陽寺(정양사) 위에 있는 臺(대). 衆香城(중향성) : 永郞峰(영랑봉) 동남쪽에 둘러 있는 바위 봉우리.
(41) 조티 마나 : 깨끗하지 말거나. 조커든 : 깨끗하거든.
(46) 毗盧峯(비로봉) : 금강산의 최정상.
(47) 東山(동산), 泰山(태산) : 중국 산동성에 있는 산 이름.
(52) 圓通골(원통골) : 表訓寺(표훈사) 북쪽에 있는 골짜기. 獅子峯(사자봉) : 化龍沼(화룡소) 북쪽에 있는 사자처럼 생긴 봉우리.
(55) 滄海(창해) : 넓고 큰 바다
(56) 三日雨(삼일우) : 3일 동안 내리는 비. 이 작품에서는 흡족하게 내리는 비, 즉 善政(선정)을 베푸는 것을 뜻한다.
(57) 陰崖(음애) : 그늘진 벼랑.
(58) 摩訶衍(마하연) : 만폭동 상류 가장 깊은 곳. 妙吉祥(묘길상) : 마하연 동쪽 3리쯤에 있는 커다란 석벽에 새겨진 미륵상. 雁門재(안문재) : 마하연에서 楡岾寺(유점사)로 넘어가는 도중에 있는 고개 이름. 지금은 內霧嶺(내무령)이라 한다.
(59) 佛頂臺(불정대) : 고성군 서쪽 7리쯤에 있는 큰 바위. 지금은 隱仙臺(은선대)라 한다.
(60) 千尋絶壁(천심절벽) : 천 길이나 되는 절벽.
(63) 圖經(도경) : 산수의 지세(地勢)를 그려서 설명한 책.
(64) 李謫仙(이적선) : 당나라 李白(이백)을 이름. 謫仙(여선)은 하늘에서 귀양을 온 신선이란 뜻.